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말 금융권 'PK천하'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6 18: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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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TK였으나 끝은 PK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국 사회는 학연·지연·혈연 등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다. 이 관계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정권 말에는 항상 이 관계가 작동돼 시끄러웠다. 이번 이명박 정권 말기에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7일 경남 거제 출신인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6대 금융지주사 회장이 모두 PK 출신으로 채워졌다. 그 이유는 뭘까?

지난달 27일 경남 거제 출신의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면서 우리, KB, 하나, 신한, 농협, 산은 등 6대 금융지주사 회장이 모두 PK(부산·경남) 출신 인물들로 채워졌다. 대한민국 금융사상 초유의 일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출신지역과 무관하게 능력만으로 자리에 오른 이들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세를 확장시켜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밀어주고 끌어주고
세 확장 이유는?

신 회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재무부 자본시장과장, 재경원 금융정책과장, 재경부 공보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경남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8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에 입문했다. 강 회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낼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산은지주 회장엔 지난해 3월 취임했다.


2010년 7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진해 출신이다.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어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오랜 기간 활동했고 한국국제경영학회 회장,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자문위원, 고려대학교 총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진교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 상무, 우리증권 사장,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거쳐 2008년부터 우리금융지주를 대표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한 회장은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신한생명 부회장, 신한생명 대표, 신한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김 회장은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하나은행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승유 전 회장의 후임으로 지난 2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TK 출신 MB, 말기 금융권 수장들 PK로 채우는 속셈?
6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PK…경남고 출신 유독 돋보여

6대 금융지주 회장 이외에도 PK 출신은 많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박영빈 경남은행장, 차남규 대한생명 대표이사도 부산에서 태어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고향이 부산이다.

출신 지역 말고도 이들의 연결 고리는 여러 가지다. 강만수·신동규·김정태 회장은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특히 강 회장과 신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강·신·한 회장은 서울대를, 어·이 회장은 고려대를 나왔으며 김 회장은 성균관대 출신이다.


특히 경남고 선후배 사이인 강·신·김 회장은 금융권에서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공동현안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터놓고 상의할 수 있는 허물없는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현정부 실세인 강 회장의 입김이 막강한 영향력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강 회장과 김 위원장은 모피아(재무관료 출신)의 결속력이 더해져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게 정설이다. 신 회장 역시 경남고 선배이자 행정고시 선배인 강 회장의 지원사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강 회장의 서울대 법대 인맥으로 분류되고 있다.

강만수 회장 입김
막강한 영향력 작용

이외에도 모피아 출신들은 많다. 2011년 중순을 전후로 임명된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있다. 특히 김정국 이사장은 행시 9회로 강 회장의 불과 1년 후배다. 증권가에도 김영과 한국증권 금융 사장, 우주하 코스콤 사장, 이현승 SK증권 사장, 김범석 더커자산운용 사장 등이 모피아를 거쳤다.

정부와 금융당국 개입설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다.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으로 선임된 신충식 전 회장은 확실한 이유 없이 100일도 안 돼 사표를 제출했고 이즈음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시작했다.

문재인 통합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모두 부산·경남 인물이기 때문에 연말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주사가 안게 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PK 출신 회장이 일종의 '보험'으로 작용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런데 여당인 새누리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탐탁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영남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명박 정권 초중반 강세를 보였던 TK(대구·경북) 출신들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단 한 명의 지주회사 회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TK 출신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현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영포라인과 상촌회(경북 상주 출신 모임)와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TK 출신 국세청에서
숨통 트나 했더니…

남아 있는 인물로는 대구 출신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중심으로 이주형 수협은행장(경북 안동), 조준희 기업은행장(경북 상주), 이순우 우리은행장(경북 경주), 서진원 신한은행장(경북 영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경북 예천) 등이 TK 라인에 포진돼 있다.

지금은 물러난 인물에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경북 예천),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대구), 임주재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경북 안동) 등이 있다.


과거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경북 상주),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경북 영덕) 등이 포진하고 있을 때와 대비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TK 출신들은 금융권 대신 권력기관인 국세청에 아직 대거 포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조현관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내정되면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 조 내정자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나와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82년 행시 25회로 국세청에 입사했다.

국세청 요직은 TK 출신 인사 중용, 마지막 발악? 
문재인·김두관·안철수 모두 PK 출신, '보험용' 인가?

또한 임환수 본청 조사국장, 김영기 서울청 조사1국장, 이승호 특별조사국장도 모두 TK 출신이다.

금감원에서는 지난 5월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에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북고, 영남대를 나온 김건섭 부원장보를 승진 발령했으며 앞선 4월 신임 금융연수원장으로 임명된 이장영 전 금감원 부원장도 경북고를 나온 TK 인맥으로 분류된다.

같은 달 신임 금융통화위원으로 기재부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정해방 금통위원도 경북고를 졸업한 TK 출신이다. 특히 정해방 위원은 기획예산처 차관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인 데다 이명박 대통령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TK의 마지막 발악은 여기까지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 일각에서는 PK 출신 중 이명박 정권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들이 구축한 기반에 동향의 관료출신들까지 힘을 더하면서 정권 말 TK를 밀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동향 출신 인사들이 금융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금융권 인사에서 정권과 관련해 지역색이 강해질 경우 외풍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정권 교체기에 CEO리스크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풍 막아줄지 몰라도
CEO리스크 등 부작용

한편 영남 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은 그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민병덕 국민은행장(충남 천안), 윤용로 외환은행장(충남 예산), 김용한 수출입은행장(충남 보련), 신충식 농협은행장(충남 예산) 등이 있다.

호남 출신은 거의 전무하다. 1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하영구 씨티은행장(전남 광양)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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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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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