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광화문서 개최한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올해 총선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보무도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 이유로 “우리 당에 많은 중진 의원이 있는데, 중진 의원들도 험한 길로 나가달라. 신진 세대들에게 정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말인즉 자신이 험지에 출마할 테니 중진 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를 신진 세대에게 양보하고 험지에 출마하라는 의미였다.
이 이야기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참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이 나라 정치 현실, 특히 선거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속된 표현으로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비쳤을 게다.
아울러 영남권에 기반을 둔 중진 의원들에게는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전철을 밟아 그만 정계서 물러나라는 우회적인 경고로도 비쳐질 수 있을 정도였다. 이를 반영하듯 홍준표 전 대표는 다음날 “입당 1년도 안 된 사람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나”라고 비판했다.
각설하고, 황교안 대표가 최근 전격적으로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와 관련한 그의 변 중 일부를 인용해보자.
“이번 총선서 험지보다 더한 험지에 가겠노라 여러분께 약속했습니다. 결국 그곳은 문재인정권과 가장 가까이서, 가장 강력하게 싸울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 종로 출사표를 올려드립니다. 종로를 주목해주십시오. 종로 선거는 후보 간 대결의 장이 아닙니다. 무지막지한 무법왕 -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입니다. 경제와 민생을 무너뜨린 무능의 왕국 - 문재인정권과의 한 판 대결입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대통령 출사표를 연상시키는 동 내용을 살피면 과연 ‘황교안답다’는 생각만 일어난다. 매사 정도를 기피하고 오로지 꼼수로만 일관했던 그의 행태를 그대로 반영한 출사의 변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먼저 ‘험지’가 ‘험지보다 더한 험지’로 바뀐 부분에 대해서다. 참으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험지면 험지지, 험지보다 더한 험지는 무슨 의미인가. 그런데 황 대표는 종로를 지칭해 험지보다 더한 험지라고 했다.
이 말인즉, 자신이 선택한 종로서 자신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라는 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니 말뿐만이 아니다. 이낙연 전 총리를 상대로 황 대표가 승리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마치 이를 입증하듯 황 대표는 자신의 상대를 이 전 총리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으로 설정했다. 이 대목서도 황 대표의 지독한 꼼수가 숨겨져 있다. 즉 자신의 총선 참여 목표는 국회의원 당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임을 은연 중 밝힌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그의 꼼수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금번 선거를 자신의 대선 레이스로 가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 자신의 종로 출마, 자신의 희생을 빌미로 그에 버금가는, 아니 그를 상회하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공천과 관련, 자기 사람 심기에 올인해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꼼수로 한국당은 조만간 공천 문제로 아비규환에 처해질 게다. 그리고 그가 진퇴양난에 빠져 내린 꼼수는 당 차원서 살피면 결국 자충수로 끝날 수밖에 없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