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폭주족들의 염라대왕 김홍주 팀장

여름밤 불청객 ‘폭주족’, 잠자던 ‘천적’ 깨웠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야 타!” 9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일명 ‘오렌지 야타족’. 바이크와 스포츠카 할 것 없이 폭주문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대규모로 집결했던 폭주족은 현재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로 폭주를 즐기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1998년 처음 편성된 교통부 범죄수사(폭주족)팀의 김홍주 팀장도 학창시절 오토바이 폭주를 즐겼던 청소년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폭주족의 천적이 돼 ‘폭주족 잡는 폭주대마왕’으로 불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를 통해 현 폭주족의 세태와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폭주진압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부 범죄수사팀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세 명이 폭주를 한 혐의로 걸려 들어왔다. 폭주에 대한 처벌법을 잘 인지하지 못한 그 남학생들은 경찰서에 온 것을 신기해하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판을 치는 폭주족. 한때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으로 폭주를 즐겼던 교통부 범죄수사팀의 김홍주 팀장은 경찰이 되고 역으로 폭주족을 잡는 전문 폭주잡이가 됐다.

경찰 따돌리고 부릉~

“저도 학창시절에는 오토바이를 매우 사랑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폭주를 하는 사람들은 스릴을 즐기려고 하지만 그만큼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그런 점을 갖고 단속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죠. 하지만 스릴만 추구하는 지나친 폭주는 교통법규위반과 각종 위험한 교통범죄로 확산될 수 있고, 치명적인 여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 단속반을 개설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이르는 대규모 오토바이 부대로 몰려다녔던 폭주족들이 현재는 경찰의 특별단속으로 인해 소규모로 청소년들 위주 폭주족으로 변형됐다. 그들은 아직 판단능력이 미숙하고 호기심만 왕성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에 무지하다.


이에 경찰은 검거된 폭주족들에게 엄벌 경고를 하는가 하면 그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오토바이를 무조건적으로 압수하는 등 폭주진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팀장은 “여의도와 강남 일대에 형사부·수사부·여성청소년부 등 각 부서에서 10명이상으로 구성된 TF팀을 창단했다. 그리고 소규모 집단을 형성해 폭주를 뛰는 폭주족을 단속하기 위해 일선 서에서 2인 1조로 단속반을 편성하는 등 폭주족 척결에 힘을 쏟고 있다. 폭주족들 사이에는 배달오토바이가 항상 포함돼 있어 주로 23시에서 3시대에 특별단속이 이뤄진다. 아직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단속에 걸리기 전까지 무분별한 폭주를 즐기지만 한두 번 단속에 걸린 70~80%의 어린 친구들은 자의로 폭주를 그만두게 된다. 그만큼 처벌이 엄격하다는 것을 단속에 걸리고 나서야 인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폭주진압이 더 필요한 이유는 단지 폭주를 뛰는 행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스릴 넘치는 폭주를 즐기기 위해 본드를 흡입하는 한편 오토바이 뒷자석에 태워주겠다는 점을 빌미로 한 여성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뺑소니까지 일삼는 강력범죄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주와 더불어 여죄에 대해 김 팀장은 “현재는 진압수준이 강력해지고 단속도 더욱 강화돼 예전같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폭주족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주요원인인 굉음과 운전자들을 방해하는 일명 ‘칼치기’라고 불리는 무리하게 끼어들기, 신호위반 등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오토바이 절도를 감행한다거나 고의적으로 차량과 부딪혀 교통사고 피해자로 둔갑해 상대에게 치료비용을 청구하는 보험사기 같은 지능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폭주진압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진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펜스울타리·전경배치⇒CCTV로 신원확인 후 현장검거
학교·보호관찰소서 안전홍보와 올바른 인식 심어줘야

바야흐로 IT시대가 도래했고 폭주진압법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능적으로 진화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폭주족들이 대규모로 집결해 단체폭주를 뛰었기 때문에 유색물감으로 차선을 변경한 뒤 지하터널로 유인하는 방법을 썼다. 단속 경찰차들이 폭주족들을 터널로 몰아넣고 터널 양쪽입구에 펜스를 친 후 전경을 배치하는 고전적인 진압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진압방법도 선진화 됐다.

사전에 고성능 캠코더를 폭주족 집결지에 설치한 후 화면에 담긴 폭주족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일망타진한다. 과거의 진압이 아날로그 방식의 수사였던 반면, 현재는 과학수사 진압으로 발전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일대에 폭주오토바이 5대가 출몰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팀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일선 서에서 현장검거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시대흐름에 맞춰 체계적으로 발전한 폭주족 진압수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최근 폭주족들의 평균연령 90% 이상이 10대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폭주에 관련한 처벌법은 불구속과 지도계몽 위주로 매우 경미하다. 아직 상식적인 행동과 올바른 인식형성이 부족한 그들에게 구속과 징역선고를 받게 한다는 건 무자비한 처결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폭주를 포함한 여죄를 막을 가장 효율적인 진압은 사전예방일 것이다.

그는 “오토바이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실 폭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찰들이 학교나 보호관찰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교통안전홍보를 하면서 올바른 인식을 일으켜 세우는 안전강의를 실천하고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폭주에 대한 처벌법을 확실히 알려준다면 섣불리 폭주를 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내에서 법질서의식을 심어준다면 범법행위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올바른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팀장과 그를 비롯한 폭주수사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최근 뚝섬유원지와 여의도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폭주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뚝섬유원지의 편의점 주인인 한모씨는 “요즘 경찰의 폭주족특별단속 때문에 폭주족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됐다. 덕분에 시끄럽지도 않고 주민들의 항의도 크게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들끓었던 폭주족이 사라지니 세상이 다 평온하다”며 경찰의 강력단속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어 그는 “폭주족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주위의 관심 시급

여의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이모씨는 “이 동네에서 폭주족이 없어진 지 꽤 됐다. 경찰들이 진짜 마음먹고 철저히 단속한 결과 도로의 무법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것 같다. 오토바이 뿐 아니라 불법 튜닝으로 굉음을 내뱉는 자동차들도 단속 좀 했으면 좋겠다”며 자동차 폭주족들에 대한 단속도 부탁했다. 

김 팀장의 소셜메신저 카카오톡 소개글은 ‘평온한 서울 밤거리를 위하여’다. 무엇보다 ‘밤의 무법자인 폭주족 척결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듯하다. 김 팀장의 바람대로 도로의 무법자들이 활개 치지 않는 평온한 밤거리를 위해 국민 모두가 법질서의식을 먼저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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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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