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연구직 공무원 확대해야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11.05 09:03:32
  • 호수 1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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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업무 수행을 위한 공무원을 연구직 공무원이라고 한다. 9개 직급이 있는 행정직군 공무원과 달리 연구관, 연구사 두 개의 직급만을 두고 있다. 승진 등에 신경 쓰지 말고 소신에 따른 연구를 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제도의 취지에 따라 연구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연구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다만,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인 필자의 입장에선 연구직 공무원의 직렬이 이공계에 편중돼있는 점이 아쉽다. 10개가 넘는 연구직 공무원 직렬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직렬은 학예, 편사, 기록 등 서너 개에 불과하다. 학예연구 직렬은 학예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고 편사는 사학 전공자가 아니면 사실상 임용이 어렵다.

기록연구 직렬도 마찬가지다.  반면 기술직군은 다양한 전공자를 임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업연구 직렬은 기계, 전기, 전자, 금속, 섬유, 화학, 물리 등의 직류를 둬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임용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연구직군이라 할 수 있는 학예직군과 이공계열 연구직군인 기술직군 간 인원도 큰 차이가 있다. 인사혁신처서 발간한 ‘2018년 인사혁신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구직 공무원 5393명 중 학예직군은 1041명이고 기술직군은 4341명이다. 학예직군의 인원은 기술직군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 각 부처가 맡고 있는 사회 각 분야의 연구를 맡은 연구직 공무원 직군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있지만 각 연구분야 별로 한 두 곳에 불과하다. 또, 정부조직과 공공기관의 역할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공계열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적어서 연구직 공무원을 따로 둔 것도 아니다. 


산업·통일·청소년·행정·여성·인사혁신 관련 연구직을 신설하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공직으로 유인해야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연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어 곤란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자신들의 연구 주제와 연관이 있는 정부 부처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일부러 ‘갑질’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사회계열 연구직 공무원이 임용되면 일반 행이 수행하는 정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맡고 있는 해당 분야 연구 간의 괴리를 좁혀 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타 직군 공무원 중 학위, 경력, 자격증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연구직 공무원으로의 전직기회를 주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분류상 연구직 공무원은 아니지만 교육부의 교육연구사·교육연구관, 사법부의 재판연구관은 교육과 사법제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직 공무원과 유사한 직급 체계를 가진 지도직 공무원도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 농촌지도, 어촌지도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이른 바 ‘4차 산업혁명’ 분야 등 국민이 원하는 분야를 발굴하여 범국가적 차원의 지도를 해야 한다. 이를테면 데이터 분석은 과거에는 특정 분야 전공자의 전유물이었지만 향후에는 다수의 직업인지 일반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 될 것이다.

국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민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대학을 비롯한 각급 교육기관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개별 교육기관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크게 아우를 수 있도록 지도직 공무원 분야를 확대해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무쪼록 연구직군 공무원의 범위를 확장해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행정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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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