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꽃을 든 남자' 최석준 법정 공방 미스터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31 16: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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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 3월 3억65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알려진 가수 최석준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법정에 선 증인들의 증언이 제각각이고 최석준에 대한 갖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거기에 피고인들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최석준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꽃을 든 남자' '꽃잎 사랑' 등을 부른 가수 최석준(52)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을 사칭한 사기 조직에게 3억6500만원을 뜯겼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른바 '구권 사기사건'이다. 당시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최석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처분해 수익금을 주겠다"는 박모(57)씨 등 3명의 속임수에 넘어가 4차례에 걸쳐 돈을 건넸다.

비밀 통치자금?

박씨 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행세하며 "지하창고에 박 전 대통령이 숨겨둔 수조원대의 금괴, 구권화폐, 일본채권 등이 있는데 이를 팔아서 130억원을 주겠다. 대신 창고 문을 열려면 수수료가 필요하니 선불금을 달라"면서 최석준으로부터 1년간 4차례에 걸쳐 3억6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이런 혐의로 자금관리책인 박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장모(48)씨와 유모(45)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유씨를 검거했다. 장씨는 아직까지 수배 중이다.

그런데 증인 신문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제기됐다. "장씨가 P사의 사업에 관여하는 것을 막아 최석준이 오히려 그 사업에 끼어들려고 그 희생양으로 피고인들을 고소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장씨는 IT업체인 P사의 지분 10%를 가진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며 최석준의 고향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8일 제14회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최석준에 따르면, 최석준은 박씨를 고향후배인 장씨의 소개로 2010년 9월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 E커피숍에서 만났다.

"비밀 통치자금이 보관된 창고를 열어야 하는데 창고를 열기 위해서는 구권 화폐를 구해야 한다. 당신이 돈을 빌려주면 1개월 안에 원금에 2억원을 더해서 돌려주겠다. 3500만원을 빌려달라"는 박씨의 말에 최석준은 박씨에게 그 자리에서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3장,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5장을 건넸다.

지난해 1월 같은 장소에서 장씨와 박씨를 만난 최석준은 "창고를 여는데 모 의원이 방해를 하고 있다. 다른 창고의 문을 열기 위해 3000만원이 필요하다. 1월30일까지 원금 이외에 2억원을 추가로 더 지급하고 골동품 항아리를 담보로 맡기겠다"는 박씨의 말과 확약서를 작성해준 장씨를 믿고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3장을 추가로 건넸다.

같은 해 9월경 "창고를 열어야 하는데 정부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 다른 곳에 있는 창고를 모두 열어야 하니 3억원만 투자 형식으로 빌려 달라"는 박씨의 말에 장씨가 소유하고 있는 P사의 주식 지분 3%를 양도받기로 하고 최석준은 또 다시 1억원을 건넸다.

역시 같은 해 10월17일 박씨는 최석준에게 구권 화폐 1만원권 합계 1억원 상당이 담긴 가방을 담보로 맡기고 2억원을 받았다.

11월20일 박씨는 최석준에게 "맡겼던 구권 화폐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빌려줬던 돈을 돌려줘야만 구권 화폐를 돌려주겠다"는 최석준의 말에 박씨는 "자기 윗선"이라며 유씨를 최석준에게 소개했다.


유씨는 최석준에게 '2011년 11월25일까지 4억원을 지급하며 12월30일까지 50억원을 공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지급확약서를 써줬고 최석준은 그 말을 믿고 구권 화폐 1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1개를 박씨에게 넘겼다.

피고인 부인 "최석준, 검찰 인맥 과시했다"
최석준 '구권 화폐' 실제 존재 믿고 있었나?

"누구를 믿고 투자 내지 돈을 건넸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최석준은 "장OO라는 고향 후배를 믿었다"며 "나는 노래만 할 줄 알고 사회경험이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최석준은 "장씨를 믿고 P사에 1억5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변제받은 적이 있다"며 "P사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줬는데 1억5000만원을 빌려주고 주식 지분 2%를 액면가로 양수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식지분을 넘겨받은 것은 P사의 전망이 유망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냐"는 박씨 변호인의 질문에 최석준은 "장OO의 말만 믿었다"면서 "고향 후배니까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사안에 대해서 좋고 나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여기까지가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의 최석준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7월6일 제16회 공판 증인 심문에 참석한 방모 P사 대표이사의 말은 달랐다. 이날 방씨는 "최석준으로부터 P사와 관련해 장씨와 맺은 사업약정서 등을 모두 해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 최석준이 장씨에 대한 감정적인 트러블이 상당히 심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알려져 있던 것과는 다르게 '구권 화폐'가 아닌 '국권 화폐'라는 주장도 나왔다.

방씨는 "최석준은 P사가 매우 유망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고 지분을 받거나 기계를 구입하는 등 사업에 동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석준이 피고인들을 고소한 이유가 피고인들을 구속하거나 처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장씨가 P사 사업에 관여하는 것을 제거해 최석준이 오히려 그 사업에 끼어들려고 그 희생양으로 피고인들을 고소했다는 내용의 말을 최석준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최석준이 국권 화폐의 존재를 실제 믿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씨는 "최석준이 직접 가서 (국권 화폐를)확인했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최석준은(국권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석준은 국권 화폐사업에 동참하려고 한다는 뜻을 밝힌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씨의 처 A씨가 지난 24일 제출한 탄원서에도 최석준이 장씨를 잡기 위해 박씨와 유씨를 고소했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 탄원서에 따르면 최석준은 A씨에게 검찰직원들과의 인맥을 과시했다.

재판 결과 주목

A씨는 "최석준이 '유씨는 내가 좋아하고 직접적인 죄가 없다. 하지만 장씨와 박씨를 엮어만 주면 유씨는 합의를 해주겠다. 내가 지금 검찰 직원들 접대 마치고 나온 것이며, 검찰에도 인맥이 있어서 장씨를 엮어서 사건화시키겠다'고 말하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말하게끔 당시 나를 회유했다"고 작성했다.

현재 검찰 측은 박씨와 유씨에게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한 상태다. 최종선고는 오는 8월1일이다. 박씨와 유씨, 그리고 A씨는 최석준을 무고죄로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사실을 말하는 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공인인 가수 최석준이 정말 사기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박씨, 유씨, 장씨가 억울한 누명을 썼는지에 대한 재판 결과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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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