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김광빈 감독 “마스크 벗고 영화 보는 환경으로 돌아오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군입대를 앞둔 늦은 나이, 한 청년은 선배들이 찍는 촬영장의 붙박이가 된다. 출연 배우들의 대사에 다른 잡음이 섞였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동시 녹음기사로 무려 13개월 동안 몸을 섞었다. 무보수였다. 그 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5년 선배는 국내 최고의 배우가 됐고, 당시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스타 감독 내지는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영화 제작자가 됐다. 배우는 하정우고, 감독은 윤종빈,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다. 
 

▲ ▲▲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 ⓒ문병희 기자

촬영만 마치고 군대에 가서야 <용서받지 못한 자>를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했다. “음,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였군”이라며 감탄한 채 두 사람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편집과 동시녹음 등 다양한 스태프를 하면서 영화를 착실히 준비했다. 워낙 스릴러와 공포를 좋아한 덕에 공포 장르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그리고 2016년 친했던 형이자, 감독과 제작자로서 안목이 좋은 윤 감독으로부터 검토받기 위해 저녁식사를 한다. 그 자리에는 하정우도 왔다. 김광빈 감독의 <클로젯>은 이렇게 출발했다. 

윤 감독의 마음에 돈 한 푼 안 받고 힘든 일을 도맡아준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훌륭했던 덕일까. 윤 감독은 키워보자는 생각에 시나리오 수정을 요청하고, 김 감독도 이에 따랐다. 대본의 지속된 업그레이드와 함께 하정우와 김남길이 캐스팅된다. 동서양과 신구(新舊), 공포와 드라마가 섞인 꽤 아름다운 공포영화를 만들어낸다.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윤 감독과 하정우 배우에게 고마움이 정말 크다”는 김 감독을 최근 만나 영화가 만들어진 여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광빈 감독과의 일문일답. 

-벽장이 작품의 제목이자 중요한 소재다.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2016년 쯤이었던 것 같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벽장이 열려 있었는데 무섭고 소름끼쳤던 순간이었다. 그 느낌이 시나리오로 이어졌다. 이런 소재에 제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상처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때부터 글을 쓰게 됐고, 2년 정도 수정했다. 애초 드라마 라인이 있었는데, 워낙 오랜 시간 수정했고, 혼자서도 계속 수정을 많이 해서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 당초 큰 골자는 벽장 넘어에 있는 아이들의 세계에 아이를 구하러 간다는 것이다. 물리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윤종빈 감독을 찾아간 이유가 있나? 혹시 윤 감독이 제작자로서 후배들을 잘 챙기기 때문인가?

▲친했던 선후배 사이고, 시나리오를 검토받고 싶었다. 제작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윤 감독의 회사(월광) 색깔과 달라 제작까지는 생각도 안 했다. 그런 동생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선뜻 재밌다고 하셨고, 이렇게 인연이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무보수였다. 어떻게 13개월 동안 함께 했나. 

▲내가 학교 다닐 때 잘 따르는 동생이었다. 원래 영화과는 서로 품앗이 문화가 있는데 도와준 것 뿐이다. 군대 가기 전에 마땅히 할 게 없었다. 2004년에 입대를 했고, 군에서 OCN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다. ‘정말 리얼리티한 영화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때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었다. 군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나니 엄청 리얼리티라고 느꼈다.

-실제로 귀신이나 안 좋은 기운은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거나, 왕따를 당했거나 등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있는 사람들한테 잘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노린 건가?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 제가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가해한 어른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서 출발했다. 다큐멘터리나 이런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엄청 분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아이들이 그 분노가 쌓이면 많이 무서울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을 무찌르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달랐다.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해 보였다.
 

▲ ▲ⓒ문병희 기자

-아동학대 관련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착안했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서 많이 하던데 그런 걸 본 것이다. 사건들을 보면 어른들이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명하기에만 급급하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이야기인데, 이걸 잘 지켜보기만 했어도 덜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상원(하정우 분)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구하러 가는데, 그런 의미를 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드라마를 통한 메시지가 강하지는 않다. 스무스하다고 해야 하나. 가르치려는 느낌은 아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더 길게 혹은 더 짧게도 있었다. 이 선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던 건 상업영화기 때문에 재미가 우선이었다. 영화를 본 뒤 가만히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느낌 정도 이길 바랐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육체가 영의 세계가 간다는 거다. 대부분 영혼만 가는데, 이 영화는 육체까지 보내버린다. 

▲그곳에 구하러 가서 여러 고통을 느끼면서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서 명진이 막으려고 할 것이고 육체 및 정신적인 고통을 통해 역경을 겪길 바랐다.

-눈길이 남는 건 명진의 부친으로 나오는 박성우의 표정이다. 굉장히 섬뜩하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 같다.

▲극단적으로 생각이 삐뚫어졌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윤 감독님이 추천해주셨다. 현장서 큰 주문을 하지 않았다. 본인이 해석한 건데 정말 좋았다. ‘이렇게 살 바에 빚도 지지말고 죽는게 차라리 편할 거야’라며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데, 그 사람의 생각이 표정으로 전달되길 바랐다. 정말 그 표정이 좋았다.

-벽장은 서양, 무당과 어둑시니는 동양적이다. 촛불이나 밀집인형은 클리셰에 가까운데, 허 실장(김남길 분)이 갖고 나오는 최신식 장비는 참신하다. 공포와 드라마도 적절히 배분됐다. 여러 혼종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디까지 의도했나. 

전체적으로 생각을 했을 때 좋아하는 영화가 딱 무섭기만 한 영화보다 무서운 와중에 어떤 이야기 또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공포 장르도 있지만, 다른 변주를 해서 색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소품도 한가지 종교에 몰입하기 보다 다양하게 섞었다. 무속이 나오는 부분은 고증을 열심히 했다. 특히 첫 장면에 비디오 장면에서 신발이 뒤집혀져 있는데, 그게 실제로 사라진 아이를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부적도 공들여서 했고 주문도 실제로 있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EMF나 CCTV는 서양 퇴마사들이 귀신 찾을 때 쓰는 기기다. 허 실장은 이거 두 개를 동시에 하는 캐릭터다. 엄마가 무당으로서 귀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해 무속만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을 인용한 것인데, 확실한 방법으로 명진을 찾아나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재밌지 않나.

-귀신을 믿나?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이 없다. 그런데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관망하는 정도다.
 

▲ ⓒ문병희 기자

하정우는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친한 형이다. 제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배우기도 하지만 감독 선배기도 한데, 현장에서는 감독으로 대우해주셨다. 연출에 있어서 많은 팁을 알려줬다. 예를 들면 ‘잘 모르면 그냥 한 번 더한다고 해’라고 하셨다. 굳이 ‘왈가왈부하지 말고 좋은데 한 번 더 가시죠라고 하라’고 했다. 시답지 않은 이유를 대는 것보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더 가자고 하라는 거다. 그러면 배우들은 간다. 오히려 이상한 말들이 배우들을 더 헷갈리게 한다는 거다. 잘 배웠다.

-김남길에 대해 말한다면?

▲김남길이 연기한 경훈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사기꾼처럼 처음에 의심을 사지만 퇴마를 할 때는 진지한 그 온도 차에 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퇴마 의식은 특정 종교가 아닌 다양하고 색다른 의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촬영 전부터 자료를 모아가며 소통을 많이 했다. 김남길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했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게 잘 표현해줬다. 만화적 상상력이 좋아서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

-상원의 딸 이나로 나오는 허율이 정말 놀랍다. 캐스팅을 정말 잘한 것 같다.

▲율이는 500대1을 뚫었다. 율이 같은 경우는 워낙 영민해서 디렉팅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 빨리 흡수하고 연기해줬다. 아역 전담 코치가 늘 상주했다. 그 선생님이 <허삼관 이야기> 때 하정우 배우 아역들을 지도해주신 분인데 본인도 아역을 하셨다. 그래서 아역들의 고충도 잘 알고, 시선을 잘 맞춰주고 원하는 바 정확하게 전달해줬다. 그러한 소통이 잘 이뤄졌는데, 율이 자체에 재능도 뛰어나니 호평을 받는 것 같다.


-사실 너무 안 좋을 때 개봉을 했다. 코로나 공포가 정말 강력하다. 데뷔 감독으로서 슬플 것 같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물론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다 같이 가슴 아픈 상황인 거 같다. 저 말고 다 아파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아주 극도로 힘들지는 않다. 하 배우와 윤 감독이 어쨌든 이 영화의 운명이니까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인정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제 영화를 다 떠나서 잘 되면 좋고, 많이 봐주셨으면 하지만, 이런 문제로 힘든 사람들은 없었으면 한다. 시사회장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왔다. 정말 감사하면서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 벗고 영화보는 환경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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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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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