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대형마트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11.11 10:08:05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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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에 처음 등장한 대형마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대형마트가 지역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바람에 정부서 재래시장 상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무제도를 도입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2년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도입된 지 불과 7년여 만에 대형마트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99억원이다. 창사 이래 첫 적자다. 롯데마트는 2018년은 겨우 적자를 면한 정도고 올해 2분기 적자 규모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은 업계서 가장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이 대형마트 등장과 확대로 어려움을 겪었듯이 대형마트도 온라인쇼핑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성장동력이 꺾였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매장 수를 줄이고 직원들을 재배치했다. 초저가 전략을 구사하며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가성비를 내세운 자체 브랜드를 확대 해 단독매장을 연 업체도 있다. 

관련 업계에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마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가 늘어난 5조1993억원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줄어들었다. 다른 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매장 축소와 종업원 재배치는 물론 초저가 전략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 

고객들은 상품이 저렴하기 때문에 대형마트를 찾는 것이 아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집 앞 중소형 마트보다도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값 세일’ ‘10년 전 가격’을 내세우는 기간에도 행사품목이 아닌 상품의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쾌적한 환경서 다양한 물건을 한 곳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는 재미가 있어 대형마트를 찾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다. 입지가 좋은 곳에 쾌적한 인테리어를 하고 많은 종업원을 써야 하는 대형마트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에 창고를 두고 배송하는 온라인 업체를 가격으로 이긴다는 것이 가능할까?


대형 온라인쇼핑 업계도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며 출혈경쟁을 하고 있지만 설령 그들이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해도 그만큼의 매출이 대형마트 몫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들은 클릭 몇 번으로 다른 온라인쇼핑몰을 찾을 것이다. 

대형마트서도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쇼핑(O4O, Online For Offline)’을 들고 나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려 하고 있다. ‘아마존고(Amazon Go)’를 롤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 데다 선행 사례인 ‘아마존고’ 모델이 로봇직원 같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인점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이 이미 있지만 온라인 시장서 점유율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일자리에 민감한 정부와 시민들이 무인점포로 인한 대량 인력조정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가 쇠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코스트코(COSTCO)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객 유인을 위한 눈속임식 할인이나 입점업체가 일정한 부담을 지는 상품권 증정 행사는 그만하고 평균 마진율을 낮춰 고객에게 실질적 이익을 줘야 한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이 있지만 그에 비해 가격 격차가 크다고 생각한다.

1개에 1980원인 과일에 ‘5개 9900원’이라는 가격 안내 문구를 붙이는 얄팍한 상술도 집어 치워야 한다. 무심코 5개를 담아 구입할지 모르나 고객만족과 거리가 멀다. 온라인 업체와 경쟁하겠다는 관점서 벗어나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살린다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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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