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4)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돈 가진 자가 칼자루 쥐게 된다
능력보다 인성이 바른 자와 동행하라

“그래서 별문제 없겠다고 생각하고선 그 자의 요구대로 법인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자 오늘 오후에 돈 7000만원이 입금 되었다네.”
“거 혹시 돈세탁 하려는 것 아니야?”
나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 그의 말을 끊으며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서 사장은 내 말을 부인하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래, 더 얘기해 보게나.”
“강 전무는 자신의 친구가 모 상장회사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자를 통해 회사 돈을 빌리기로 했다네. 그런데 그 회사 회계상 개인에게는 돈을 입금해줄 수가 없고 법인통장으로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내 법인통장을 이용하도록 허락해달라는 거였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통장 계좌번호만 이용하도록 한 것뿐인데 돈세탁한다고 볼 수가 없지 않을까?”

돈세탁 우려 높아

“그래, 돈은 찾아 그 강 전무라는 자에게 입금해주었는가?”
“아, 그래서 말인데, 강 전무는 돈이 입금되자마자 자신에게 빨리 송금해 줄 것을 요구하며 수차례 걸쳐 독촉하였다네. 그래서 내일 아침 은행 문이 열리는 대로 입금해 주기로 약속했는데…. 뭔가 꺼림칙하고 괜한 불안감이 들지 뭔가. 그래서 고민하다가 자네에게 자문을 하고 입금시키려고 홀딩 해놓았다네.”

“일단은 잘했어. 내 생각엔 분명 무슨 이유가 있다고 보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방법을 이용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해. 상대방 회사에서 강 전무에게 돈을 빌려 주기위해 내 법인통장을 이용해서 돈을 입금시켜 주는 명분으로 자기회사에 필요한 상품을 개발해 공급해준다는 약정서를 작성해 달라는 거야.”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아니 돈을 빌리는 사람을 위해 법인통장을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서 개발공급약정서까지 작성하고 돈을 입금 받아 건네주려고 했단 말인가?” 


아무래도 서 사장이 나쁜 음모에 걸린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아니, 나는 그저 돈을 입금 받아 그자에게 건네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일 날 문제인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된 서 사장은 내가 우려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나는 답답해지면서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차하면 친구가 곤경에 처할지도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서 사장!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고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면, 결정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고 내 말하지 않았나? 왜 저질러놓고 뒤늦게 고민을 하는가?”
‘왜 문제를 사서 만드느냐’는 식으로 강조하자 그제야 서 사장은 일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느낌으로 긴장을 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순간 전화기에 숨소리만 남기며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허 참…. 미안하네. 내 지난번 건도 자네에게 혼나고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되었네.”
서 사장은 염려한바가 사실로 나타났구나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는 투로 말했다.

“그래 그 약정서는 어떻게 했는가?”
“그자가 작성된 약정서를 가지고와서 내가 서명날인을 한 후 돈을 빌려 줄 상대방 회사로 가지고 갔네. 상대방 회사에서 그 약정서를 확인하고 내가 일러준 법인통장 계좌로 돈을 입금한 것이네.”
“얼마나 입금 받았는가?”
“그게 정확히 1억이네”
“허, 작은 돈이 아니구먼. 그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군. 한번 생각해보게. 가령 그 강 전무라는 자는 돈 1억원을 받고 나면 그만이지만 자네는 그 돈에 대한 민형사 등 법적인 모든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이 말이네. 상대방회사가 실제로는 그 강 전무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지만 공식상의 명목은 제품개발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그 선수금조로 서 사장 법인계좌로 입금 해준 것이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서 사장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토를 달며 말했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상당히 위험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앞뒤 정황을 다시 설명해주었다.
“지금은 서 사장이 돈을 보관하고 있기에 소위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문제의 그 돈을 강 전무에게 건네주는 순간부터 칼자루는 강 전무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강 전무가 돈을 갚지 않고 잠수를 타버린다면 서류상으로 모든 책임은 바로 서 사장 자네에게 있다 이말 일세. 덧붙여 말하자면 돈을 입금해준 상대방회사 측에서 강 전무와의 관련을 부인하고 서 사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묻게 된다면 제품개발비를 편취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이 말이네.”

함정은 따로 있었다

“아니, 그럼 내가 사기 친 것으로 된단 말인가?”
서 사장이 놀라는 목소리로 따져 묻듯 말했다.
“내 말은 사기가 꼭 성립된다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 회사에서 고소할 경우 혐의를 부인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네. 어찌되었든 입금영수증이나 약정서 등의 모든 정황이 자네에게 불리하게 작용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잘못하다간 영락없이 그놈들이 쳐 놓은 올가미에 걸려 들 수 있다는 말이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결국 돈 입금한 상대방회사는 돈 1억원을 담보한 자네를 거쳐 강 전무를 통해 빼돌릴 수 있고, 그 돈의 책임은 전적으로 서 사장 자네가 모두 져야 한다는 가정 속 논리지만 현실적으로 닥쳐 올수 있다는 말일세. 아니 어쩌자고 이런 복잡한 일에 말려들고 있는가?”

나는 그들의 교묘한 술책을 파헤치기라도 하듯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신중하지 못한 친구의 행동에 대해 마치 잘못을 추궁이라도 하듯 말했다.
그제야 서 사장도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정신을 차리면서 변명처럼 말을 했다.
“허어, 그것 참…. 나는 별일 아닌 것 같아서 그자의 요구를 들어줬는데, 사건이 그렇게까지 전개 될 수 있다는 건 전혀 감을 잡지 못했네. 그리고 강 전무가 찾아와 아무 문제없다고 하면서 자신도 돈을 빌려주는 상대방 측에 차용증을 써주기로 돼있으니 걱정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함정이 숨어 있다니….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서 사장은 잘못하다간 자신이 함정에 빠져 사기로 몰릴 수도 있다는 말에 몹시 당황스러운 듯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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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