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vs 정용진 '유통대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4: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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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나서면 신세계도 나서고 정용진이 하면 신동빈도 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업계 영토 확장을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를 놓고 시작된 전쟁이 전자랜드로까지 전장을 넓혔고 해외시장 공략에 대해서도 서로 차별화된 정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닮은 듯 다른 이 둘의 신경전은 이들이 그룹 경영전반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백화점과 할인점, 아울렛 사업까지 유통가 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를 조명해 봤다.

먼저 웃은 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롯데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매물로 나온 이후 줄곧 인수 유력후보로 꼽힐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다가 하이마트 인수에 롯데가 유력후보로 꼽히자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전자랜드를 포기하고 하이마트에 올인했다. 신세계는 하이마트 대신 전자랜드를 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수에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이는 하이마트를 롯데에 내주고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롯데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이마트 품은 롯데
대형마트 2위 꿰차나?

이런 상황에서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되면서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무산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 견제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마트 우선협장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실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입찰 때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써냈던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신세계가 뒤통수를 맞은 것. 자연스럽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자존심싸움에서 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 신 회장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일각에서는 인수전략에서도 신세계 정 부회장이 밀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지난 몇 년간 롯데는 국내외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양사 모두가 인수를 포기한다면 상관없지만 하이마트가 신 회장의 품에 안길 경우 정 부회장의 이마에는 주름이 늘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영토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자리를 위협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백화점 31개, 롯데마트 96개, 롯데슈퍼 431개 등 약 55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하이마트 314개를 합하면 860여개를 운영하게 된다.

'뜨거운 감자' 하이마트, 롯데 품으로…날개 단 신동빈 
발등에 불 떨어진 정용진 전자랜드 인수 적극 나서나?


반면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10개, 이마트 139개, 신세계에브리데이 106개 등 3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하이마트 매출과 롯데마트 매출을 합치면 12조원 규모로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대형마트 부문 2위인 홈플러스 (약 9조원)를 제치고 단숨에 대형마트 2위 자리를 꿰찬다.

롯데는 하이마트 일부 매장을 디지털파크와 같은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2018년까지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연간 1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확정되면 신세계도 다시 M&A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애초 목적인 롯데 견제를 위해 전자랜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신세계는 전자랜드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5월부터 한달 가량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존에 책정된 2800억원의 인수대금에 대한 가격협상 과정에서 협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전자랜드 인수는 롯데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전자랜드 인수를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세계 "전자랜드 인수
재추진 계획 없다"

신세계로서는 가전 부문에서 롯데보다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에서 오래 전부터 1, 2위를 다퉈온 터라 유통업계 숙명의 라이벌로 인식되고 있다.

1995년 일본 도쿄도에서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 차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1977년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콜롬비아 대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1년 4월부터 1988까지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했고 19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한국 롯데에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신격호 전 회장에 이어 사실상 후계자리를 굳혔다. 2004년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케이피케이칼, 한화마트,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마크로(중국·인도네시아), 럭키파이(중국), 길리안(벨기에), 타이탄(말레이시아) 등을 인수하면서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그룹 회장에는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정 부회장은 1968년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1년 다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귀국한 그는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1년간 근무하고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쳤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시기는 2006년 경영지원실 부회장을 맡으면서였다. 2009년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그는 201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95년 탤런트 고현정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지만 2003년 11월 이혼, 2011년 5월 플루티스트 겸 대학강사 한지희씨와 재혼했다.

1955년생인 신 회장과 1968년생인 정 부회장은 1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이가 나지만 그 둘 사이의 경쟁의식은 상당하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전쟁은 중국 내 할인점 사업이었다. 지난 2007년 정 부회장이 중국 내 이마트 매장을 10개까지 늘리자 신 회장은 네덜란드계 할인점인 마크로의 중국 내 점포 8개를 모두 인수하면서 맞섰다. 신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9년 중국 마트인 타임스 65개 매장을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 내 할인점 다툼에서는 롯데가 우세한 고지에 섰지만 정 부회장이 매제인 문성욱 신세계 L&C 부사장에게 이마트 중국본부전략경영총괄을 맡기고 중국 27개 매장 중 7개를 처분하는 등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어 당장 승자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로 다른 삶
닮은 듯 다른 경영

2차전은 파주에서 열렸다. 2006년 말 신세계는 파주 8만2500m²(2만5000평)의 부지를 두고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아울렛 사업 추진에 나섰다가 땅값 등 협상이 여의치 않자 2008년 초 롯데가 이 땅을 소유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장기 임차 계약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에 진전도가 보이지 않았고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는 2009년 3월 신세계에 매입을 제의했다. 결국 부지는 신세계로 넘어갔다.

당시 정 부회장은 "롯데는 좋은 회사이다.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신세계에 밀린다고 본다. 우리는 의사결정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신세계는 해당 부지에 첼시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했다. 신 회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세계 아울렛 인근 파주출판단지 2단계 사업지의 부지에 지난해 12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을 냈다. 두 아울렛은 불과 5.8km 떨어져 있다.

세 번째 전장은 베트남 시장이었다. 베트남에는 신 회장이 좀 더 일찍 진출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베트남 경제수도인 호찌민에 롯데마트 1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지난 2010년 7월 호찌민에 2호점을 열었다. 또 오는 2013년에는 남부 빈즈엉 성에 3호점 오픈을 예정 중이고 중부 다남과 냐짱, 수도 하노이, 중부 다낭과 훼 등에 차례로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그간 베트남을 직접 찾아 대상 부지 등을 점검하면서 관계자들을 독려해왔다. 현지 고위 인사들에게 매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남아권 진출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적자를 베트남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대형유통매장을 둘러보고 현지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선하그룹 관계자들과 합작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7월 건설·물류·은행업을 하는 U&I그룹과 파트너십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이마트'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유통업계 왕좌 다툼…승패 알 수 없는 안갯속 형국
아울렛·복합쇼핑몰·온라인쇼핑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올해 말까지 하노이에서 이마트 1호점을 개점하고 점차 중부와 남부로 내려가면서 다점포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실패 때문에 신 회장에 비해 조심스러운 행보다.

두 사람 다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사측의 해외 유통업 진출에 직접 손을 보태고 있다.

2010년 초에는 '대형마트 가격할인 경쟁'이 두 사람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신세계 이마트가 1월7일 12개 생필품 가격 인하를 선언하자 롯데마트는 일주일 뒤 "이마트가 신문에 가격을 내리겠다고 광고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조금씩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경쟁업체의 가격인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발끈했다. 할인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부 논의와 납품업체들과의 협의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순간적 대응차원에서 내놓은 가격이 과연 얼마나 유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을 둘러싼 두 사람의 전쟁도 볼만하다.

롯데가 2003년 영플라자를 시작으로 2005년 3월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서울 명동에 오픈하자 신세계는 2005년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열고 2007년 2월 명품관을 오픈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2009년 초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롯데백화점과 불과 5m 떨어진 거리에 신세계백화점이 오픈하면서 또 한 번 격돌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장 이후 3개월 만에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부산지역 독주체계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9월부터는 신세계가 약 9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영등포점을 재개장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까지 오픈하면서 경인로를 사이에 두고 롯데백화점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향후 두 그룹 신성장동력을 대형 복합쇼핑몰로 잡은 것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이어 2013년 수원역과 2015년 송도 국제도시에 복합쇼핑몰을 잇따라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vs 신세계이마트

정 부회장도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복합쇼핑몰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4월 경기 북부 최대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오픈했다. 또한 2015년 오픈 예정인 하남·대전·동대구·인천 청라지구 등의 복합쇼핑몰도 본격 추진 중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경쟁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마트몰을 리뉴얼하며 매출을 2015년까지 4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도 2015년까지 온라인 쇼핑몰 매출 2조원을 달성해 국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선언하면서 맞불작전을 펼쳤다.

이처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마트, 신 회장과 정 부회장 간의 유통전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두 기업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유통업계 왕좌를 놓고 다투는 대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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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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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