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제비·꽃뱀의 둥지 ‘카바레’ 묘연한 행방 추적

카바레 있던 자리에 ‘불법 성인무도장’ 똬리 틀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일까? 그곳에서 종사하던 사람들, 카바레 영업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업주들은 지금 무엇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21세기의 중장년들은 카바레를 대신해 어디에서 유흥의 꽃을 피우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 묘연한 행방을 추적해봤다.

약 20년 전, 그러니까 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홀연히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특히 80년대 후반에는 강남의 궁전, 장안동의 무학성, 청량리의 자금성, 동대문의 동대문관광, 영등포의 카네기, 상계동의 워싱턴 등의 카바레들이 활개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장안의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 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활개 치던 카바레
사라졌다?

어떤 이에 따르면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하는데, 꽤 일리 있는 말로 들렸다.

“화류계에서 중요한 축이 여성고객이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이 일상을 벗어나 성의 해방구, 속칭 ‘자유부인’이 되려면 오로지 카바레만이 성지였는데 그러기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는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바레의 몰락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있다가 결혼 후 그 직종을 그만두고 업주로서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의 주장에 따르면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만~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비게 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에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총매출액의 40%의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콜라텍·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쪽문 연결해 술 팔아 불법영업 버젓이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은 바로 성인콜라텍과 무도장. 콜라텍과 무도장은 각각 자유업과 신고체육시설업으로 분류돼있어 댄스는 가능하지만 주류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 사본을 보여주며 불법변태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다반사라고 했다. 그 영상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김씨의 제보에 따라 취재에 나선 기자는 서울의 한 무도장을 찾았다. 그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는 ‘무00 무도장’은 손님이 많이 있을 피크 시간대(오후 12시~6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이 짝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꽤 어두운 실내와 야광조명들로 이뤄진 무도장 내부는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모를 정도였다. 무도장이라고 해서 단순히 밝은 조명 아래 사교댄스나 스포츠댄스를 가르쳐줄 줄 알았던 기자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간 순간이었다.

시끄럽지만 않을 뿐 칠흑같은 어둠 속 화려한 조명은 나이트클럽의 스테이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남성들은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손을 내밀어 춤을 권했다. 그 광경을 보고 문득 ‘마치 말로만 듣던 카바레의 제비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쯤 업소 여사장으로부터 약간의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입장료는 여성만 받고 남성은 받지 않는다는 것.

불황에 업주들
불법변태업소로 전향


그랬다. 그곳에 있는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춤 선생(제비), 즉 무도장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를 밀착해 춤을 춘다. 자주 오는 사람들인 듯 박자하나, 스텝하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바로 앞에서 프로처럼 사교댄스를 추던 중년남녀는 서로의 몸이 밀착되거나 얼굴이 가까워질 때면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기도 했다.

“유흥주점은 많아도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며 놀 곳이 없다”는 한 여성의 말에 40~60대의 중장년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년들의 야릇한 춤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던 기자에게 여사장이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내게 “여기 온 거 보니까 결혼은 했을 텐데…. 아직 어리니까 이런 데 오지 마. 가정파탄난다. 애들 다 키우고 할 거 없고 심심할 때 한 40-50대 되면 와. 그때도 늦지 않아. 여기 온 사람들 죄다 나이 들고 외로워서 바람이나 쐬려고 오는 거니까. 여기 있으면 춤도 추지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지 얼마나 좋아. 그때 오렴”이라고 당부했다.

여사장의 말을 듣고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쯤 '매점·식당'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식당은 무도장 바로 옆에 쪽문식으로 연결돼 있었고 내부는 환했다. 그곳의 정체를 살피기 위해 들어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저 곳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사장은 “사람들이 춤추다가 목마르거나 배고프면 맥주나 소주도 한 잔 마시고, 식사도 한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체육시설업으로 구분되는 무도장에서 버젓이 술을 팔다니. 이는 엄연한 불법이었다. 하지만 여사장은 주류판매가 불법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몰랐어요”
단속 피하기 꼼수

취재가 끝나고 다음 날 기자는 김씨를 만나 불법변태영업의 실태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카바레 불황이 닥쳐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카바레를 하다가 불법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서는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김씨가 기자에게 건넨 동영상자료를 다시 살펴보았다. 주부들이 대형 성인콜라텍으로 들어간 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고 그들은 남성들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길 기다린다.
김씨는 ‘댄스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뒤로한 채 콜라텍 주위를 돌아다니며 불법으로 영업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전혀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 장면에 덧붙이며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업' 콜라텍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 번 안내
불법 변태영업과 관련 법규 있지만 철저한 단속 미흡

또한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가 행정당국에 숱하게 넣었던 민원과 그 답변이 기재된 자료에 의하면 ‘콜라텍은 자유업으로써 손님이 춤을 추는 시설 등을 갖춘 형태의 영업으로 주류 판매가 허용되지 아니하다. 이러한 콜라텍에서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영업 또는 유흥주점에 해당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면 식품 위생법 37조에 의해 신고를 해야 하고 아니할 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안일한 단속체제와 더불어 불법변태업소의 단속에 관해서는 다른 부서들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 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김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중장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화류계의 꽃’ 카바레. 비록 지금은 퇴조된 유흥주점으로 전락해버렸지만 머지않아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화려하게 부활할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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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