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⑪‘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운명

칼 들고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장지선 기자] = 4·15총선이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승리다. 선거 결과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정치권은 당분간 후폭풍에 휩쓸릴 전망이다. 검찰 역시 선거 이후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 발언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300) 5분의 3에 달하는 180석을 확보했다. 그야말로 슈퍼 여당, 공룡 여당의 탄생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서만 과반(163)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차지했다.

슈퍼 여당
견제 없다

단일 정당 기준 전체 의석의 60%를 차지하는 거대 정당이 직접선거를 통해 탄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지역구 84,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얻어 1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6(지역구 1), 국민의당 3, 열린민주당 3석 등이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 사실상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이 무력화됐다. 야당이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도 합법적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보수 궤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참패를 기록한 통합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상당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검찰 역시 그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윤 총장은 선거기간 내내 유독 여야 인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윤 총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4·15총선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특히 야권서 자주 언급됐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전날인 지난 14일 종로 보신각 기자회견서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180석을 내다본다며 기고만장하고 있다“(180석이 되면)경제가 더 나빠지고 민생은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반기업 친노조 정책도 그대로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쫓겨나고 조국 부부는 미소를 지으며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지난 12일, 수도권 유세를 돌면서 검찰서 조국 전 장관과 주변 수사를 시작하니까 못마땅해서 수사팀을 해체하는 인사를 했다. 이런 행위가 공정하다고 보시냐. 한때 가장 칭송했던 검찰총장이 지금 와서는 가장 두려워하면서 싫어하는 총장이 됐다” “윤 총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통합당이 꼭 국회서 과반의석을 해야 한다등의 언급을 했다.

총선 결과 한쪽으로 크게 쏠려
청와대 겨냥 수사들 난항 예상

여권에선 열린민주당이 윤 총장 비판에 앞장섰다. 범여권 비례 위성정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은 윤 총장 퇴진, 사퇴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 부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열린민주당 후보들이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들은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혐의로 김씨를, 최씨는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황 후보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축소하거나 생략한다면 올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직무태만 등 여러 문제를 짚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선거기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윤 총장은 지난 15일 투표를 마치고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만나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인근 식당서 대검 공공수사부 검사들과 만나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서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언급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4·15총선의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부터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과도 각을 세워 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에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선거결과가 한쪽으로 크게 쏠리면서 이 역학구도는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개혁
날개 달 듯

당장은 청와대 관계자의 관여 의혹이 있는 사건들이 관심을 모은다. 검찰은 지난 1월 최강욱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두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비롯해 관련자 13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에 관한 수사 중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폰 잠금장치를 4개월 만에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백 전 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21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휴대폰은 사인 규명을 비롯해 사건들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 A씨의 휴대폰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기도 했다.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로부터 검찰이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경찰이 A씨의 휴대폰을 돌려받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문제는 검찰이 수사 과정서 기소한 인사들이 이번 선거서 여럿 당선됐다는 점이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각각 전북 익산을과 대전 중구서 당선됐다. ‘날치기 기소라고 검찰을 비판했던 최 전 비서관도 금배지를 달게 됐다.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로 미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도 남아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지난 13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우리 검찰이 좀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왜 손에서 물이 빠져나가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모든 권력기관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인사
대거 당선

여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198812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검찰청법 37조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는 이상 검사 신분이 보장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면 발의가 가능하고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이뤄진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검찰총장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구본선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 이 경우 윤 총장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아내와 장모 등 처가 문제가 불거졌지만 윤 총장과의 연관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MBC의 보도로 측근 논란도 불거졌지만 이 또한 윤 총장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압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오히려 윤 총장에게 더 위협이 되는 부분은 공수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기간 동안 공수처를 중심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조속한 연내 설치를 약속한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가 위헌적이라며 폐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폐지하고 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의 삭제 등 일부 법 개정을 공약으로 삼았다.

이번 선거서 승패가 확연하게 갈리면서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부와 민주당은 오는 715일로 정한 공수처 출범 목표 시기에 맞춰 검찰 개혁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이달 말 2차 자문위원회를 열고 공수처장 인선 등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7월 출범할 공수처
새 처장에도 밀릴라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을 받아 문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는 만큼 제1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서 원내3당이 캐스팅 보터로 떠올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하도록 돼있다. 사실상 여당 성향 위원 5명과 야당 성향 2명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들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자에 한해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다.

야당 추천 몫 위원 2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범여권 야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서 야당 몫 2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제1야당인 통합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문병희 기자

반대로 통합당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제2야당이 되면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모두 갖게 돼 공수처 출범에 제동을 걸 수 있다. 4·15총선서 미래한국당은 19,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얻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가 의원 꿔주기나 군소 정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대결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서 MBC가 제기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면서 윤 총장 힘빼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윤 총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사퇴 없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선거일에 대검 검사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언급했고, 이전에도 취임사와 신년사 등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2년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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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