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명물 휴게소

‘고속도로 위의 오아시스’ 열배는 즐겁네


즐거운 설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친지를 만날 마음에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귀성·귀경 전쟁을 치를 생각만 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차들로 앞뒤가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칭얼거림, 가족들의 차멀미 등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날만 손꼽아 기다려 온 부모와 조상들을 찾아뵙지 않는 것은 자식·자손 된 도리가 아닐 터. 그렇다면 좀 더 즐겁게 귀성·귀경하는 방법은 없을까.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휴게소 가면 사우나도 있고 동물농장도 있고
먹고 보고 즐기다 보니 “어라! 벌써 도착했네”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저마다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건강진단코너 등 특이시설을 설치,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팩스, 인터넷, 고속도로 카드 충전 등 다기능 종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신권교환, 가훈 써주기, 휴대전화 무료 수리, 즉석 사진 촬영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개최된다. 여기에 더해 휴게소에 들르면 주변 경관 감상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금강·칠곡 휴게소
대진고속도로 인삼랜드·산청 휴게소

경부고속도로에 위치한 명물 휴게소는 안성·금강·칠곡휴게소 등이 있다. 안성휴게소는 안성 유기가 전시된 명품관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또한 어린이 놀이방, 야구연습장, 유아방, 파우더룸, 건강검진코너 등과 함께 설치돼 있어 아이와 함께 있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복육개장, 복지리와 한방인삼곰탕이 꼽힌다. 설날을 맞아 안성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투호던지기, 대형윷놀이, 굴렁쇠굴리기, 전통팽이 등 민속놀이체험 행사와 함께 떡메치기, 가족사진 무료촬영(이메일 전송), 떡국 및 전통한과 무료 제공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휴게소는 금강과 철봉산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야외 테라스가 있다. 휴게소 한편에는 금강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가 나있어 따라 걷다보면 귀성·귀경의 피로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칠곡휴게소는 평양온반이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다. 휴게소 내에는 샤워장과 수면실, 목욕탕 등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작고 예쁜 그림들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어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들러봄직하다. 칠곡휴게소에서는 25일, 26일 양일간 ▲신권 교환 ▲새해맞이 음악회 ▲떡국 제공 등의 행사가 개최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위치한 대표 휴게소로는 인삼랜드와 산청휴게소를 꼽을 수 있다. 인삼랜드 휴게소는 길 위의 건축물이란 콘셉트로 설계된 곳으로 예술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곳이다.

공간 사이사이 화단과 조경을 설치한 주차장과 건물 뒤편 산을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발코니가 돋보인다.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지압공원과 인삼전시장이 있다. 인삼랜드에서는 25일부터 28일까지 ▲민속놀이 마당 ▲떡메치기 ▲수삼깎기 ▲금산인삼 시식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산청휴게소는 외관보다는 매장 내에서 열리는 피아노 콘서트로 유명한 곳.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식당은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해 로맨틱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경호강이 보이는 휴게소 앞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 주위를 가볍게 산책하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04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허준 한방라면을 맛본다면 건강을 되찾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산청휴게소는 26일 하루 동안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신권교환 ▲OBU구매고객 전자카드 1만원 무료충전 행사를 개최한다.

영동고속도로 용인·강릉 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화성·대천 휴게소

용인·강릉 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들로 ‘맛집 휴게소’다. 용인 휴게소는 삼합누룽지탕과 정통 수제 돈가스가 유명하다. 특히 삼합누룽지탕은 지난 2005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엔 휴게소 옆 공원에 세워진 그리스 참전비와 시계탑을 둘러볼 만하다.
용인 휴게소에서는 24일부터 27일까지 ▲소화기분사체험 ▲민속놀이 마당 ▲전통한지 제기 만들기 ▲단골고객 하이패스 단말기 무료증정(20대)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 휴게소는 강원도 고랭지에서만 자라는 귀한 곤드레 나물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휴게소다. 대표 음식인 곤드레 돌솥밥은 곤드레 나물을 큰 그릇에 넣고, 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것으로 지난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물 뒤편 정원에는 새농장이 있어 아이들에게 현장에서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설 연휴 이벤트로는 26일 당일 ▲민속놀이 ▲송편·과일·떡국 나눠주기 ▲무료 서적 제공 등이 개최된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화성휴게소는 서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해 처음 만나는 휴게소다. 마치 기내식과 같이 두 명의 직원이 카트를 끌면서 주문을 받는 것이 특징. 여기에 음식을 건넬 때 명언이 담긴 메모를 주기도 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장단콩해물두부백반과 장단콩순두부김치뚝배기가 있다. 화성휴게소는 고객이벤트로 24일부터 27일까지 ▲윷놀이 ▲떡매치기 ▲제기차기 ▲각종 음료, 과자선물세트 400개 증정 ▲고속도로카드 1만원권 100장 증정 ▲즉석사진 촬영 ▲무료 가훈 써주기 등의 행사를 펼친다.
보령자연산돌솥굴밥을 대표음식으로 내놓는 대천휴게소는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과 잠깐의 휴식을 보낼 수 있다. 또 산책로가 있어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한 여행객들이 긴장을 풀 수 있다. 산책이 끝나는 부분에는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일몰감상대가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서해안의 붉은 낙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천휴게소에서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신권교환 서비스 ▲무료 떡제공 서비스 ▲머드화장품 샘플 무료 제공서비스 ▲제기왕 선발(선물증정) 이벤트 등이 열린다.

호남고속도로 정안·여산·곡성 휴게소
중앙고속도로 안동·춘천·단양 휴게소

호남고속도로에 위치한 정안휴게소 다람쥐공원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곳. 큰 다람쥐 동상과 도토리 조형물 등 다양한 조형물이 공원에 배치돼 있어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해 준다. 또 다람쥐공원으로 가는 산책로는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여산휴게소에는 휴게소 왼쪽 언덕배기에 송림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어 여행객의 휴식처로 인기가 많다. 또한 자연학습장이 조성돼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작은 동물원에 온 것 같은 여유를 제공한다.

자연학습장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멧돼지와 오골계, 토끼 등이 있다. 여산휴게소는 26일부터 27일까지 ▲일회용 소변기 무료제공 ▲재기차기 ▲윷놀이 ▲인절미 무료제공 등의 행사를 펼친다.
여행길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곡성휴게소는 왼쪽편으로 기와를 얹은 돌담이 낮게 펼쳐져 있다. 때문에 토속적이며 편안한 이미지를 풍긴다. 휴게실 근처에는 잔디를 깐 아늑한 정원과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또 산을 바라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가 마련돼 있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곡성 특산품을 판매하는 코너에서는 토하젓과 참 게장을 구입할 수 있다. 곡성휴게소는 26일 하루 ▲자체제조 식혜 증정 ▲민속놀이 ▲떡·사탕 무료 증정 행사를 개최한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는 안동간고등어 백반이 유명하다. 안동간고등어 백반은 2002년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간고등어는 안동지역의 특산품이면서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 1위이다.

간고등어 백반은 싱싱한 고등어 속살에 간잽이의 손맛으로 적당히 간 배어진 간고등어를 직화구이식으로 구워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쏙 빠져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안동휴게소에 들르면 간고등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설 연휴기간 동안 안동휴게소에서는 윷놀이 및 제기차기 마당이 펼쳐진다.
춘천휴게소에는 춘천시내를 둘러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운전자들이 잠시 쉬며 숨을 고르기에 좋다. 또한 아이들은 기린 등이 있는 스모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음식은 웰빙 버섯 된장덮밥.

단양휴게소는 휴게소 뒤편으로 적성산성이 둘러싸여 있다. 휴게소 왼편에는 적성산성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적성산성에 오르면 온달장군과 관련된 단양적성비를 볼 수 있다.
대표 음식으로는 남한강 올갱이부추어탕이 있으며 겨울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미다. 단양 휴게소는 24일부터 27일까지 ▲무료 가훈 써주기 ▲떡 나눠주기 ▲민속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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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