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 장종완 작가의 개인전 ‘프롬프터’를 선보인다. 장종완은 이상향을 쫓는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환상,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현실의 모순을 이야기해왔다.
장종완 작가는 지난 2017년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서 ‘오가닉 팜’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진행했다. 대안공간과 미술관 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온 그가 상업화랑서 연 첫 개인전이었다.
희망의 이미지
유토피아는 실재하지 않는 환영에 불과하다고 말해온 장종완은 특유의 전원적이면서 냉소적인 시각을 담은 작품을 소개했다. 사슴 가죽 위에서 사슴들이 한가로이 뛰노는 낙원처럼 그의 작품에선 익숙한 기괴함이 풍겼다.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는 곳’ 혹은 ‘좋은 곳’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장종완의 작업에는 유토피아의 이중적 해석이 모두 들어 있다. 그가 보여주는 유토피아는 낯설고 불안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장종완은 네이버 문화재단서 진행한 ‘헬로 아티스트’ 인터뷰서 “예전부터 종교단체 광고 전단이나 사회주의 국가의 선전 포스터 그림을 좋아했다”며 “어느 이름 모를 종교인이 건네준 천국의 풍경이 담긴 선전물이, 작품을 시작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유토피아에 대한 이중적 해석
‘세상에 없거나’ 혹은 ‘좋은 곳’
이어 “유토피아의 풍경들은 과도하게 아름답고 희망차다. 또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며 “이런 이미지들은 마치 과하게 성형한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 낯설고 불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이미지와 상반되는 감정의 생성이 너무 흥미로웠고 작품화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인선 헬로! 아티스트 작가선정위원은 “장종완이 불안감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배치시키는 방식이 흥미롭다”며 “요상스러운 화려함을 발산하는 색채 감각이나 서로를 힐끔거리면서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맹수들과 초식동물들의 억지스러운 만남도 그의 작품 속에선 사뭇 평화롭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종의 생물들이 공존하고 호기심과 애정, 존경 등 다양한 감정선들이 얽혀있다. 거기서 오는 긴장감과 평화로움은 장종완의 시야 속에 들어온 만화경 같으면서 또 현실의 풍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종완은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환상 그 이면에 있는 현실의 모순을 우화적인 서사가 있는 회화나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이번 개인전 ‘프롬프터’서도 그 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프롬프터는 연극이나 TV드라마 촬영장서 관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연기자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 사람 대신 텔레프롬프터라 불리는 디스플레이를 흔하게 사용한다.
전시장, 연설장처럼 꾸며
정치 무대 속 숨겨진 의미
장종완은 이번 전시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회담을 진행하거나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는 다양한 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정치선전적인 회화나 오브제에 주목했다. 실제 아라리오뮤지엄 지하 전시장을 연설장처럼 무대화했다.
각국의 대통령 집무실, 의사당, 회담장 등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나 소품은 모두 지도자의 권위와 그 나라가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 마치 연극무대 한편에 몰래 자리 잡은 프롬프터처럼. 이들은 상징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치적 기호로써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낯섦과 불안
아라리오뮤지엄 관계자는 “장종완은 이러한 조형물들에 정치 선전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점을 작가 특유의 동식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통해 유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올 봄 장종완이 심어놓은 신기루 같은 환상들이 던지는 화두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장종완은?]
1983년 부산 출생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2009)
▲개인전
‘오가닉 팜’ 아라리오갤러리(2017)
‘나는 네 소리를 듣는다’ 금호미술관(2015)
‘황금이빨’ 스페이스 윌링 앤 딜링(2015)
‘이상한 돌’ 살롱드 에이치(2012)
‘S.O.S’ 텔레비전12(2011)
▲단체전
‘현대회화의 모험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2019)
‘토끼가 거북이로 변신하는 방법’ 니콜라이 쿤스트홀(2019)
‘뉴멘틱 띵’ 을지로 오브(2019)
‘두번째 풍경’ 북서울미술관, 서울(2018)
‘히든그리드’ 플랫폼 아웃사이트, 서울(2018)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