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명물 휴게소

‘고속도로 위의 오아시스’ 열배는 즐겁네


즐거운 설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친지를 만날 마음에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귀성·귀경 전쟁을 치를 생각만 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차들로 앞뒤가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칭얼거림, 가족들의 차멀미 등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날만 손꼽아 기다려 온 부모와 조상들을 찾아뵙지 않는 것은 자식·자손 된 도리가 아닐 터. 그렇다면 좀 더 즐겁게 귀성·귀경하는 방법은 없을까.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휴게소 가면 사우나도 있고 동물농장도 있고
먹고 보고 즐기다 보니 “어라! 벌써 도착했네”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저마다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건강진단코너 등 특이시설을 설치,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팩스, 인터넷, 고속도로 카드 충전 등 다기능 종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신권교환, 가훈 써주기, 휴대전화 무료 수리, 즉석 사진 촬영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개최된다. 여기에 더해 휴게소에 들르면 주변 경관 감상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금강·칠곡 휴게소
대진고속도로 인삼랜드·산청 휴게소

경부고속도로에 위치한 명물 휴게소는 안성·금강·칠곡휴게소 등이 있다. 안성휴게소는 안성 유기가 전시된 명품관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또한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유아방, 파우더룸, 건강검진코너 등과 함께 설치돼 있어 아이와 함께 있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복육개장, 복지리와 한방인삼곰탕이 꼽힌다. 설날을 맞아 안성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투호던지기, 대형윷놀이, 굴렁쇠굴리기, 전통팽이 등 민속놀이체험 행사와 함께 떡메치기, 가족사진 무료촬영(이메일 전송), 떡국 및 전통한과 무료 제공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휴게소는 금강과 철봉산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야외 테라스가 있다. 휴게소 한편에는 금강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가 나있어 따라 걷다보면 귀성·귀경의 피로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칠곡휴게소는 평양온반이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다. 휴게소 내에는 샤워장과 수면실, 목욕탕 등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작고 예쁜 그림들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어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들러봄직하다. 칠곡휴게소에서는 25일, 26일 양일간 ▲신권 교환 ▲새해맞이 음악회 ▲떡국 제공 등의 행사가 개최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위치한 대표 휴게소로는 인삼랜드와 산청휴게소를 꼽을 수 있다. 인삼랜드 휴게소는 길 위의 건축물이란 콘셉트로 설계된 곳으로 예술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곳이다.

공간 사이사이 화단과 조경을 설치한 주차장과 건물 뒤편 산을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발코니가 돋보인다.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지압공원과 인삼전시장이 있다. 인삼랜드에서는 25일부터 28일까지 ▲민속놀이 마당 ▲떡메치기 ▲수삼깎기 ▲금산인삼 시식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산청휴게소는 외관보다는 매장 내에서 열리는 피아노 콘서트로 유명한 곳.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식당은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해 로맨틱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경호강이 보이는 휴게소 앞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 주위를 가볍게 산책하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04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허준 한방라면을 맛본다면 건강을 되찾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산청휴게소는 26일 하루 동안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신권교환 ▲OBU구매고객 전자카드 1만원 무료충전 행사를 개최한다.

영동고속도로 용인·강릉 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화성·대천 휴게소

용인·강릉 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들로 ‘맛집 휴게소’다. 용인 휴게소는 삼합누룽지탕과 정통 수제 돈가스가 유명하다. 특히 삼합누룽지탕은 지난 2005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엔 휴게소 옆 공원에 세워진 그리스 참전비와 시계탑을 둘러볼 만하다.
용인 휴게소에서는 24일부터 27일까지 ▲소화기분사체험 ▲민속놀이 마당 ▲전통한지 제기 만들기 ▲단골고객 하이패스 단말기 무료증정(20대)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 휴게소는 강원도 고랭지에서만 자라는 귀한 곤드레 나물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휴게소다. 대표 음식인 곤드레 돌솥밥은 곤드레 나물을 큰 그릇에 넣고, 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것으로 지난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물 뒤편 정원에는 새농장이 있어 아이들에게 현장에서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설 연휴 이벤트로는 26일 당일 ▲민속놀이 ▲송편·과일·떡국 나눠주기 ▲무료 서적 제공 등이 개최된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화성휴게소는 서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해 처음 만나는 휴게소다. 마치 기내식과 같이 두 명의 직원이 카트를 끌면서 주문을 받는 것이 특징. 여기에 음식을 건넬 때 명언이 담긴 메모를 주기도 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장단콩해물두부백반과 장단콩순두부김치뚝배기가 있다. 화성휴게소는 고객이벤트로 24일부터 27일까지 ▲윷놀이 ▲떡매치기 ▲제기차기 ▲각종 음료, 과자선물세트 400개 증정 ▲고속도로카드 1만원권 100장 증정 ▲즉석사진 촬영 ▲무료 가훈 써주기 등의 행사를 펼친다.
보령자연산돌솥굴밥을 대표음식으로 내놓는 대천휴게소는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잠깐의 휴식을 보낼 수 있다. 또 산책로가 있어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한 여행객들이 긴장을 풀 수 있다. 산책이 끝나는 부분에는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일몰감상대가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서해안의 붉은 낙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천휴게소에서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신권교환 서비스 ▲무료 떡제공 서비스 ▲머드화장품 샘플 무료 제공서비스 ▲제기왕 선발(선물증정) 이벤트 등이 열린다.

호남고속도로 정안·여산·곡성 휴게소
중앙고속도로 안동·춘천·단양 휴게소

호남고속도로에 위치한 정안휴게소 다람쥐공원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 큰 다람쥐 동상과 도토리 조형물 등 다양한 조형물이 공원에 배치돼 있어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해 준다. 또 다람쥐공원으로 가는 산책로는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여산휴게소에는 휴게소 왼쪽 언덕배기에 송림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어 여행객의 휴식처로 인기가 많다. 또한 자연학습장이 조성돼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작은 동물원에 온 것 같은 여유를 제공한다.

자연학습장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멧돼지와 오골계, 토끼 등이 있다. 여산휴게소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일회용 소변기 무료제공 ▲재기차기 ▲윷놀이 ▲인절미 무료제공 등의 행사를 펼친다.
여행길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곡성휴게소는 왼쪽편으로 기와를 얹은 돌담이 낮게 펼쳐져 있다. 때문에 토속적이며 편안한 이미지를 풍긴다. 휴게실 근처에는 잔디를 깐 아늑한 정원과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또 산을 바라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가 마련돼 있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곡성 특산품을 판매하는 코너에서는 토하젓과 참 게장을 구입할 수 있다. 곡성휴게소는 26일 하루 ▲자체제조 식혜 증정 ▲민속놀이 ▲떡·사탕 무료 증정 행사를 개최한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는 안동간고등어 백반이 유명하다. 안동간고등어 백반은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간고등어는 안동지역의 특산품이면서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 1위이다.

간고등어 백반은 싱싱한 고등어 속살에 간잽이의 손맛으로 적당히 간 배어진 간고등어를 직화구이식으로 구워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쏙 빠져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안동휴게소에 들르면 간고등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설 연휴기간 동안 안동휴게소에서는 윷놀이 및 제기차기 마당이 펼쳐진다.
춘천휴게소에는 춘천시내를 둘러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운전자들이 잠시 쉬며 숨을 고르기에 좋다. 또한 아이들은 기린 등이 있는 스모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음식은 웰빙 버섯 된장덮밥.

단양휴게소는 휴게소 뒤편으로 적성산성이 둘러싸여 있다. 휴게소 왼편에는 적성산성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적성산성에 오르면 온달장군과 관련된 단양적성비를 볼 수 있다.
대표 음식으로는 남한강 올갱이부추어탕이 있으며 겨울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미다. 단양 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무료 가훈 써주기 ▲떡 나눠주기 ▲민속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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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