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쇼핑몰 사기극’으로 본 ‘인터넷 후기’ 허와 실

좋은 ‘후기’ 믿고 구매했는데…받아보니 ‘저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백지영 쇼핑몰 ‘아이엠유리’가 가짜 사용후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아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백지영 뿐만 아니라 수억대 쇼핑몰 대표인 황혜영, 진재영 등 공인이라고 떠드는 이들이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가짜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억대의 수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 후기는 비단 연예인 쇼핑몰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이나 성형외과, 심지어 교정치과에서도 가짜 소비자 후기와 온갖 홍보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온라인 후기의 허와 실을 낱낱이 파헤쳤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 대표인 연예인에게 3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가장 화두에 오른 연예인은 바로 백지영. 여성토털패션 쇼핑몰 ‘아이엠유리’의 공동대표인 백지영과 유리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에 거짓후기를 상습적으로 게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고 1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후기 조작하고
반품 거부하고

이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지각을 하거나 근무수칙을 위반했을 시 의무적으로 칭찬후기를 5개씩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쌓인 허위댓글 수만 무려 997개. 직원들은 마치 자신이 소비자인 것처럼 속여 “역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이 돈으로 이정도 퀄리티를 살릴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해요” 등 홍보성 짙은 댓글들을 올렸다. 댓글을 확인한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상품을 차근차근 따져보기도 전에 구매버튼을 클릭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예인쇼핑몰의 부정부패는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쇼핑몰에서 더 성행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진재영의 ‘아우라제이’다. 그녀는 이미 하루 매출만 1억대, 총 매출액 200억원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대중으로부터 공공연히 인정받아 왔다. 그녀는 한 때 값 비싼 외제차를 3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을 만큼 의류쇼핑몰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진재영의 쇼핑몰 아우라제이도 아이엠유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상대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매출액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짜후기는 물론 니트 소재의 상품이나 일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품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기도 했다. 이는 아우라제이에서 의류를 구매한 후 부당하게 반품당한(?) 한 여성이 진재영 측의 잘못된 경영방식과 소비자 서비스 부족에 불만을 품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낱낱이 공개한 글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여름바캉스 휴가에 맞춰 아우라제이에서 마음에 드는 의류 몇 벌을 구매하게 됐다. 첫 구매에 좋은 상품평을 보고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사업자가 연예인인 진재영이라서 신뢰를 갖고 30만원 상당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대문에 ‘5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비치볼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팝업창이 떴고 구매한 상품과 더불어 사은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상상만으로도 기뻤다. 그러나 사은품은 오지 않았다. 비치볼을 받겠다는 표시를 하지 않아 못 주겠다는 것이다. 30만원 넘게 구매한 저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에 대해 직원에게 수차례 항의해봤지만 추후 5만원 이상 구매 시 비치볼 사은품을 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오히려 사은품 누락에 관한 누명을 고객에게 씌우는 등 적반하장인 격으로 나왔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연예인쇼핑몰에서 쇼핑할 생각이 사라졌다.”

‘얼굴’ 앞세워
소비자 ‘봉’ 취급

김준희의 ‘에바주니’도 예외는 아니다. 추첨으로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이벤트를 내걸었던 쇼핑몰은 사실 확인 결과 추첨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VIP고객과 구매금액이 높은 고객에게만 특별사은품을 지급했다. 이후 사은품이 모두 소진돼 행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음에도 이를 공지하지 않고 이벤트를 지속해 고수익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몰 직원, 지각하면 칭찬후기 다섯 개씩 부과
유리·진재영·황혜영 등 연예인들의 ‘꼼수가 기가 막혀’

댄스그룹 ‘투투’ 출신 황혜영은 ‘아마이’라는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60억원대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했는데 부정한 행위는 여기서도 자행됐다. 황혜영은 자사 상품에 대해 불리한 댓글들이 올라오면 무조건 삭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바느질이 부실하다’ ‘안감을 싸구려 천으로 댔다’ 등과 비슷한 총 34개의 댓글들이 가차 없이 삭제됐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괄적으로 비난세례를 퍼부었고 연예인쇼핑몰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지영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쇼핑몰의 대표들은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보도가 흘러나가자마자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공식사과의 뜻을 밝히며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식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속이고 부업을 통해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대중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 받고 홍보하는
못 믿을 블로거들


이번 사건들을 적발한 공정위 관계자는 “총 136개에 이르는 연예인쇼핑몰 중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130여 개 쇼핑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소비자 상대 부당행위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수법은 꽤 오래전부터 전문병원이나 음식점 등에서 홍보마케팅으로 공공연히 사용돼왔다. 특히 미(美)와 관련된 의술을 보급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아교정전문 치과 등이 병원홍보를 목적으로 허위광고나 거짓후기를 남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길 원하는 여성고객을 상대로 “외과 수술 없이 일주일 만에 양악수술 가능”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시술해 부작용 걱정이 전혀 없다” 등의 허위과장광고를 내걸거나 시술받기 전 병원선택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서로 자기네 병원으로 오라는 홍보성 글을 게재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 내 게시글에는 시술해준 의사에 대한 고마움과 간호사들의 일관된 친절서비스에 관련한 내용들 뿐 부작용이나 시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들의 필수품인 화장품계열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회사들은 국내외 할 것 없이 화장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고가 화장품이 그만큼 효과를 안겨다준다는 식의 광고를 일삼는 한편 화장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을 빌미로 교묘하게 화장품 회사명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자기 전 이것만 바르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 1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이거 하나로 스킨, 로션, 크림기능을 다 소화한다” “펜슬은 OO사, 파우더는 OO사, 립스틱은 OO사…” 등  화장품을 홍보하는 블로거들은 대부분 고난이도 화장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파워블로거들도 100%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은 애초 음식점 오너와 입을 맞추고 홍보 대가성 비용을 받는다. 이후 블로거는 음식점을 방문해 친절한 서비스로 일관하는 직원과 후한 인심의 사장으로 포장하는 한편 내부인테리어, 음식사진 등을 해상도 높은 카메라로 찍은 후 더 깨끗하고 맛있어 보이게 보정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하단에는 “이 집 너무 맛있다” “한 번 맛보면 또 오고 싶어질 것이다”와 같은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온라인전문 광고대행사가 평범한 식당이나 매출이 저조한, 또는 새로이 개업한 음식점까지 손을 뻗으면서 일정 금액을 받고 맛집으로 둔갑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자주 쓰는 수법은 전통을 유난히 강조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맛집 블로그·성형외과 등 거짓후기 온라인서 활개
넘치는 정보 속 ‘믿을만한 정보’에 대한 갈증 커져

사례를 살펴보면 “30년 전통의 원조 할머니집입니다” “3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기밀 특제 양념. 누구도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진짜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과 같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문득 생각났다” 등으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몇몇 파워블로거는 직접 맛을 보지 않고도 해당 식당의 이미지 사진만 공수해 홍보글을 게재하기도 하는데, 상세한 레시피를 공개한다든지 먹는 방식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 모짜렐라치즈를 넣어 드시면 더욱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이 국물에 공기밥을 말아 먹었더니 매운 게 덜하고 어제 먹은 술도 해장됐다”는 등의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맛집 홍보글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법도 있다. 포스팅에 함께 방문했다는 지인들과 가족의 사진은 전혀 없고 음식사진과 음식점 내부인테리어사진만 게재한다. 포스팅 하단에는 반드시 그 집의 주소와 연락처 등 상세정보를 남겨두는 센스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가짜후기다.

빅 데이터 시대
과장·오류 많아  

연예인쇼핑몰 사건으로 대중의 온라인 매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으로부터 얻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광고댓글들은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과장 또는 오류가 잦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매체 관계자들은 “가짜후기에 현혹되지 말고 비슷한 글이 한 번에 올라오는 도배성 글이나 정작 상품이나 수술내용, 음식 등 주제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무작정 ‘정말 좋다’ ‘후회 안 한다’ ‘난 벌써 여러 번 구매했다’ 등의 감탄만 반복하는 글은 가짜후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에 관한 상담은 올바른 성형정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매체의 정보 또는 성형전문의가 작성한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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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