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애 봐주는 ‘보모 경마장’ 가봤더니…

마사회 돈 세는 사이 노름꾼 부모는 병들고 애들은 방치돼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경마공원에 발 도장을 찍는 경마장 폐인들. 개중에는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빠 손을 꼭 잡고 입구까지 함께 들어왔던 아이들이 웬일인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들은 과연 어디 있을까. 1층 로비 끝에 마련된 ‘키즈플라자’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 휴게소다. 부모가 아이를 그곳에 맡겨놓기만 하면 보육교사가 알아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부모가 경마배팅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를 봐주는 ‘보모 경마장.’ 과연 마사회의 개선된 복지시설일까, 아니면 도박을 부추기는 빗나간 장삿속일까?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의 시작을 알리는 날, 이른 아침부터 경마공원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수 보였다. 전날 거센 폭우로 인해 전 경기가 취소되면서 마치 ‘오늘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 심지어 젊은이들까지 경마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맑게 갠 주말이라서 그런지 아빠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 또는 가족소풍으로 방문한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말을 구경할 기대감에 활짝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국마사회
엇갈린 명암

최근 마사회에서는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책을 내세웠다. 그 중 하나는 도박장이라는 음성적 이미지를 탈피해 가족이 주말나들이로 즐길 수 있는 가족공원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경마장 내 곳곳에는 금연구역이란 현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실내는 물론 야외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연령대별로 어린이들이 쉴 수 있는 어린이 휴게소를 만들어 부모들의 걱정을 덜게 하는 복지시설도 마련했다.

그러나 마사회의 피나는 노력에도 도박장의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금연구역이란 현판이 붙지 않은 야외공원에서는 아직도 담배를 뻑뻑 피우는 중장년층 남성과 여성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마권이 몇 장씩 쥐어져 있었고, 뭔가 심란한 듯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아예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경마예상지에 숫자를 적으며 배팅 전 당첨숫자를 골라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 앞에서 예상지를 팔고 있던 한 30대 남성은 취재기자에게 배팅숫자를 알려주겠다며 예상지를 적극 권했다. ‘10.3.4’라는 숫자를 차례대로 부르며 적으라던 이 남성은 아직 무직이지만 주말엔 경마장에 꼭 출근한다고 했다.

경마 예상지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이것을 보며 어떻게 숫자를 가려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거 정말 어려운 거예요. 공부해야 돼. 경마장에 와서 배팅하는 사람들 죄다 박사, 정치인 시켜야 돼요”라고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형이 있다며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 옆자리에 기자를 데려다주곤 홀연히 자리를 떴다. 아마 다른 이에게도 예상 숫자를 알려주며 중간에서 돈을 조금씩 받는 듯했다. 물론 기자는 경마장에 처음 방문했다는 말에 공짜로 숫자를 얻었다.

주중엔 카지노
주말엔 경마장

당시 현금이 5000원 밖에 없었던 기자는 과감히 오천원상당의 마권을 구매하고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며 숫자를 맞춰보았다. 처음에 거의 이길 것 같았던 예상마가 3위 이하로 밀리면서 기자는 아무 배당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1만원을 투자해 20배인 2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기자도 욕심이 생겨 한 번 더 시도하고 싶었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현금만 더 있었다면 아마도 계속 배팅을 했을 것이다. 도박이라는 것이 거액이 오간다고 도박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에 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배 이상의 배당금을 거머쥐었던 두 사람은 그 돈으로 다시 마권을 구매하면서 끊임없는 배팅을 이어나갔다. 

기자가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방에 거주하는데 “4~5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 주말마다 서울로 원정 온다”고 했다. 할머니는 기자를 처음 보자마자 “어린 것이 벌써부터 여길 왜와!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야. 오늘 처음 왔으니 이제부터 오지 마!”라고 호통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주중에 우리는 정선에 가. 카지노 하러. 주말엔 경마장에 오지. 어제 비 때문에 서울경기 취소돼서 제주까지 원정 갔다 왔어. 오늘은 새벽차 타고 서울에 올라왔고…. 여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라며 걱정하듯 말했다.

놀이문화로 정착? 아이 내팽겨 두고 버젓이 노름판에
수억씩 배팅하는 사람들…“마약보다 더 끊기 힘들어”

수많은 스크린과 마권 매표소로 가득 채워진 실내경마 배팅장에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자리가 없어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맨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마권 구매표에 숫자를 찍었고, 경기가 시작되면 스크린과 자신의 마권을 번갈아보며 소리를 지르고 배팅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부산·제주경마까지 전국 배팅을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 예상지를 들고 싸인펜 뚜껑을 입에 물면서 열심히 숫자를 적어 내려갔고, 허름한 차림새의 아저씨들도 다수 목격되기도 했다.      

제4경기가 무르익을 때쯤 야외관람석으로 나갔다. 거기서 기자에게 관심을 보이던 60대 할아버지는 자신을 ‘정신병자’라고 지칭하며 25년 경마장 출입 경력에 대해 후회하듯 말했다. 그는 경마노름에 온 재산을 탕진하고도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경마를 끊지 못해 대단히 후회하면서도 자신의 나약한 의지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 비관했다.
그는 “여기 오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재산 탕진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돈 빌려서 오거나 주말에 결혼식이나 장례식 있다고 가족한테 속이고 부조금 받아 탕진하는 사람들이 많아. 쓰레기통 한 번 뒤져봐. 부조금 봉투 쌓여있을 거야. 그리고 요즘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더 심각해. 난 돈도 없고 해서 게임당 500원, 1000원씩 배팅하는데 걔네들은 한 게임당 5만원 이상씩 거액을 쏟아 붓거든. 하루에 15게임 정도 하니까 하루에 거의 100만원 탕진하는 셈이지”라며 젊은 세대의 도박중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탕’ 노리는
정신병자들

1인당 하루에 최대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배팅금액 규율은 경마꾼들 사이에서 무참히 짓밟혀져 있었다. 마권 매표소의 직원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한 매표소당 10만원씩 마권을 구매한 후 다음에 다른 매표소로 옮겨 구매하는 등의 얄팍한 수법은 이미 공공연히 성행하고 있었다. 또한 더러는 마권 구매기계를 이용해 하루에 수억원씩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경마도박은 아직도 꾼들 사이에서 판을 치고 있어 이를 일일이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도박장의 이미지를 탈피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공원을 만들어 보려는 마사회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사회에서 복지체계를 구축하려고 마련한 어린이 쉼터를 찾아가봤다. 그 큰 도박장에서 어린이 놀이방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안내데스크를 거쳐 겨우 ‘키즈플라자’라고 쓰인 어린이 휴게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개의 칸막이 방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방은 바깥쪽보다 이용 연령대가 더 낮아보였다.

마침 휴게소에 들어섰을 때 아이를 맡기러 온 두 명의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아이를 휴게소에 데려다 주고는 바로 배팅장으로 향했다.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5세에서 7세까지는 놀이기구가 많이 비치된 안쪽 휴게소를 쓰게 돼있고 7세 이상 초등학생들은 책들이 비치된 바깥 쪽 휴게소를 쓴다. 그 이상 청소년들은 출입이 금지돼있기 때문에 유아·초등학생용 쉼터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구 쪽엔 몇 대의 유모차 안에 돌이 갓 지나 보이는 아기들도 눈에 띄었다. 이어 “여기에는 보육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안심하고 경마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키즈플라자만의 장점을 내세워 안심시키듯 말했다.

‘도박 중독’ 방치하는 마사회? 부조금까지 경마장에
“경마장에 대한 바른 인식 심어주는 것이 먼저”

그때 놀이방 옆에 위치한 정체불명의 또 다른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방안에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배팅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 노는 곳에 도박장이라니….’

그 방은 마치 아이와 동행한 부모가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 아이를 맡겨두고 자신들은 옆방에서 경마게임을 즐기는 용도 같았다. 마사회가 가족공원으로서 이미지 쇄신 차 만든 이 어린이 휴게소는 아이 걱정 없이 마음껏 도박을 즐기려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부모안심휴게소’로 변질돼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직원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사진만 몇 컷 찍은 뒤 황급히 빠져나왔다.

올해 초까지 경마장에서 근무했다는 한 남성은 “한 사람당 10만원씩 밖에 배팅이 안 되니까 대리구매 시키는 사람들도 즐비하고, 특히 어린이휴게소가 개판이다. 부모들이 도박에 빠져서 애들을 그곳에 몰아넣고 하루 종일 방치한다”며 “특히 휴게소가 가득차거나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들을 받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아이들이 추위에 떨면서 밖에서 놀아야 한다. 경마에 미친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만 불쌍하다”고 경마장 내 어린이휴게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허겁지겁 컵라면을 들이마시는 사람들, 한손에는 김밥, 다른 한손에는 싸인펜으로 마권 구매표에 숫자를 표기하며 한 경기도 놓치지 않으려 불타는 의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경마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부모 도박 부추기는
어린이 휴게소      

현재 마사회는 배당금 중 세금 30%를 가져가는 식의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만 약 7조원을 훨씬 넘겼다. 마사회가 도박꾼을 몰아내고 도박장 이미지를 버리겠다는 확고한 결심에도 이렇게 거액의 수익을 내고 경마장이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건 모두 경마노름에 미친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가족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마사회. 그들이 개선해야 할 점은 어린이휴게소가 아닌 사람들의 무분별한 배팅을 멈추기 위한 강력한 제재와 경마장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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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