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김광빈 감독 “마스크 벗고 영화 보는 환경으로 돌아오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군입대를 앞둔 늦은 나이, 한 청년은 선배들이 찍는 촬영장의 붙박이가 된다. 출연 배우들의 대사에 다른 잡음이 섞였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동시 녹음기사로 무려 13개월 동안 몸을 섞었다. 무보수였다. 그 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5년 선배는 국내 최고의 배우가 됐고, 당시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스타 감독 내지는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영화 제작자가 됐다. 배우는 하정우고, 감독은 윤종빈,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다. 
 

▲ ▲▲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 ⓒ문병희 기자

촬영만 마치고 군대에 가서야 <용서받지 못한 자>를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했다. “음,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였군”이라며 감탄한 채 두 사람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편집과 동시녹음 등 다양한 스태프를 하면서 영화를 착실히 준비했다. 워낙 스릴러와 공포를 좋아한 덕에 공포 장르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그리고 2016년 친했던 형이자, 감독과 제작자로서 안목이 좋은 윤 감독으로부터 검토받기 위해 저녁식사를 한다. 그 자리에는 하정우도 왔다. 김광빈 감독의 <클로젯>은 이렇게 출발했다. 

윤 감독의 마음에 돈 한 푼 안 받고 힘든 일을 도맡아준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훌륭했던 덕일까. 윤 감독은 키워보자는 생각에 시나리오 수정을 요청하고, 김 감독도 이에 따랐다. 대본의 지속된 업그레이드와 함께 하정우와 김남길이 캐스팅된다. 동서양과 신구(新舊), 공포와 드라마가 섞인 꽤 아름다운 공포영화를 만들어낸다.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윤 감독과 하정우 배우에게 고마움이 정말 크다”는 김 감독을 최근 만나 영화가 만들어진 여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광빈 감독과의 일문일답. 

-벽장이 작품의 제목이자 중요한 소재다.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2016년 쯤이었던 것 같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벽장이 열려 있었는데 무섭고 소름끼쳤던 순간이었다. 그 느낌이 시나리오로 이어졌다. 이런 소재에 제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상처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때부터 글을 쓰게 됐고, 2년 정도 수정했다. 애초 드라마 라인이 있었는데, 워낙 오랜 시간 수정했고, 혼자서도 계속 수정을 많이 해서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 당초 큰 골자는 벽장 넘어에 있는 아이들의 세계에 아이를 구하러 간다는 것이다. 물리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윤종빈 감독을 찾아간 이유가 있나? 혹시 윤 감독이 제작자로서 후배들을 잘 챙기기 때문인가?

▲친했던 선후배 사이고, 시나리오를 검토받고 싶었다. 제작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윤 감독의 회사(월광) 색깔과 달라 제작까지는 생각도 안 했다. 그런 동생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선뜻 재밌다고 하셨고, 이렇게 인연이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무보수였다. 어떻게 13개월 동안 함께 했나. 

▲내가 학교 다닐 때 잘 따르는 동생이었다. 원래 영화과는 서로 품앗이 문화가 있는데 도와준 것 뿐이다. 군대 가기 전에 마땅히 할 게 없었다. 2004년에 입대를 했고, 군에서 OCN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다. ‘정말 리얼리티한 영화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때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었다. 군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나니 엄청 리얼리티라고 느꼈다.

-실제로 귀신이나 안 좋은 기운은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거나, 왕따를 당했거나 등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있는 사람들한테 잘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노린 건가?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 제가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가해한 어른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서 출발했다. 다큐멘터리나 이런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엄청 분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아이들이 그 분노가 쌓이면 많이 무서울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을 무찌르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달랐다.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해 보였다.
 

▲ ▲ⓒ문병희 기자

-아동학대 관련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착안했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서 많이 하던데 그런 걸 본 것이다. 사건들을 보면 어른들이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명하기에만 급급하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이야기인데, 이걸 잘 지켜보기만 했어도 덜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상원(하정우 분)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구하러 가는데, 그런 의미를 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드라마를 통한 메시지가 강하지는 않다. 스무스하다고 해야 하나. 가르치려는 느낌은 아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더 길게 혹은 더 짧게도 있었다. 이 선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던 건 상업영화기 때문에 재미가 우선이었다. 영화를 본 뒤 가만히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느낌 정도 이길 바랐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육체가 영의 세계가 간다는 거다. 대부분 영혼만 가는데, 이 영화는 육체까지 보내버린다. 

▲그곳에 구하러 가서 여러 고통을 느끼면서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서 명진이 막으려고 할 것이고 육체 및 정신적인 고통을 통해 역경을 겪길 바랐다.

-눈길이 남는 건 명진의 부친으로 나오는 박성우의 표정이다. 굉장히 섬뜩하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 같다.

▲극단적으로 생각이 삐뚫어졌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윤 감독님이 추천해주셨다. 현장서 큰 주문을 하지 않았다. 본인이 해석한 건데 정말 좋았다. ‘이렇게 살 바에 빚도 지지말고 죽는게 차라리 편할 거야’라며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데, 그 사람의 생각이 표정으로 전달되길 바랐다. 정말 그 표정이 좋았다.

-벽장은 서양, 무당과 어둑시니는 동양적이다. 촛불이나 밀집인형은 클리셰에 가까운데, 허 실장(김남길 분)이 갖고 나오는 최신식 장비는 참신하다. 공포와 드라마도 적절히 배분됐다. 여러 혼종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디까지 의도했나. 

전체적으로 생각을 했을 때 좋아하는 영화가 딱 무섭기만 한 영화보다 무서운 와중에 어떤 이야기 또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공포 장르도 있지만, 다른 변주를 해서 색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소품도 한가지 종교에 몰입하기 보다 다양하게 섞었다. 무속이 나오는 부분은 고증을 열심히 했다. 특히 첫 장면에 비디오 장면에서 신발이 뒤집혀져 있는데, 그게 실제로 사라진 아이를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부적도 공들여서 했고 주문도 실제로 있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EMF나 CCTV는 서양 퇴마사들이 귀신 찾을 때 쓰는 기기다. 허 실장은 이거 두 개를 동시에 하는 캐릭터다. 엄마가 무당으로서 귀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해 무속만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을 인용한 것인데, 확실한 방법으로 명진을 찾아나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재밌지 않나.

-귀신을 믿나?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이 없다. 그런데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관망하는 정도다.
 

▲ ⓒ문병희 기자

하정우는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친한 형이다. 제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배우기도 하지만 감독 선배기도 한데, 현장에서는 감독으로 대우해주셨다. 연출에 있어서 많은 팁을 알려줬다. 예를 들면 ‘잘 모르면 그냥 한 번 더한다고 해’라고 하셨다. 굳이 ‘왈가왈부하지 말고 좋은데 한 번 더 가시죠라고 하라’고 했다. 시답지 않은 이유를 대는 것보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더 가자고 하라는 거다. 그러면 배우들은 간다. 오히려 이상한 말들이 배우들을 더 헷갈리게 한다는 거다. 잘 배웠다.

-김남길에 대해 말한다면?

▲김남길이 연기한 경훈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사기꾼처럼 처음에 의심을 사지만 퇴마를 할 때는 진지한 그 온도 차에 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퇴마 의식은 특정 종교가 아닌 다양하고 색다른 의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촬영 전부터 자료를 모아가며 소통을 많이 했다. 김남길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했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게 잘 표현해줬다. 만화적 상상력이 좋아서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

-상원의 딸 이나로 나오는 허율이 정말 놀랍다. 캐스팅을 정말 잘한 것 같다.

▲율이는 500대1을 뚫었다. 율이 같은 경우는 워낙 영민해서 디렉팅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 빨리 흡수하고 연기해줬다. 아역 전담 코치가 늘 상주했다. 그 선생님이 <허삼관 이야기> 때 하정우 배우 아역들을 지도해주신 분인데 본인도 아역을 하셨다. 그래서 아역들의 고충도 잘 알고, 시선을 잘 맞춰주고 원하는 바 정확하게 전달해줬다. 그러한 소통이 잘 이뤄졌는데, 율이 자체에 재능도 뛰어나니 호평을 받는 것 같다.


-사실 너무 안 좋을 때 개봉을 했다. 코로나 공포가 정말 강력하다. 데뷔 감독으로서 슬플 것 같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물론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다 같이 가슴 아픈 상황인 거 같다. 저 말고 다 아파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아주 극도로 힘들지는 않다. 하 배우와 윤 감독이 어쨌든 이 영화의 운명이니까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인정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제 영화를 다 떠나서 잘 되면 좋고, 많이 봐주셨으면 하지만, 이런 문제로 힘든 사람들은 없었으면 한다. 시사회장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왔다. 정말 감사하면서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 벗고 영화보는 환경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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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