비호감 ‘왕따돌’로 전락한 ‘티아라 사태’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6 10: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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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당한 거 소문나면 또 ‘왕따’ 당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걸그룹 ‘티아라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한 주 연예계는 티아라 멤버의 ‘왕따 파문’ ‘일진설’ 등으로 떠들썩했다. 멤버 가운데 랩을 맡고 있는 화영이 일본 부도칸 공연에 부상으로 빠진 데 대해 다른 멤버들이 트위터에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티아라 소속사 측은 화영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해결’이 아닌 ‘퇴출’을 선택한 소속사의 태도에 팬들은 분노했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콩쥐 심리’에 기인한 대중들이 상대적 약자인 화영에게 급격히 몰리면서 나머지 멤버들과 김광수 대표는 거대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기도 어려워 보인다. 과연 이 사건의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화영과의 전속계약을 조건없이 해지한다.”

소속사 김광수 대표의 공식 입장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팬들은 화영의 왕따증거 뿐 아니라 화영을 앞장서서 괴롭혔다고 추정되는 멤버의 과거행적을 모으는가 하면 멤버들의 과거 사진을 놓고 때 아닌 성형 의혹을 제기하며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설된 ‘티아라에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 카페는 사흘 만에 회원이 30만 명을 돌파했고 티아라 공식 팬카페는 폐쇄됐다. 팬들은 나머지 멤버들의 방송 하차 요구 및 콘서트 보이콧, 광고 중단, 해체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티아라 그룹 자체의 존폐위기를 흔들고 있다.

김광수 대표
이면에 숨은 ‘칼’

화영은 약 20여개월 전 티아라에 뒤늦게 합류한 막내다. 김 대표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발표 후 화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진실 없는 사실들”이라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해당글이 논란이 되자 김 대표는 갑자기 “그간 화영이 돌발행동을 수십 차례 해왔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화영은 그간 뮤직뱅크에서 뿐만 아니라 수십 가지 사건을 일으켜 왔다”며  “더 이상 이러한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화영을 보호해주고 싶다”는 뜻 깊은(?)의중을 밝혔다. 그는 또 “화영이가 트위터에 남기는 말들에 대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김 대표의 이중적 모습을 강하게 질타했다. 일방적으로 화영과의 계약을 해지했으면서 “보호해주고 싶다”라고 한 이중적인 태도 이면에 숨은 칼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돌출행동을 보였다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제기되고 있는 왕따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 등에 대한 진실을 분명히 밝히려는 노력도 없이 말이다. 사태가 커지자 김 대표가 화영을 위해주는 척, 이미 화영의 책임으로 모조리 전가해 놓은 까닭에 더더욱 그렇다.

한 네티즌은 김 대표의 잇따른 입장발표에 대해 “누가 보더라도 왕따 피해를 힘겹게 견뎌온 화영이 고작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한 마디를 보고 대표라는 사람이 쏟아낸 말은 과연 그가 한국을 대표할 엔터테인먼트 사업 종사자인지 의구심이 가고도 남는 대목이다”라며 “그것은 화영이 더 이상 이와 관련된 일을 공개하면 연예계에 영원히 발 못 붙이게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밖에 안 들린다”고 비난했다.

과거 들쑤시는
본격적인 계기

그렇다면 화영은 실제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일까. ‘티진요’ 카페에는 화영 왕따의 배경이 되는 증거자료들이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티아라의 단독콘서트였다. 랩을 맡고 있는 화영이 다리 부상을 이유로 공연에서 빠진 뒤 다른 멤버들이 트위터에 ‘의지의 차이. 우리 모두 의지를 갖고 파이팅’(효민) ‘의지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건데’(은정) ‘의지의 차이^^ 개념 있게. 항상 겸손하기. 연기천재 박수를 드려요’(지연)라고 쓰고 화영이 다시 ‘때로는 의지만으로 무리일 때가 있다’고 맞받은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의 글을 모아 퍼 나르면서 “부상으로 무대에 못 오른 화영이 다른 멤버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당한 정황”이라며 ‘화영 왕따설’을 제기했다. 이후 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은 ‘소름 끼치는 화영 왕따 증거’라며 영상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화영이 다른 멤버들과 떨어져 서 있는 방송 캡처 화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은정이 화영에게 떡을 억지로 먹이고 있는 듯한 방송 캡처 화면, 한 국내 TV프로그램에서 화영이 다른 멤버로부터 면박을 당하는 듯한 장면 사진 등이 ‘추가 왕따 증거’로 올라왔다.

화영 왕따 증거 ‘눈 찌르기, 험담하기, 떨어뜨린 사탕까지…’
재점화 되는 ‘효민 일진설·소연 불륜설·지연 몸캠설’실체는?

그 밖에 음악방송에서 화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만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 지연이 화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촬영 중 사탕이 떨어지자 소연이 떨어진 사탕을 화영에게 주는 모습 등도 평소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화영 왕따설은 그간 별 스캔들 없던 티아라의 과거를 들쑤시는 본격적인 계기로도 작용했다. 그 중 하나가 효민의 학창시절 ‘일진설’이다.

해당 게시물을 살펴보면 효민이 K여자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폭력사건에 휘말려 M중학교로 이전퇴학을 당했다면서 효민의 일진설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사례들이 거론됐다.

특히 효민은 K여중 재학 시절 불량 서클에 가입해 다른 서클 학생들과 ‘노예팅’ ‘키스타임’ ‘일락(일일 락카페)’ 등에 참여했다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술렁이고 있다. 이외에도 지연의 음란동영상 촬영설, 소연 불륜설 등 루머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다른 멤버 은정도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우증권은 회사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은정을 더 이상 광고모델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전의경 메인 화면에 걸려있던 홍보대사 은정의 사진은 그룹 f(x) 멤버 크리스탈로 교체됐다.

이뿐만 아니다. 배우 이장우와 가상부부로 출연 중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3>를 비롯 SBS에서 방영예정인 드라마 <다섯손가락> 공식 홈페이지에는 은정을 하차시키라는 시청자 불만 글로 도배됐다.

아이돌그룹 왕따
실제로 존재

아이돌 걸그룹이 왕따설에 휘말린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라 박규리와 니콜, 원더걸스 전 멤버 선미, 애프터스쿨 유이 소영, 시크릿 선화도 이런 소동을 겪었다. 이번 사태처럼 확산되진 않았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흘러나오는 게 걸그룹 멤버들의 왕따설이었다.

그렇다면 걸그룹 왕따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 연예계 안팎에선 “카메라 앞에서는 해맑게 웃으며 우정을 과시하지만, 실제로 걸그룹 왕따는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 초 슈퍼주니어의 멤버 예성이 “멤버들끼리 우애가 좋지 않은 팀이 99%”라고 폭로(?)한 것과 은혁이 “멤버들끼리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팀은 별로 없다”라고 말한 것은 아이돌 그룹의 이같은 ‘현실’을 증언한다.

원조 걸그룹 주얼리 멤버였던 서인영은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주얼리 시절 왕따를 당했다”고 충격고백 하기도 했다. 서인영은 “멤버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안 받아주고 나중에는 인사를 안 한다고 혼내더라”고 회고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다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돌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멤버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면서 “인기가 올라갈수록, 멤버 사이의 소득 격차가 클수록, 여성들만 모인 걸그룹일수록 이런 갈등이 왕따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돌그룹과 왕따의 불편한 진실…“99%가 따돌림 존재”
김광수 대표가 ‘티아라 사태’의 가장 큰 원인 만들었다 ‘왜?’

특히 수년간 연습생으로 고생한 뒤 데뷔한 기존 멤버와 뒤늦게 합류해 곧바로 데뷔한 신참 멤버의 공존은 사소한 일도 갈등으로 번지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공교롭게도 화영 역시 뒤 늦게 티아라에 합류한 멤버였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걸그룹의 태생적 구조적인 특성상 갈등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학교나 직장 심지어 군대에서도 왕따가 존재하는데 이미지를 먹고사는 걸그룹에게만 깨끗함을 요구하는 것은 팬들의 지나친 환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티아라 역시 멤버들의 따돌림 행적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그보다는 그들을 관리 못한 기획사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10대 후반~20대 중반까지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멤버들을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한 김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  

한 연예 관계자는 “멤버들의 포메이션 관계없이 머릿수만 늘리는 기획사 대표가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다. 일부 멤버들은 연기로 돌리느라 자꾸 결원이 생기는데 땜빵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꾸 티아라 멤버를 충원한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충원 후 멤버 내부의 트러블은 곪고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하면서 빡빡한 스케줄만 감행 한 게 이번 사태의 큰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 역시 김 대표의 사태수습 결정 오류를 꼬집었다. 그는 “고질적인 학교폭력 처리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게 흥미롭다”며 “‘너한테도 책임이 있잖아. 일 크게 만들면 너만 더 힘들어. 일단 최대한 조용히 전학수속 밟아 줄 테니까 가서도 외부에 학교 얘기 하지 말고. 너 왕따 당한 거 소문나면 또 왕따 당한다’라는 식이다”라고 비꼬았다.
 
왕따의 악몽은
티아라의 몫으로

지난 2009년 7월 말 보람, 큐리, 은정, 소연, 효민, 지연 등 6명이 팀을 이뤄 데뷔한 티아라는 지난 2010년 7월 화영의 합류를 공식 발표했고, 화영은 그해 12월 ‘야야야’ 활동을 통해 티아라 멤버로 정식 활동했다.

이후 ‘롤리폴리’ ‘러비더비’ ‘Day by day’등 수많은 히트곡을 낳으며 최고의 걸그룹으로 승승장구 했다. 한편의 동화 같은 인기를 누리던 티아라는 이번 왕따 사태로 인해 비호감 왕따돌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걸그룹은 곧 이미지’라는 공식을 깜빡 잊은 김 대표가 꼭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떠나는 화영이 향후 티아라의 존폐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존폐여탈권은 수 많은 대중이 화영의 손에 쥐어준 것이다. 

국내 공영방송 주요 음악프로그램 PD들도 “향후 티아라 출연 섭외는 안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왕따’의 악몽은 화영의 것이 아니라 티아라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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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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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