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제비·꽃뱀의 둥지 ‘카바레’ 묘연한 행방 추적

카바레 있던 자리에 ‘불법 성인무도장’ 똬리 틀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일까? 그곳에서 종사하던 사람들, 카바레 영업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업주들은 지금 무엇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21세기의 중장년들은 카바레를 대신해 어디에서 유흥의 꽃을 피우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 묘연한 행방을 추적해봤다.

약 20년 전, 그러니까 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홀연히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특히 80년대 후반에는 강남의 궁전, 장안동의 무학성, 청량리의 자금성, 동대문의 동대문관광, 영등포의 카네기, 상계동의 워싱턴 등의 카바레들이 활개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장안의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 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활개 치던 카바레
사라졌다?

어떤 이에 따르면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하는데, 꽤 일리 있는 말로 들렸다.

“화류계에서 중요한 축이 여성고객이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이 일상을 벗어나 성의 해방구, 속칭 ‘자유부인’이 되려면 오로지 카바레만이 성지였는데 그러기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는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바레의 몰락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있다가 결혼 후 그 직종을 그만두고 업주로서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의 주장에 따르면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만~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비게 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에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총매출액의 40%의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콜라텍·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쪽문 연결해 술 팔아 불법영업 버젓이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은 바로 성인콜라텍과 무도장. 콜라텍과 무도장은 각각 자유업과 신고체육시설업으로 분류돼있어 댄스는 가능하지만 주류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 사본을 보여주며 불법변태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다반사라고 했다. 그 영상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김씨의 제보에 따라 취재에 나선 기자는 서울의 한 무도장을 찾았다. 그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는 ‘무00 무도장’은 손님이 많이 있을 피크 시간대(오후 12시~6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이 짝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꽤 어두운 실내와 야광조명들로 이뤄진 무도장 내부는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모를 정도였다. 무도장이라고 해서 단순히 밝은 조명 아래 사교댄스나 스포츠댄스를 가르쳐줄 줄 알았던 기자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간 순간이었다.

시끄럽지만 않을 뿐 칠흑같은 어둠 속 화려한 조명은 나이트클럽의 스테이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남성들은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손을 내밀어 춤을 권했다. 그 광경을 보고 문득 ‘마치 말로만 듣던 카바레의 제비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쯤 업소 여사장으로부터 약간의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입장료는 여성만 받고 남성은 받지 않는다는 것.

불황에 업주들
불법변태업소로 전향


그랬다. 그곳에 있는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춤 선생(제비), 즉 무도장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를 밀착해 춤을 춘다. 자주 오는 사람들인 듯 박자하나, 스텝하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바로 앞에서 프로처럼 사교댄스를 추던 중년남녀는 서로의 몸이 밀착되거나 얼굴이 가까워질 때면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기도 했다.

“유흥주점은 많아도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며 놀 곳이 없다”는 한 여성의 말에 40~60대의 중장년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년들의 야릇한 춤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던 기자에게 여사장이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내게 “여기 온 거 보니까 결혼은 했을 텐데…. 아직 어리니까 이런 데 오지 마. 가정파탄난다. 애들 다 키우고 할 거 없고 심심할 때 한 40-50대 되면 와. 그때도 늦지 않아. 여기 온 사람들 죄다 나이 들고 외로워서 바람이나 쐬려고 오는 거니까. 여기 있으면 춤도 추지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지 얼마나 좋아. 그때 오렴”이라고 당부했다.

여사장의 말을 듣고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쯤 '매점·식당'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식당은 무도장 바로 옆에 쪽문식으로 연결돼 있었고 내부는 환했다. 그곳의 정체를 살피기 위해 들어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저 곳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사장은 “사람들이 춤추다가 목마르거나 배고프면 맥주나 소주도 한 잔 마시고, 식사도 한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체육시설업으로 구분되는 무도장에서 버젓이 술을 팔다니. 이는 엄연한 불법이었다. 하지만 여사장은 주류판매가 불법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몰랐어요”
단속 피하기 꼼수

취재가 끝나고 다음 날 기자는 김씨를 만나 불법변태영업의 실태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카바레 불황이 닥쳐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카바레를 하다가 불법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서는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김씨가 기자에게 건넨 동영상자료를 다시 살펴보았다. 주부들이 대형 성인콜라텍으로 들어간 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고 그들은 남성들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길 기다린다.
김씨는 ‘댄스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뒤로한 채 콜라텍 주위를 돌아다니며 불법으로 영업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전혀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 장면에 덧붙이며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업' 콜라텍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 번 안내
불법 변태영업과 관련 법규 있지만 철저한 단속 미흡

또한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가 행정당국에 숱하게 넣었던 민원과 그 답변이 기재된 자료에 의하면 ‘콜라텍은 자유업으로써 손님이 춤을 추는 시설 등을 갖춘 형태의 영업으로 주류 판매가 허용되지 아니하다. 이러한 콜라텍에서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영업 또는 유흥주점에 해당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면 식품 위생법 37조에 의해 신고를 해야 하고 아니할 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안일한 단속체제와 더불어 불법변태업소의 단속에 관해서는 다른 부서들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 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김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중장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화류계의 꽃’ 카바레. 비록 지금은 퇴조된 유흥주점으로 전락해버렸지만 머지않아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화려하게 부활할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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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