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미래통합당 송파갑 김웅 후보

‘정치인’ 김웅을 말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총선서 판가름이 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여덟 번째인 미래통합당 송파갑 김웅 예비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미래통합당 송파갑 김웅 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순하고 명랑한데 이른바 ‘똘끼’가 있다. 그래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그때는 누구보다 잘 싸운다.” 21대 총선서 송파갑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는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을 사기극이라 칭하며 검사직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김 후보는 변호사 개업을 위해 사무실까지 얻은 상태였지만, 새로운보수당의 깜짝 영입 제안으로 여의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누구보다 잘 싸운다는 그는 인터뷰서 최전선에 나가 당의 승리를 이끌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인간김웅, ‘정치인김웅을 조명해봤다. 아래는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가.

어렸을 때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병원에 오래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하고 다르게 소심했고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이런 건 아니었다. 수업에도 거의 관심이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책을 많이 읽었다.

-공부를 잘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후에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열심히 했다. 극적으로 성적이 올랐던 케이스다.


-평소 성격은 어떤가.

순하고 명랑한데 이른바 똘끼가 있다. 그래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그때는 누구보다 잘 싸운다. 하지만 평상시는 굉장히 순하고 착한 편이다.

-학부 때 정치학을 전공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가.

고등학교 선배 중 한 분이 정치학과 출신이셨다. 정치학과는 거의 공부 안하는 과로 주로 시골 애들이 많다고 해서 갔는데 플라톤이나 홉스, 마키아벨리 등과 같은 정치 철학을 주로 배웠다. 나름 재밌었긴 했는데 현실 정치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법조인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학부 때 수업보다는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할 때는 시민단체에도 기웃거렸다. 친구들하고 매일 농구하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는데 판사가 된 친구가 찾아왔다. 나중에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좋은 옵션이 생기니 사법시험을 보라고 하더라. 그 친구가 책을 물려줘서 그걸로 공부를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검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험 삼아 한 게 컸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면 판·검사, 변호사 중에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두 달 정도 검찰서 실무 실습을 했는데 밖에서 검찰을 본 것과 달랐다. 재밌는 면도 많았고, 장점도 많은 활동적인 직업이었다. 또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검찰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 검사생활을 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느꼈다.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선배들이 후배들을 아끼고 도와주는 그런 문화, 그런 부분이 참 좋았다.

-검사 생활에 적응을 못했다고 했다.

▲1-2년 정도만 검사 생활 하면 평생 검찰 출신이 되기 때문에 시작했는데 잘 적응을 못했다. 지금 상태서 그만두면 항상 꼴찌 검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검사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난 후에 사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 검사 모습을 만들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웃음)

-<검사내전>의 저자다. 책에서 생활형 검사라고 했다.

검사도 다른 직업들과 다르지 않다. 검사는 직업윤리가 중요한 것이지, 마치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살아선 안 된다. 직업으로서 충실하게 지내는 게 가장 좋다뭔가 특별한 일을 하면서 세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 생활형 검사는 출판사 사장님과 치킨을 먹다가 만들어진 이름이다. 사장님이 내게 평소 꿈이 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근무지를 발령받았으면 좋겠고, 딸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게 꿈이라고 대답하니 생활형 검사라고 지어주셨다.

-‘정치 검사라는 비판도 있다.

통상적으로 정치 검사, 정치 판사라고 하는 것은 정부여당의 권력을 그대로 쫓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난 권력을 따라가지 않았다. 지금 정부여당서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 업무에 대해서 검사 시절부터 반대했고, 나와서도 여전히 같은 입장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판사 출신으로 야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되셨다. 그렇다고 그를 정치 판사라고 비판하진 않는다.

조국이 사느냐 윤석열이 죽느냐 기로
“평소 스타일대로 명랑하게 싸울 것”

-대검 미래기획단장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좌천됐다. 심정은 어땠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스갯소리지만 검사 생활하다가 법무연수원 교수가 됐는데 출세한 거 아니냐. 난 출세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일을 제대로 했구나 싶었다. 내 출세나 보직을 위해 권력과 타협한 게 아니고 제대로 싸웠다는 훈장이라 생각한다. 좌천 후에도 동료들과 재밌게 잘 지냈다.

-새보수당의 영입 인재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보수당을 선택한 이유는.

새보수당은 소신 있고 늘 반성하며 개혁하고자 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중요시 여겼기에 나와 맞다고 생각했다. 난 지금 집권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설득과 토론을 통한 이견 조정이란 게 아무 의미가 없음을 느꼈다. 결론을 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고, 이견들은 전부 다 날려버리는 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정부여당이 하고 있는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 분명히 경고를 하고, 그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적합한 당이라고 생각했다.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 ⓒ문병희 기자

-갑작스런 정치 입문이다.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무실까지 이미 얻어놓은 상태다. 동업하기로 한 친구는 현재 망연자실 상태다.(웃음) 가족에게 미안하고, 두 번째로는 동업하기로 했던 친구에게 미안하다. 동업자도, 어머니도 입당식 방송을 보고 그날 아셨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저렇게 참혹한 인사를 받고 수사를 받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들고 일어나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새보수당 이혜훈, 유승민 의원 쪽에서 함께하면 어떻겠냐는 그런 제의가 왔는데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2~3일 생각하고 하겠다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민주당 인사와 더 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아무래도 훨씬 친했으며 정서적으로도 교감이 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모두까기스타일이었다. 민주당 인사를 만났을 때도 민주당 정책을 자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서도 러브콜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건 아니다. 문자는 왔는데 그게 진짜인지는 모른다. 공식적으로 만나보자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이후 새보수당과 미래통합당이 합쳐졌다. 총선 전 보수통합을 예상 했는가.

입당 전 유 대표가 통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판단했다.

-통합이 되면서 순식간에 거대정당의 정치신인이 됐다.

▲내 가치관은 거대정당서의 ‘One of them’이 아니다당에서 가장 중도에 가까운 쪽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데 국민들이 누구에게 더 힘을 실어주실지가 중요한 문제다. 만약에 그런 가치관을 버리게 되면 나의 효용성이 사라지게 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이후 두 차례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인사였다. 절차나 전례나 방법에 있었을 때 어느 것 하나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사다. 오죽하면 언론서 인사 학살이라는 표현을 썼겠나. 20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해왔지만 이 정도의 막무가내, 조폭식 인사는 처음이다. 장관이 나서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사를 비난하고 좌천시켰다. 게다가 청와대 최강욱 비서관은 본인이 기소됐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공수처서 수사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나. 내가 세상을 살아왔던 상식에 비춰봤을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서 공약 1호를 공수처 폐지로 정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통과시킨 공수처법에 대해 전면 반대다. 공수처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처이자, 조국 방패 수사처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하고 있으면 뺏어가서 수사를 중단 시킬 수 있다. 당하고는 특별히 의견이 다른 건 아니다.

-21대 총선서 송파갑에 공천 확정됐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는 정치라는 걸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같은 경우는 조국이 다시 살아오느냐, 윤석열이 죽느냐, 국민이 승리하느냐 그런 판국이다. 직접 최전선에 나가서 싸워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다고 한다 해도, 정치 신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직접 심판을 한 번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지역구 중 송파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송파는 총선서 승리하기에 상당히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송파갑은 전문직들이 주민들에게 선택을 받아왔던 곳인 점도 고려했다. 게다가 송파서 살아보고 싶었다. 여유가 있는 지역이다.

-송파갑 지역 현황에는 어떤 것이 있나.

부동산과 교육에 대한 중산층의 기본적인 니즈가 높은 곳이다. 재건축 문제들도 산적해있다. 정부의 부동책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송파 분들은 그런 점에 대한 불만이 높다. 풍납동 같은 경우에는 풍납토성 때문에 개발이 제한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 제반 여건에 비해 재산권 행사의 제약이 있다. 잠실동 같은 경우는 재건축을 하면서도 옛날 건물이다 보니 철거 과정서 석면 노출의 우려가 있다.

-송파갑은 보수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사실 현재의 민심은 정확하게는 모른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우리 정당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공천 작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심을 보여드려야 한다.

“검사는 과거를 좇고
정치인은 미래 제시”

-검사와 정치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검사는 과거를 좇는 사람들이다. 과거에 얼마나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은 정반대로 과거는 별 의미가 없다.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하는 말들을 국민들이 미래에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직은 그런 부분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그런 감각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나의 목소리로 통일되는 것이다. 이견은 저항이고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프레임을 짜는 것은 민주주의서 상당히 위험한 요소다. 정부여당이라고 하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시간을 갖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예컨데 참여연대서도 검찰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는데 그걸 반대하고 있으면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한다. 검찰들이 자기들 권한을 내놓기 싫은 것이라고 프레임을 만든다. 프레임 전쟁으로 끌고 가 선악으로 구분하게 만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아주 치명적이다.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 ⓒ문병희 기자

-한국 정치 지형의 현주소를 알려달라.

대화나 타협, 소통 같은 게 사라졌다. 선동으로 모든 권력을 다 쥘 수 있는 그런 형태가 된 것인데 강력한 팬덤이 생겨나 결국 유사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결국 정치라는 건 효용성이 중요하다. 정의를 내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과 분쟁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첫째로는 반성해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면 약자 층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위험하다. 근데 과거 보수정부는 헌법적 가치를 오히려 무시하고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내팽개쳤다. 보수를 똑같이 권력을 잡는 도구로만 활용한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세상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도구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재발 방지책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잡았을 때 다시는 옛날처럼 국가기관을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약한 사람을 뭉개버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진보적 가치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무조건 진보가 나쁘다고 생각할 게 아니다. 진보가 던지고 있는 화두들, 세상을 바꿔나가자 하는 것들 중에는 분명히 미래에 대한 솔루션이 있다.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진보가 제시하고 있는 솔루션들 중에 부작용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지금은 진보나 보수나 다 위기다. 같이 가야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예전에 검사 생활할 때도 선배들이 말하는 검사상 대로 하니 잘 안 됐다스타일대로 명랑하게 싸울 때는 싸울 것이다. 국회의원이 돼도 국회의원 같지 않은, 변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공약 1호는 무엇인가.

권력기관의 분산이다. 권력자가 꼴보기 싫은 사람을 마음껏 해코지할 수 있는 그런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총선은 정말 중요하다. 민주주의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성장하고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인류 역사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는 잠시 반짝 빛났다가 금세 묻힌다. 늘 갈고 닦아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준엄하게 꾸짖어서 심판해주셨으면 한다지금 진보진영 쪽에서도 유사 전체주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정부여당의 방향이 일방적이고 폭압적이다. 이번 선거서 제대로 심판되지 않으면 조국 같은 사람이 살아나고, 윤석열 같이 자기 일 하는 사람이 구속되는 그런 세상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sangmi@ilyosisa.co.kr>


[김웅은?]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법무보좌관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지청장
▲인천지방검찰청 공안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법무연수원 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