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실주의 작가 안창홍

화가의 손 그리고 심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가 작가 안창홍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2015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2016년 이후 안창홍이 집중적으로 발표한 조각 작품들, 그중에서도 신작들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다. 초대형 부조 신작과 마스크 그리고 회화 소품까지 25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만난다.
 

▲ 화가의 심장 1 Heart of the Artist 1, 2019, acrylic on FRP, 300x220x60(d)cm

안창홍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비판적 사유를 평면과 입체 작품에 담아왔다. 사회 변화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은 안창홍의 주된 소재다. 그는 익명의 개인에게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의 소외를 작품에 표현했다.

입체 분야로

산업화 시대에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연작, 눈을 감은 인물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려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다룬 ‘49인의 명상’, 2009년 우리 일상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건강한 소시민들의 누드를 그린 베드 카우치등이 대표적이다.

안창홍의 작품세계는 2016년부터 입체 분야로 확장됐다. 눈이 가려지거나 퀭하게 뚫린 거대한 마스크 조각들을 소개했다. 한층 넓어진 그의 작품세계는 이번 전시서 두드러진 성과로 나타난다.

지하 전시장에는 안창홍이 2019년 새로 선보이는 신작 부조인 화가의 손’ 3점과 화가의 심장’ 1점이 걸린다. 인형, 롤러, , 물감튜브, 물감 찌꺼기 등 쓰다버린 물건들이 빽빽이 뒤엉킨 상태로 확대된 모양의 판 덩어리 중간에 백골의 손이 걸려있는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화가의 손 연작은 높이 3m, 길이 2.2m의 거대한 크기다. 제목 속의 화가는 안창홍 자신이면서 동시에 굴곡진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을 대변하는 존재다. 안창홍은 우리에게 지워진 삶의 굴레와 작업의 치열함 속에서 시간과 운에 의해 성패가 갈리고 희비가 엇갈리는 화가의 삶을 빗댔다. 작품은 형형색색 빛깔과 잿빛 그리고 황금빛의 세 가지로 표현했다.

소외된 개인의 아픔
잊혀진 역사의 비극

화가의 손과 동일한 크기의 판 조각 위에 가시에 둘러싸인 채 고통스럽게 피 흘리는 선홍색 심장이 있는 화가의 심장1’도 눈여겨봐야 한다. 화가의 심장1은 삶의 가치가 고통과 아픔에 기반하고, 나아가 이 고통과 아픔이 삶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화가의 심장2’는 이 심장만을 환조로 확대했다. 전시장 한쪽에 매달려 마치 순교자를 보는 듯한 숭고함을 자아낸다.

거대한 조각 작품들로 구성된 지하층과는 달리 2층 전시장에선 대형 마스크 2점과 익명의 얼굴들이 그려진 작은 캔버스 16점이 자리한다. 2018년에 시작된 회화 연작 이름도 없는에는 개성이 사라진 얼굴들이 거친 붓터치로 그려져 있다.
 

▲ 이름도 없는… 2019-2 Sad Evaporation 2019-2, 2019, oil on canvas, 38x38cm

안창홍은 이 표정 없는 인물들에 대해 단지 이름만 없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묻혀버린 익명의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징이 제거된 인물들의 얼굴에 제주 4·3사태나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현장서 희생당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슬픈 현실을 투영했다.

마스크-눈 먼 자들연작은 눈동자가 없거나 붕대로 눈을 가린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로 채워졌다. 이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눈은 뜨고 있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상기시킨다.


최태만 평론가는 그동안 안창홍의 시선이 사회로 향하고 있었다면 화가의 손과 화가의 심장은 자신과 동료 예술가들에게로 향하고 있다그의 작품이 관조와 성찰을 지향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함께 전시할 이름도 없는연작은 비극적 사건으로 희생됐지만 일련번호로만 표시된 사람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라며 여러 이유로 잊혔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드러난 진실을 증명하는 이 망각된 초상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임에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부터 다양한 시리즈로 발전해온 안창홍의 작품 밑바탕에는 공통적으로 부패한 자본주의, 적자생존 사회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과 역사 속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 화가의 손 2 Hand of the Artist 2, 2019, imitation gold leaf on FRP, 300x220x45(d)cm

이 같은 주제의식과 1980년대 새로운 미술운동을 일으킨 소집단 현실과 발언활동 이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안창홍을 민중미술 작가로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이 현실주의나 삶의 미술에 가깝다고 말한다.

성찰의 계기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현실과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안창홍의 태도는 40여년 동안 일관되게 작업의 근간으로 작용했다그의 시선과 메시지를 오롯이 담고 있는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우리 삶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안창홍은?]

1953년 밀양 출생

개인전

화가의 심장아라리오갤러리(2019)
눈먼 자들조현화랑(2017)
나르지 못하는 새, 안창홍 1972-2015’ 아라리오갤러리(2015)
‘At the garden’
페이지 갤러리(2014)
남과 북기억공작소, 봉산문화회관(2014)
25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 안창홍 작품전조선일보 미술관(2013)‘발견 / Micro:scope’ 대안공간 루프(2013) 외 다수

수상


25회 이중섭 미술상(2013)
10회 이인성 미술상(2009)
1회 부일 미술대상(2001)
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2000)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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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