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탈북여성들이 용인시 일대 '티켓다방'에 둥지를 틀며 성매매에도 손을 뻗는다는 사실이 지역신문인 <경인일보>의 보도를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그들은 한국에서 제3의 신분인 '탈북자' 취급을 당하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최후의 선택으로 티켓다방을 전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방 도우미부터 티켓다방 성매매까지, 이들의 안타까운 불법 영업실태를 <일요시사>가 직접 파헤쳐봤다.
길게 늘어선 수십여 개의 다방들. 용인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중 아예 문을 닫고 폐업 중인 다방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탈북여성들이 오갈 곳이 없어 티켓다방을 전전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다방 근처에 배달여성들의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탈북여성들의 행방은?
탈북여성들이 티켓다방으로 몰린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 공존하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경제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적응하기에는 버거움이 많다고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젊은 탈북여성들은 국가에서 임대아파트와 생활비를 지원해줌에도 여성 혼자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해 식당과 목욕탕, 마사지숍 등을 떠돌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지만 이들을 장기적으로 고용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을 돈을 모을 수 있는 수단도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 갇혀 결국 티켓다방 종업원으로 취업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몇몇은 티켓다방 뿐 아니라 단란주점 도우미 일까지 하고 있어 불법 성매매로 변질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여기서 번 돈을 북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송금해 주거나,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빌려 쓴 막대한 사채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여성 A씨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그래도 무용을 전공해 잘나갔다. 하지만 이 새로운 곳으로 온 후 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연고가 있던 언니들과 연락해 다방으로 취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이 마을 부근의 남성들만 우릴 찾았는데 요즘은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티켓은 시간당 2만원선이고 2차로 노래방이든 술자리든 원하는 것은 뭐든 해도 상관없다"며 "2차(성매매)는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짧은 치마를 입고 보온병이 담긴 보자기를 들고 다니는 젊은 탈북여성들은 마을주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뒤로한 채 생계유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일 해왔다.
다방 옆 상점주인 B씨는 "탈북여성들이 이곳으로 온 지 꽤 됐다. 한꺼번에 많이 몰려왔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티켓다방에서 일한다. 생활력이 워낙 강한 편이라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자기네들도 다 사정이 있어 저런 일 하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서 참 안쓰럽다"면서도 "쉽게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며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중적인 의견을 내비췄다.
다방만 수십여 개… 티켓여성 인기척도 없어
정부, 탈북자 불법 성매매 철퇴바람 거세져
지난달까지만 해도 용인 수지 일대에 보자기를 들고 모텔 인근이나 노래방에 출입하는 티켓다방 탈북여성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대대적인 성매매 특별단속으로 인해 많이 줄어들어 현재 그들의 행방을 추적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수십여 개에 달하는 다방에 일일이 연락을 취해 배달여성을 섭외하려 했던 기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티켓다방 여성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대부분의 다방들은 배달보다 실내에서 업주와 종업원 한두 명으로 영업하고 있었고 노래방이나 모텔 인근의 배달은 일절 금지돼 있었다. 정부가 티켓다방과 불법 성매매 철퇴에 적극 나서면서 마을에 있던 탈북여성들이 설 곳을 잃고 이와 비슷한 돈벌이를 찾아 다른 지방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한 다방 주인 C씨는 "티켓다방을 오가던 탈북여성의 행방을 알 수 있나"라는 기자의 물음에 "경찰 단속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져서 지금은 티켓이 일절 금지돼 있다. 특히나 탈북여성을 상대로 한 단속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을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수 없다. 대부분 연고가 있는 자들끼리 한 지역에 정착하기 때문에 최근 탈북여성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서둘러 답변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성매내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이에 "제3의 신분인 탈북자와 조선족들의 불법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단속권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최근 경찰의 단속으로 인해 탈북자들이 다른 곳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예전처럼 대놓고 티켓영업을 벌이는 다방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언론 보도가 나가기 이전에는 다방과 노래방을 상대로 단속을 자주 벌이면 '먹고 살기 힘들다' '굶어 죽는다'며 업주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단속으로 인해 많은 탈북여성들이 이곳을 떠났고 지금은 탈북여성들 뿐 아니라 국내여성들도 불법 성매매를 하거나 티켓다방을 전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특별단속으로 인해 즉각 철퇴된 불법 성업의 현재를 설명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낯선 땅에 홀로 발붙이는 일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같은 민족이라고 해도 문화적 괴리감에서 오는 갈등과 남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에 가족을 남겨둔 채 홀로 남한에서 생계를 이어가려면 '빨리 돈 벌어 성공해야겠다'는 욕구만 강해진다. 이에 큰돈을 만져보고자 성매매에 뛰어든 탈북자들이 늘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여성인권보호의 한 상담사는 "이들이 처음부터 매춘을 목적으로 남한으로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특유의 강인한 생활력을 보유한 탈북 여성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북에 있는 가족의 생계와 남한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티켓다방이나 유흥주점으로 많이 몰리는 것 같다"며 탈북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의 시급함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