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vs AIA생명 'ING생명 인수전'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26 11: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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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국내 생보업계 5위 ING생명의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예상 인수가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인수전 본입찰에 KB금융과 AIA생명이 참여,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KB금융은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위해 실탄을 아껴야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대어를 포기할 수도 없다. 치열한 2파전 속 ING노조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KB금융이 승리할지 풍부한 자금 유동성을 자랑하는 AIA생명이 승리할지 인수향방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NG그룹이 최근 유럽 경제위기의 여파를 돌파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ING생명의 매각을 결정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ING그룹은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을 3개 부문으로 나눠 매각하기로 하고 본입찰 제안서를 받았다. 인수후보 업체들은 동남아법인(홍콩·태국·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다 인수하거나 필요한 곳을 골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전체 매각가격은 7~8조원이다.

AIA생명 유리?

생보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한국법인 본입찰에는 KB금융과 AIA생명이 참여했다. ING생명 한국법인 예상 인수가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지불한 3조9000억원에 가까운 큰돈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의 관건을 '가격'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쩐의 전쟁'인 셈이다.

KB금융은 "가격이 맞지 않으면 무리하게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며 적정가 이상을 써내는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생보사를 사면서 은행값을 치르긴 어렵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인수합병 추진을 위해 '실탄'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KB금융의 내부 유보금은 약 5조원으로 우리금융 합병과 ING생명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려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수다.

그에 반해 AIA생명은 인수 의지부터 다르다. 그간 AIA생명은 대내외적으로 ING생명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한국법인 뿐만 아니라 동남아법인 본입찰까지 참여해 농협생명에 필적하는 생보업계 4위로 뛰어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금력도 막강하다. 홍콩에 본사를 둔 AIA그룹은 아시아·태평양 15개국에서 영위하는 보험업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43억달러에 달한다. KB금융에 비해 풍부한 자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ING생명 한국법인 노동조합은 ING생명이 그동안 배당금이나 컨설팅비 등 형태로 한국에서 많은 돈을 빼내갔다는 이유로 외국계 자본이 다시 새 주인으로 들어오는 것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AIA생명이 ING생명의 새 주인이 되면 사업영역이 겹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KB금융이 인수하면 대형 계열 보험사가 없어서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ING생명 한국법인 노조는 지난 13일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9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 결의를 하고 천막 농성 등을 진행 중이다. 오는 25일부터 31일 사이에는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ING생명 노조에는 전체직원 1020명 중 825명이 가입하고 있다.

노조 지지받는 KB와 자금력 풍부한 AIA 승자는?
ING생명 노조 이달 말 총파업 매각작업 지연 예상

노조 측은 요구조건으로 고용안정협약 체결, 노동조건 수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매각방향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이기철 ING생명 한국법인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고용안정과 단체협약,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관련된 교섭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아 총파업을 실시한다"며 "파업을 결의하는 과정에서도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NG생명 보험설계사 협의회도 사측이 자사 매각 시 높은 가격을 받고자 과도한 보험 계약을 유도하는 바람에 보험 갱신 시 보험료 급등 등 문제가 심각해졌다면서 다양한 형태로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KB금융의 인수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KB생명의 방카슈랑스 판매채널과 ING생명의 설계사 판매 채널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금융도 KB금융 나름대로 취약점으로 꼽혔던 보험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생명과 5위권 자리를 놓고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현재 KB금융 계열사인 KB생명의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이 1.4%에 불과하다.

ING생명의 매각 일정은 추후 실사작업 및 우선협상자 대상을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결정하고, 매각협상 등을 거치는데 약 7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계사들 뿔났다

한편 홍콩·말레이시아·태국 등 3개국을 묶은 ING 동남아법인 인수에는 대한생명과 AIA생명, 캐나다계 보험사인 매뉴라이프,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아들 리처드 리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일본법인에는 일부펀드가 뛰어들었다.

동남아법인 예상 인수가는 3조, 일본법인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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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