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건설현장은 지금… 2019년 막노동 일당 공개

새벽에 나와 하루 8시간 13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건설 현장서 일을 하면 “못 배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들이 흔히 3D(Difficult, Dirty, Dangerous)직업이라며 기피하는 직군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다. 적당한 순화용어도 없이 그저 ‘노가다’라는 일본발 속어로 불리우며 멸시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산업역군으로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이들의 임금 상황과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인부의 하루 8시간 근무 시 임금은 13만264원으로 올해 상반기 12만5427원보다 3.85% 증가했다. 13만254원은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6283원이다. 

오르긴 했는데…
임금 상황은?

평균임금 현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전체 123개 직종 중 91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공사직종은 전반기 대비 3.03% 상승, 광전자 4.36%, 문화재 3.23%, 원자력 0.42%, 기타 직종은 4.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전기공사 물량 확대로 전기공사 기사는 26만1628원으로 전 분기보다 8.9% 상승했다. 전기공사 산업기사도 23만1347원으로 9.45% 올랐다. 그에 반해 플랜트·원자력 직종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플랜트 배관공(-2.3%), 플랜트 제관공(-3.7%), 플랜트 기계 설치공(-1.8%), 플랜트 케이블 전공(-2.7%) 등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원자력도 마찬가지였다. 원자력 플랜트 전공은 지난 분기 20만9162원서 올해 하반기 19만7852원을 기록하며 5.4%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원자력 용접공도 19만7852원으로 6.17% 감소했다.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보통인부 하루 일당은 하반기 13만264원으로 전년동기 11만8130원보다 9.31% 올랐으나 전반기 12만5427원에 비해선 3.85% 상승에 그쳤다. 

이번 결과에 대해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위축 지속에 따른 건설 물량 축소가 인력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통계는 전국 2000개 공사현장의 2019년 5월 건설근로자 임금을 조사·집계한 것으로 지난 1일부터 건설공사 원가계산에 적용할 수 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 임금의 실거래가를 직종별로 살펴봤다.

경기도민간고용서비스단체 관계자는 “보통인부의 경우 평균적으로 13만원을 받는다”며 “우리말로 잡부라고 하는데 보조, 심부름,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13만254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보다 3.85% 증가…상승세 둔화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한 물량 축소 이유


직업소개소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시멘트, 회반죽 등 미장재료를 이용해 구조물의 내외표면을 바르는 작업을 하는 미장공은 22만원, 벽돌, 치장벽돌 및 블록쌓기 및 해체하는 조적공의 경우 22만원서 28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높은 곳의 임시 비계서 각종 작업에 종사하는 비계공의 경우 24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철근의 절단, 가공, 조립, 해체 작업에 종사하는 철거공은 15만원서 20만원의 임금이 책정된다.

구조물의 바닥, 벽체, 지붕 등의 누수 방지 작업을 하는 방수공의 경우 20만원서 25만원의 임금을, 목공은 22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석재 설치 또는 붙이거나 일반 쌓기로 구조물을 축조하는 석공의 경우 20만원을 받는다. 건물 등에서 목재, 철재, 샷시 등으로 된 창 및 문짝을 제작 또는 설치하는 창호공의 경우도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미장공 21만4502원, 조적공 19만2633원, 비계공 22만8462원, 철근공 21만2935원, 방수공 15만3086원, 형틀목공 20만7239원, 건축목공 20만3532원, 석공 20만4974원, 창호공 19만5972원, 포장공 18만5736원을 받았다. 

실거래가와 통계치를 비교해보면 실거래가가 적게는 1만∼2만원서 3만∼4만원까지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술의 유무에 따라 보통인부와 확연한 임금 차이를 보였다. 

실거래가와 통계치의 차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전문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 임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통계와 다른 
실거래가 왜?

건설근로자의 경우 작업환경이 척박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용직 근로자 업무의 특성상 매일 일을 하기에 육체적인 한계와 근로일이 불규칙하기도 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실시한 건설 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설 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지난해 기준 16만5299원이다. 팀장 및 반장급 일당은 20만4909원,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은 일당 13만4528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당 건설 노당자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3429만8566원(월 285만원)으로 일당에 미치지 못했다. 팀장 및 반장급과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의 평균 연소득도 각각 4389만원(월 365만원), 2868만원(월 239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일당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연소득(월급)이 적은 이유는 고된 노동과 일감 부족으로 20일 이상 일할 수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한달 동안 근무한 건설현장은 평균 1.3곳, 평균 근무일 수는 20.3일이었다.  


근무 환경도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교육은 수시로 받았다는 응답이 85.1%로 많았고 안전장비인 안전대와 안전모를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은 각각 5.8%, 0.8%에 그쳤다. 

▲ 대한건설협회 건설 분야별 임금 현황

건설현장의 화장실 유무에 관한 질문에는 98.7%가 있다고 답했지만, 샤워실이 있다는 응답은 65.3%에 그쳤다. 화장실이 있어도 개수나 크기 등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2.2%로 조사됐다. 화장실이 더럽다는 응답(48.7%)과 접근 등이 불편하다는 응답(29.6%)도 많았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불편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 계획 수립 시 여성노동자의 근로환경 제반시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쉬지 못하는
인부의 한숨

이와 관련해 한 건설노동자 A씨는 “대형건설사는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마련돼있는 반면, 중견사의 경우 여성들을 위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며 “법으로는 건설 현장에 화장실, 샤워실 등을 설치하라고 명시돼있지만, 명목상 컨테이너로 된 간이화장실을 하나 갖다놓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도 “근로자의 날 서울 시내만 나가봐도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며칠 전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건설사의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해당 기업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많다보니 비교적 안전한 환경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지만, 작은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열악한 현장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과반수”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건설 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이 너무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건설업계의 꼼수로 피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지난 7월9일 청와대 앞에서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3만7000건의 서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1996년 12월 제정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8년부터 건설근로자퇴직공제 제도가 시행됐다. 건설 사업주는 고용한 일용건설노동자들에 대해 매월 근로일수를 신고하고 공제부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공제금은 건설 노동자가 퇴직할 때 소정의 이자를 더해 지급된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주가 납부하는 공제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공제금액은 4000원이었고 지난해 한차례 인상됐지만 4800원으로 증가폭이 미미한 실정이다.

작업환경·개인능력 따라 수십만원 차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퇴직공제금도 문제

플랜트건설노조 조현일 교육선전국장은 “노후 퇴직금 적립률이 하루 담배 한 갑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퇴직공제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행령이나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퇴직 공제금액은 5000원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다. 더욱이 퇴직공제금 예외규정도 폭넓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총 공사비가 3억원 이상일 경우 공제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기준은 100억원이다. 조 교육국장은 “민간과 공공기관의 차이가 막대하게 커서 누가 봐도 낮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업계와 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법도 업계서 통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말하는 쪼개기 계약이다. 총 사업비가 100억원 이상이어도 공사계약을 분할하는 수법으로 공제금 납부 의무를 피하는 것이다.

조 교육국장은 “지난해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정비건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당시 5000명의 노동자가 일했지만, 퇴직공제금을 적용받는 인원은 450여명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적은 공제금마저도 건설업체가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랜트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의 월별 평균 근로일수가 15일가량이지만 건설업주가 실제로 납입한 공제금액은 6.4일치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나동원 과장은 “현재 2018년 통계자료를 만드는 중”이라며 “다음 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담배 한 갑 
수준 받고…

노동자민중당 정희성 대표는 이날 발언서 “건설 노동자에게 퇴직공제금은 노후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늙어서 리어카를 끌거나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명우 정책실장은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서 처리가 안 되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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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