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채찍으로 알몸 때리는 '체벌카페' 실체

“주인님, 더 세게 죽도록 때려주세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성적이 떨어졌는데 저 좀 때려주세요.” “발바닥 체벌 받고 싶은데 체벌해주실 분 찾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노예카페’에 이어 일명 ‘체벌카페’가 10대들 사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변태욕구가 낳은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체벌 좇기’는 도를 넘어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실체를 파헤쳤다.

 

한 40대 남성이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려놓고 체벌할 사람을 기다린다. 마침 연락이 닿은 여학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미사리로 장소를 옮긴다. 미리 준비한 회초리,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기를 이용해 여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체벌한다. 체벌을 받는 여학생은 남성에게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시지를 그녀의 성기에 넣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자신의 성기를 빨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성폭행으로 마무리한다.

인터넷서 판치는
변태행위 알선 카페

이는 지난달 25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의 실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사건의 피해자인 김모(12)양은 친구의 추천으로 단순한 호기심에 체벌카페에 가입했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변을 당했다. 경찰 측은 "현재 김양이 정신적인 충격에 학교생활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정까지 파탄 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호기심 왕성한 수많은 10대들이 너도나도 체벌카페에 눈길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강하게 체벌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무분별한 호기심은 흉악범죄인 성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음성적인 카페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체벌’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약 270여 개의 체벌카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약 20%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겨우 11살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운영하는 카페도 발견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 2005년 7월에 개설돼 현재까지 3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게시물에는 채찍이나 회초리로 여성을 때리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었고, 영상과 사진 속 여성들은 죄다 알몸상태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맞은 부위를 클로즈업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에게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 유사한 게시물로 소설과 만화 등에도 변태적인 체벌내용을 다루고 있어 문제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A: 심심한데 체벌놀이나 할까? B: 그래. A: 우선 나한테 존댓말 써. 그럼 이제부터 내 맘대로 체벌을 시작할게. B: 네ㅠㅠ. A: 일단 옷 벗어. B: 팬티까지요? A: 그래. 그렇게 하고 나 따라와. -학교 운동장- (남자 선배와 후배, 같은 반 남자애들이 있다) A: 자 여기서 3시까지 서있어. B: 네ㅠㅠ (같은 반 남자애들이 사진을 찍는다) B: 그만하세요! A: 뛰쳐나갈 경우에는 집게 꽂고 다시~(B가 뛰쳐나가려고 하자 A와 남자 선후배들이 B의 몸에 집게를 꽂는다. 가슴 10개, 엉덩이 20개, 성기 15개, 입 3개 총 48개를 꽂았다. 남자들은 B의 몸에 꽂은 집게를 흔들며 장난을 친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난 후) A: 자 이제 샤워기다. B: 네  알겠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체벌소설’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이 같은 체벌소설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만화의 경우 변태적인 체벌행위를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접하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체벌카페 직접 운영해 충격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시켜

체벌카페의 종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소위 ‘체벌과외’라고 불리는 이 과외는 학생들이 과외선생에게 체벌을 받으며 과외를 하는 형식이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학원을 가려다가도 딴 길로 새는 내 생활태도를 바꾸고 싶다. 요즘 정신이 해이해졌다”며 “부위가 어디든 선생님이 때리면 얼마든지 맞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고등학생 B양은 “최근 기말고사 때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져 맞아서라도 성적을 올리고 싶다.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돼있지만 과외는 그런 제도가 없어 원하면 언제든지 맞을 수 있어 과외를 신청하게 됐다”며 카페에 문의했다.

이같이 체벌카페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우호적이다. 그들은 학교체벌과 체벌과외는 엄연히 다른 체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모군은 “학교선생님이 때리는 것은 왠지 기분이 더럽고 열 받지만 과외선생님이 때리면 ‘내가 진짜 잘못 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된다”며 같은 체벌을 두고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성적에 스트레스 받는 수많은 10대들이 체벌을 통해서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학업에 집중하길 원해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적지상주의인 교육실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가 성적향상을 목적으로 반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체벌을 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의 성적우위를 따져가며 귀족과 평민, 노예 등 5개의 신분으로 나눴고, 신분에 따라 차등대우까지 서슴지 않았다.

소설·만화·과외까지
섭렵한 변종체벌

또한 초중학생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봤다는 일명 ‘체놀(체벌놀이의 준말)’도 온·오프라인상에서도 이미 유명한 놀이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다. 체놀은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체벌을 가할 사람과 받을 사람을 정한 후에 가혹한 체벌을 주고받는 것이다. 각자 역할이 주어지면 ‘체벌표’를 작성해 순차적으로 체벌을 가한다. 체벌표에 적힌 체벌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수위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체벌을 받는 사람은 체벌을 가하는 사람에게 존댓말을 써 마치 주인과 노예처럼 복종관계를 만들었다. 이후 체벌을 받는 자는 알몸으로 체벌을 받아야 했고 엉덩이, 허벅지, 가슴을 손바닥 또는 회초리 등으로 각 50대 이상씩 맞았다. 취향에 따라 밧줄 등으로 묶어서 채찍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채찍이나 밧줄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다.

수위가 높아지면 성적인 체벌도 서슴지 않았는데 항문에 이물질을 넣거나 성기에 집게를 꽂는 등 가혹행위도 다수 포함됐다. 이는 체벌사이트에서 입수한 변태행위를 실제로 따라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의 빗나간 호기심을 반영한 신종놀이다. 더불어 성적과 학교생활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은 서로 고통을 주고받는 교환체벌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여기기도 한다.

체벌표 만들어
순차적으로 체벌

중학생인 오모군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이렇게 푼다. 서로 때리고 맞는 게 진짜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놀이니까 다들 장난치는 걸로 생각한다”며 체벌놀이를 단순 놀이 중 하나라고 여기듯 말했다. 

이번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으로 인터넷상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음성카페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온라인상 음성카페 개설에 관한 제재권한이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아 모든 카페를 일일이 단속하긴 힘들다. 만약 카페 내 활동이 음란물 유포라든지 아동·청소년의성보호 및 성폭력범죄처벌법을 위반했을 시에만 법률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기 빨게 하고 성폭행 후 나체사진 촬영
판단능력 미숙한 청소년들 고의로 유인

이어 “체벌카페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양쪽 합의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피해자라고 치부하기도 힘들고 처벌 역시 어렵다. 글을 주고받는 카페이기 때문에 단지 체벌을 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처벌하진 못한다”고 전했다. 

자학카페, 노예카페, 체벌카페 등 신종음성카페를 통해 변태적 음란행위를 공유하고 더 엽기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검은 이면. 이런 세태를 바라본 한 정신의학과전문의는 “폭력에 대한 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음란물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됨으로써 청소년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따라하게 된다”며 “그런 것들이 체벌 혹은 다른 폭력적인 행동을 유도해 나중에 더 큰 범죄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유해매체들의 무분별함을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변태적이거나 병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심각한 경쟁이나 학원 내 폭력위기 속에 처한 아이들이 일종의 탈출구로 체벌행위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항적인 요소들이 체벌을 놀이문화 형태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합의하에 만남은
처벌하기 어려워

서울경찰지방청의 여성청소년계 김태균 경감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방된 만큼 가정이나 학교에서 올바른 성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며 “앞으로 온라인상 음성카페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적극 수사해 성폭력 피해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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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