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송은 문화재단이 라오미 작가의 개인전 ‘상상의 정원에 진짜 두꺼비들을’ 전을 선보인다. 라오미는 오래된 장소나 사진, 사물 혹은 그 시대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목적을 상실해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왔다.
송은 문화재단은 신진 작가들의 자발적인 전시 개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1월 송은 아트큐브가 개관한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공간과 도록 제작을 지원 중이다. 라오미는 2019∼2020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작가로 선정됐다.
기억 있지만
라오미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수집해 이것들이 현존했던 과거의 시간을 추정하고 상상의 이야기를 더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 ‘상상의 정원에 진짜 두꺼비들을’ 전에서는 역사적, 문화적 자료에 기반해 특정 장소나 사물 등을 둘러싼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를 수집, 이를 바탕으로 상상의 서사를 구현했다.
그는 영화미술, 무대 미술 분야서 활동하며 시나리오 속 장소를 실제에 가깝게 연출하기 위해 인물과 공간을 분석하고 이와 연관된 이미지들을 수집한 경험이 있다. 당시의 경험은 근대 사진, 잡지, 조선화와 극장의 배경그림 등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현재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오래된 장소와 사물에
상상의 이야기를 더해
작업 초기에는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금강산 사진엽서와 조선 최초의 무대미술가 원우전의 그림서 발견한 이미지를 토대로 과거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물인 ‘유람극장, 금강산 관광’ 작품을 통해 금강산 관광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갈망을 소재로 삼고 작가의 환상을 더해 재구성했다.
이후 각각 1957년과 1969년 개관해 당시 성행했지만 현재는 폐관돼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청계천 바다극장과 인천 미름극장서의 전시 ‘동시상영’을 소개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인간의 욕망과 이상을 무대 위에서 구현했다.
라오미는 여전히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점차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잊히는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를 재조명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고자 했다.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해항 도시의 지역적 특성에도 주목했다. 인천항서 중국 단둥항까지 떠났던 긴 여정서 시대성과 역사성을 지닌 특정 장소와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상상의 정원에 진짜 두꺼비들을 작품은 떠나는 배의 뒷모습을 담았고 배에서 마주했던 실제 사건들과 유람 중에 각 도시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 건물 등에서 찾은 도상을 동일선상에 펼쳐냈다. 여기에 작가 본인이 직접 겪은 풍경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한 골동품 상가서 인쇄 병풍을 수집했고 1930년대 일본 신문과 조선오노다 포대자루 등으로 배접된 병풍의 뒷면에 주목해 일본과 서울, 함경남도, 신의주 등을 거쳐 왔을 병풍 그림의 행로를 추정했다. 또 수집한 병풍 그림을 작가의 시공간인 전시로 끌어들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가 공존하는 해항 도시
장소를 기억하는 사람들
단둥서 바라본 신의주 공장과 근대 건축물, 상징적 조형물을 한 화면 안에 중첩한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작품은 역사와 사건, 이야기 등이 혼재돼 실제와 상상이 공존하는 한 편의 현대적 설화로 재탄생됐다.
이 외에도 인천 북성포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과 그곳에서 출발했을 당시의 풍경을 담은 ‘표류를 위한 항해술’, 근대사의 중요한 지점이자 각국의 역사를 지닌 개항 도시 인천과 요코하마의 풍경을 재현한 ‘동시적 환상’ 등도 선보인다.
의미를 잃은
송은 아트큐브 관계자는 “이번 개인전은 라오미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 추측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에 환상을 더해 상상의 정원을 만들어낸 전시”라며 “관람객들은 작가가 펼친 내러티브를 발견하면서 동시에 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5월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라오미는?]
▲학력
성균관대학교 동양학과 석사 졸업(2018)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2006)
▲개인전
‘간막극’ 갤러리밈(2019)
‘동시상영’ 바다극장/미림극장(2018)
‘밤보다 긴 꿈’ 성북구립미술관(2017)
‘물구경 꽃구경’ 쉼 박물관(2015)
▲그룹전
‘다중세계를 향해 작동하는 안테나’ 화이트블럭아트센터(2019)
‘환대의 장소’ 양지리 마을창고(2019)
‘안은미래’ 서울시립미술관(2019)
‘인천에서 요코하마까지 잭앤베티&미림 프로젝트’(2019)
‘Brisas de Corea’ Art Galery Saro Leon(2019)
‘CRE8TIVE REPORT’ OCI미술관(2019)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