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애 봐주는 ‘보모 경마장’ 가봤더니…

마사회 돈 세는 사이 노름꾼 부모는 병들고 애들은 방치돼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경마공원에 발 도장을 찍는 경마장 폐인들. 개중에는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빠 손을 꼭 잡고 입구까지 함께 들어왔던 아이들이 웬일인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들은 과연 어디 있을까. 1층 로비 끝에 마련된 ‘키즈플라자’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 휴게소다. 부모가 아이를 그곳에 맡겨놓기만 하면 보육교사가 알아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부모가 경마배팅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를 봐주는 ‘보모 경마장.’ 과연 마사회의 개선된 복지시설일까, 아니면 도박을 부추기는 빗나간 장삿속일까?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의 시작을 알리는 날, 이른 아침부터 경마공원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수 보였다. 전날 거센 폭우로 인해 전 경기가 취소되면서 마치 ‘오늘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 심지어 젊은이들까지 경마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맑게 갠 주말이라서 그런지 아빠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 또는 가족소풍으로 방문한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말을 구경할 기대감에 활짝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국마사회
엇갈린 명암

최근 마사회에서는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책을 내세웠다. 그 중 하나는 도박장이라는 음성적 이미지를 탈피해 가족이 주말나들이로 즐길 수 있는 가족공원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경마장 내 곳곳에는 금연구역이란 현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실내는 물론 야외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연령대별로 어린이들이 쉴 수 있는 어린이 휴게소를 만들어 부모들의 걱정을 덜게 하는 복지시설도 마련했다.

그러나 마사회의 피나는 노력에도 도박장의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금연구역이란 현판이 붙지 않은 야외공원에서는 아직도 담배를 뻑뻑 피우는 중장년층 남성과 여성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마권이 몇 장씩 쥐어져 있었고, 뭔가 심란한 듯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아예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경마예상지에 숫자를 적으며 배팅 전 당첨숫자를 골라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 앞에서 예상지를 팔고 있던 한 30대 남성은 취재기자에게 배팅숫자를 알려주겠다며 예상지를 적극 권했다. ‘10.3.4’라는 숫자를 차례대로 부르며 적으라던 이 남성은 아직 무직이지만 주말엔 경마장에 꼭 출근한다고 했다.

경마 예상지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이것을 보며 어떻게 숫자를 가려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거 정말 어려운 거예요. 공부해야 돼. 경마장에 와서 배팅하는 사람들 죄다 박사, 정치인 시켜야 돼요”라고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형이 있다며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 옆자리에 기자를 데려다주곤 홀연히 자리를 떴다. 아마 다른 이에게도 예상 숫자를 알려주며 중간에서 돈을 조금씩 받는 듯했다. 물론 기자는 경마장에 처음 방문했다는 말에 공짜로 숫자를 얻었다.


주중엔 카지노
주말엔 경마장

당시 현금이 5000원 밖에 없었던 기자는 과감히 오천원상당의 마권을 구매하고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며 숫자를 맞춰보았다. 처음에 거의 이길 것 같았던 예상마가 3위 이하로 밀리면서 기자는 아무 배당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1만원을 투자해 20배인 2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기자도 욕심이 생겨 한 번 더 시도하고 싶었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현금만 더 있었다면 아마도 계속 배팅을 했을 것이다. 도박이라는 것이 거액이 오간다고 도박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에 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배 이상의 배당금을 거머쥐었던 두 사람은 그 돈으로 다시 마권을 구매하면서 끊임없는 배팅을 이어나갔다. 

기자가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방에 거주하는데 “4~5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 주말마다 서울로 원정 온다”고 했다. 할머니는 기자를 처음 보자마자 “어린 것이 벌써부터 여길 왜와!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야. 오늘 처음 왔으니 이제부터 오지 마!”라고 호통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주중에 우리는 정선에 가. 카지노 하러. 주말엔 경마장에 오지. 어제 비 때문에 서울경기 취소돼서 제주까지 원정 갔다 왔어. 오늘은 새벽차 타고 서울에 올라왔고…. 여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라며 걱정하듯 말했다.

놀이문화로 정착? 아이 내팽겨 두고 버젓이 노름판에
수억씩 배팅하는 사람들…“마약보다 더 끊기 힘들어”

수많은 스크린과 마권 매표소로 가득 채워진 실내경마 배팅장에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자리가 없어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맨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마권 구매표에 숫자를 찍었고, 경기가 시작되면 스크린과 자신의 마권을 번갈아보며 소리를 지르고 배팅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부산·제주경마까지 전국 배팅을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 예상지를 들고 싸인펜 뚜껑을 입에 물면서 열심히 숫자를 적어 내려갔고, 허름한 차림새의 아저씨들도 다수 목격되기도 했다.      


제4경기가 무르익을 때쯤 야외관람석으로 나갔다. 거기서 기자에게 관심을 보이던 60대 할아버지는 자신을 ‘정신병자’라고 지칭하며 25년 경마장 출입 경력에 대해 후회하듯 말했다. 그는 경마노름에 온 재산을 탕진하고도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경마를 끊지 못해 대단히 후회하면서도 자신의 나약한 의지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 비관했다.
그는 “여기 오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재산 탕진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돈 빌려서 오거나 주말에 결혼식이나 장례식 있다고 가족한테 속이고 부조금 받아 탕진하는 사람들이 많아. 쓰레기통 한 번 뒤져봐. 부조금 봉투 쌓여있을 거야. 그리고 요즘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더 심각해. 난 돈도 없고 해서 게임당 500원, 1000원씩 배팅하는데 걔네들은 한 게임당 5만원 이상씩 거액을 쏟아 붓거든. 하루에 15게임 정도 하니까 하루에 거의 100만원 탕진하는 셈이지”라며 젊은 세대의 도박중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탕’ 노리는
정신병자들

1인당 하루에 최대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배팅금액 규율은 경마꾼들 사이에서 무참히 짓밟혀져 있었다. 마권 매표소의 직원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한 매표소당 10만원씩 마권을 구매한 후 다음에 다른 매표소로 옮겨 구매하는 등의 얄팍한 수법은 이미 공공연히 성행하고 있었다. 또한 더러는 마권 구매기계를 이용해 하루에 수억원씩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경마도박은 아직도 꾼들 사이에서 판을 치고 있어 이를 일일이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도박장의 이미지를 탈피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공원을 만들어 보려는 마사회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사회에서 복지체계를 구축하려고 마련한 어린이 쉼터를 찾아가봤다. 그 큰 도박장에서 어린이 놀이방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안내데스크를 거쳐 겨우 ‘키즈플라자’라고 쓰인 어린이 휴게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개의 칸막이 방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방은 바깥쪽보다 이용 연령대가 더 낮아보였다.

마침 휴게소에 들어섰을 때 아이를 맡기러 온 두 명의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아이를 휴게소에 데려다 주고는 바로 배팅장으로 향했다.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5세에서 7세까지는 놀이기구가 많이 비치된 안쪽 휴게소를 쓰게 돼있고 7세 이상 초등학생들은 책들이 비치된 바깥 쪽 휴게소를 쓴다. 그 이상 청소년들은 출입이 금지돼있기 때문에 유아·초등학생용 쉼터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구 쪽엔 몇 대의 유모차 안에 돌이 갓 지나 보이는 아기들도 눈에 띄었다. 이어 “여기에는 보육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안심하고 경마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키즈플라자만의 장점을 내세워 안심시키듯 말했다.

‘도박 중독’ 방치하는 마사회? 부조금까지 경마장에
“경마장에 대한 바른 인식 심어주는 것이 먼저”

그때 놀이방 옆에 위치한 정체불명의 또 다른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방안에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배팅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 노는 곳에 도박장이라니….’

그 방은 마치 아이와 동행한 부모가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 아이를 맡겨두고 자신들은 옆방에서 경마게임을 즐기는 용도 같았다. 마사회가 가족공원으로서 이미지 쇄신 차 만든 이 어린이 휴게소는 아이 걱정 없이 마음껏 도박을 즐기려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부모안심휴게소’로 변질돼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직원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사진만 몇 컷 찍은 뒤 황급히 빠져나왔다.

올해 초까지 경마장에서 근무했다는 한 남성은 “한 사람당 10만원씩 밖에 배팅이 안 되니까 대리구매 시키는 사람들도 즐비하고, 특히 어린이휴게소가 개판이다. 부모들이 도박에 빠져서 애들을 그곳에 몰아넣고 하루 종일 방치한다”며 “특히 휴게소가 가득차거나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들을 받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아이들이 추위에 떨면서 밖에서 놀아야 한다. 경마에 미친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만 불쌍하다”고 경마장 내 어린이휴게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허겁지겁 컵라면을 들이마시는 사람들, 한손에는 김밥, 다른 한손에는 싸인펜으로 마권 구매표에 숫자를 표기하며 한 경기도 놓치지 않으려 불타는 의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경마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부모 도박 부추기는
어린이 휴게소      

현재 마사회는 배당금 중 세금 30%를 가져가는 식의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만 약 7조원을 훨씬 넘겼다. 마사회가 도박꾼을 몰아내고 도박장 이미지를 버리겠다는 확고한 결심에도 이렇게 거액의 수익을 내고 경마장이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건 모두 경마노름에 미친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가족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마사회. 그들이 개선해야 할 점은 어린이휴게소가 아닌 사람들의 무분별한 배팅을 멈추기 위한 강력한 제재와 경마장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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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