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장애인의 날 일상 속 차별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4:42:36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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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사각지대 내몰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일요시사>는 기념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는 상황을 취재했다.
 

▲ 온라인 수업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의약품이다. 시각장애인은 의약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오·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 가능한 58개 제품의 점자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27.6%인 16개 제품에만 점자표시가 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힘들어진
약국 가기

점자표시가 돼있는 경우에도 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점자표기 기초 조사’(국립국어원)서 이미 점자표시가 있는 16개 의약품에 점자표시된 것으로 확인된 16개 의약품을 추가해 총 32개 의약품의 점자표시 세부 내용(가독성, 규격, 항목, 위치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32개 의약품 중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높은 의약품은 11개에 그쳤고, 21개 의약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에선 표시 항목에 대해 제품명, 업체명, 사용설명서 주요 내용 등을 점자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32개 의약품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만을,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하고 있었고,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표시 위치 또한 의약품마다 제각각이었다.


이에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권을 높이려면 제약사가 사회적·공익적 책임을 발휘해 점자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취약계층을 위한 약사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두고 이를 장려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복지부와 식약처 등 정책당국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의약품 점자표시를 의무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점자표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에 대해서도 점자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 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 문서를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형태(음성 점자설명서 등)로 제공해야 한다.

50개 의약품 중 16개만 점자표시
수어통역·문자 서비스 등 지원 부족

하지만 식약당국과 제약업계는 점자표기 현실화·확대에 난색을 보여,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권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패키지(포장)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리뉴얼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의약품을 사용하기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4월3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건강기능식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약사법 개정안은 안전상비의약품의 용기나 포장 등에 제품명, 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에 관한 정보를 담은 점자 및 점자·음성변환용 코드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해 시각장애인이 의약품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업계와 조율 차이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 점자표기 제작이 업계로서 실현하기 어려운 일임을 시인했다. 구체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설비투자 비용이 발생하고 점자를 검수할 인력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도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질환자 7명이 사망했고, 경북도 중증장애인 시설서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나 장애인들은 공동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연희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공동거주자 중 확진자 외 나머지 거주자의 건강상태가 취약하다면 거처를 옮길 집이 필요한데, 공간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격리공간이 마련된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확진자와 거주했던 이력 때문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활동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생사
정책 속 외면

이 국장은 “활동지원사가 간헐적으로 방문해 지원하는 경우 방호복을 입고 집 청소, 위생관리, 식사준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한다. 방호복을 입고 장시간 지원하기가 쉽지 않기에 최소한의 시간인 2시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확진자가 많이 늘어난 상태다. 많은 사람이 의심감염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계 부처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쏟아지는 정책 속에 장애인은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26일 중증장애인 A씨는 6번째 확진자와 같은 예배에 참석했고, 동행한 활동 지원사와 함께 자가격리됐다.  

이로 인해 A씨는 활동 지원사 대체인력 투입을 문의했지만, 관련 지침이 없어 투입이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관련 지원 대책을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 다산콜센터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다른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만 받았다.

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수어통역이나 문자서비스가 가능하냐고 문의했지만, 오후 6시까지만 수어통역이 가능하고 개선의견을 국민신문고에 건의해달라는 답변이 끝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부터 전국 초·중·고교가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다. 이에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시각·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에겐 자막·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에겐 가정방문 순회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학부모들은 “장애 유형별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순회교육도 불충분하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꾸준히 교육하는 게 중요한데 주 1∼2차례 회당 2시간 수업으로 인해 교육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권 침해
더 심해졌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발달장애의 경우 단순 교과 중심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안전대책을 마련해 소규모 수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 역시 코로나19 안전대책만큼 장애 학생들의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달 30일 전국 유·초·중·고 3321명의 특수학급 교사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88.5%(2931명)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제시한 방법 외에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발달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이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준비가 미비한 상태임을 강조했으며, 일부는 차라리 학교에 나가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이 교육서 소외됐다고 하소연했다.
 

최수아 최수아통합발달센터 원장은 “등하교라는 안정적인 일상 패턴이 깨지다 보니 아이들이 흥분을 하고 꼬집거나 자해를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많이 보인다”며 “에너지를 풀 곳이 없어 자폐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란 출생과 성장기에 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성장속도가 또래에 비해 느린 상태를 모두 지칭한다.

공동생활로 감염 위험성 높아
온라인 개학…학부모 발 동동

2019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9만2958명 중 지적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를 가진 7만3629명이 바로 발달장애 학생이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도 일자리 채용서 불이익을 받는 형국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알선도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취업 준비부터 근로환경까지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익위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 945건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 확대와 취업 알선’을 요청하는 민원이 4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가지원 사업인 ‘장애인 일자리 사업’(26.2%), ‘장애인에 대한 직업훈련’(15.6%),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13.4%) 순이었다. 일자리 확대 및 취업 알선 관련 민원은 구직 어려움에 따라 장애인 일자리 다양화·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 72.5%(307건)를 차지했다.

장애인일자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업에 참여를 희망한다는 내용(41.5%)이 가장 많았고, 참여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으로 전환을 요청하거나, 정규직 선발 시 경력으로 인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21.0%로 뒤를 이었다.

장애인 직업훈련 민원은 훈련시설 기준 완화와 장애특성을 고려한 시설기준의 마련 등 장애인 직업훈련의 확대·개선 요구(37.0%), 장애인근로자의 근무환경과 관련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임금·업무차별 등 직장 내 애로사항(39.8%)이 가장 많았다.

일자리는 
밀려 밀려

권석원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서 “장애인 일자리 확대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직업훈련 종사자나 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고, 장애인 채용 시 차별을 배제하는 등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투표소 장애인 편의시설 보니…

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들 단체는 ▲그림 투표용지 도입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알기 쉬운 선거 정보 제공 ▲선거 전 과정서 수어 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모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투표소 선정 ▲장애인 거주 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장애인이 후보를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투표소 중 20% 가까이는 이동 약자에게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2019년 투표소를 이동 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에 온 장애인들을 실망하게 했다. 

실제 전국의 사전 투표소 3500곳 가운데 270곳이 1층도 아닌 데다 승강기까지 없어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장애인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은 사전 투표소의 21%가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에 있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장애인도 평등하게 차별받지 않고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변화된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장애 유형을 고려한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에도 아쉬움이 많다.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은 묵자의 3배 분량이지만, 일반 선거공보물과 동일하게 매수가 제한돼 선거 정보 내용이 중간에 끊기는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점자투표 보조 용구에 대한 어려움도 함께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진행하게 되면서 점자투표 보조 용구가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서울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서 장애인이 불편 없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관내 2252개 전 투표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서울시는 투표소가 건물 2층이나 3층에 설치돼있으나 승강기가 없으면, 1층 주 출입구 옆에 임시 투표소를 설치토록 했다.

또 출입구 경사로가 급하거나 계단 높이 차이가 클 경우 임시경사로를 설치토록 하고, 투표 당일 장애인 안내 도우미를 배치했다.

한편 장애인 단체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지침 개정으로 투표 과정서 발달 장애인들이 가족과 활동 지원사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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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