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폭행·성추행으로 얼룩진 청소년국토순례 실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09: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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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에 노숙은 기본 "57만원짜리 악몽이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학생들에게 악몽 같은 사건이 터졌다. 방학을 맞아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국토횡단탐험대장정에 오른 청소년들이 부실한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폭행과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알고 보니 해당업체는 7년 전 여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양을 쌓기 위한 극기훈련 정도로 생각했던 국토순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김모(14)군은 여름방학을 맞아 특별한 경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던 김군의 눈에 띈 건 인터넷에 게재된 국토대장정. 서울을 떠나 4박5일 일정으로 울릉도·독도 등 동해안을 찾아가는 국토대장정 탐험프로그램은 강원도에 유명한 산악이나 문화관광지, 환경탐사, 예절교육 등 알차고 다채로운 여정이 기재돼 있었다.

거창하게 포장된 광고 ‘조심’

김군은 교과서로만 알고 있던 울릉도와 독도 땅을 밟아 보는 것은 물론 새 친구도 사귀는 등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군은 부모님을 조르기 시작했다.

김군의 부모도 거창하게 포장된 인터넷 광고를 본 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 참가비 57만원인 국토순례를 허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부푼 마음으로 탐험길에 오른 김군의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실한 프로그램운영은 물론 이 행사를 주관한 H소년탐험대의 탐험대장 강모(55)씨의 도를 넘은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인솔책임자인 강씨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울릉도에 입도하자마자 부터다. 강씨는 흐트러진 몸과 정신을 바로잡겠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악행이 오픈될 소지는 전부 뺏었다.

이후 텐트 없이 노천에서 잠을 재우는 속칭 비박으로 야영을 대신하는가 하면, 자연식이라고 해서 길 가다 눈에 보이는 것을 직접 찾아 먹게 시켰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60여명의 청소년들은 이런 이유로 27일부터 3일간 유람선 여객터미널 등지에서 노숙을 하고 식사는 하루 한두 끼로 때웠다. 이마저도 주먹밥 1개 등 부실하기 짝이 없어 학생들은 하루 종일 생배를 곯아야 했다.

배고픔과 더위에 지친 학생들이 산을 빨리 오르지 못하면 강씨는 가차 없이 아이들을 폭행했다. 중학교 3학년 이모양은 울릉도 성인봉에서 힘들어서 더는 못 올라가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강씨로부터 나무 몽둥이로 55차례나 얻어맞았다.

길가다 먹을 것은 주워서…몽둥이로 때려 골절까지
2005년에도 국토순례 중 학생 폭행으로 실형 살아

김군은 “폭염 속에서 산을 빨리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탐험대장이 울릉도 성인봉 등지에서 몽둥이로 때리거나 발길질을 하기 일쑤였다”며 “한 학생은 심하게 얻어맞아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강씨가 울릉도로 향하는 유람선과 해변에서 여학생을 성추행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모(17)양과 이모(15)양은 “강씨가 머리끈을 빼앗아 이를 찾으러 갔더니 유람선 내에서 가슴을 더듬고 해수욕이 끝난 뒤에는 호스로 상의에 물을 끼얹은 뒤 엉덩이를 만지고 쳐다봐 수치심을 느꼈다”며 “산행에서 부축해 주는 척 하면서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이 겪은 악몽 같은 일은 지난달 30일 한 용기 있는 여학생이 울릉도에서 묵호항으로 나오는 여객선 안에서 승무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살려 달라”며 구조요청을 함으로써 밝혀졌다.

강씨가 운영하는 이 탐험대는 2005년에도 무리한 걷기, 형편없는 식사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곳이다.

당시에도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10시간 이상 걷고, 길에서 침낭을 덮은 채 노숙을 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면서 안티카페까지 생기기도 했다. 강씨는 이 사건으로 2007년 1년2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그러던 그가 다시 세상에 나와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한 것이다. 강씨가 다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학생을 모집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개인이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특정행사를 준비했고, 그것을 본 불특정다수 학생이 호감을 느끼고 참여한 것이니 정부, 행정기관으로부터 허가를 얻는 등의 절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참여하는 국토순례사업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을 담당한 동해해양경찰서 관계자는 “현재로선 인증제도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번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부모님과 관심 있는 어른들이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벌인 행사의 경우 더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고, 그 행사가 바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 전에도 똑같이…‘뻔뻔’

한편 강씨는 “등반 도중에 종아리를 때린 것은 맞지만 성추행은 아이들이 지어낸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면서 “국토대장정은 극기 훈련으로 학부모도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모든 것을 나약한 학생들의 탓으로 돌렸다.

지난 2일 오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가 학생들의 웃으며 물놀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 해명자료를 가지고 참석한 강씨는 “3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다. 떳떳하고 부끄러움이 없다”며 “나처럼 국토대장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얼토당토않다”며 “요즘은 아이들이 나약해져서 힘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는 추행 당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곧 자숙해서 아니라고 시인할 것”이라고  오히려 아이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또 폭행부분에 대해서는 “때린 부분은 인정하지만, 훈육차원이었다”며 “주저앉아 있는 아이에게 나무 잔가지로 자극을 준 것이고, 아이가 안 일어나니까 머리카락을 잡고 끌어올린 것인데 아이의 덩치가 크다보니 몸이 무거워 팔이 꺾이고 상처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식사와 관련해서 그는 “약간 배고프게 해야 통제가 되고 그래야 질서가 잡혀가는 것이다”며 일반화되기 힘든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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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