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채찍으로 알몸 때리는 '체벌카페' 실체

“주인님, 더 세게 죽도록 때려주세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성적이 떨어졌는데 저 좀 때려주세요.” “발바닥 체벌 받고 싶은데 체벌해주실 분 찾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노예카페’에 이어 일명 ‘체벌카페’가 10대들 사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변태욕구가 낳은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체벌 좇기’는 도를 넘어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실체를 파헤쳤다.

 

한 40대 남성이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려놓고 체벌할 사람을 기다린다. 마침 연락이 닿은 여학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미사리로 장소를 옮긴다. 미리 준비한 회초리,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기를 이용해 여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체벌한다. 체벌을 받는 여학생은 남성에게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시지를 그녀의 성기에 넣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자신의 성기를 빨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성폭행으로 마무리한다.

인터넷서 판치는
변태행위 알선 카페

이는 지난달 25일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의 실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사건의 피해자인 김모(12)양은 친구의 추천으로 단순한 호기심에 체벌카페에 가입했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변을 당했다. 경찰 측은 "현재 김양이 정신적인 충격에 학교생활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정까지 파탄 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호기심 왕성한 수많은 10대들이 너도나도 체벌카페에 눈길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강하게 체벌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무분별한 호기심은 흉악범죄인 성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음성적인 카페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체벌’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약 270여 개의 체벌카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약 20%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겨우 11살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운영하는 카페도 발견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 2005년 7월에 개설돼 현재까지 3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게시물에는 채찍이나 회초리로 여성을 때리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었고, 영상과 사진 속 여성들은 죄다 알몸상태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맞은 부위를 클로즈업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에게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 유사한 게시물로 소설과 만화 등에도 변태적인 체벌내용을 다루고 있어 문제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A: 심심한데 체벌놀이나 할까? B: 그래. A: 우선 나한테 존댓말 써. 그럼 이제부터 내 맘대로 체벌을 시작할게. B: 네ㅠㅠ. A: 일단 옷 벗어. B: 팬티까지요? A: 그래. 그렇게 하고 나 따라와. -학교 운동장- (남자 선배와 후배, 같은 반 남자애들이 있다) A: 자 여기서 3시까지 서있어. B: 네ㅠㅠ (같은 반 남자애들이 사진을 찍는다) B: 그만하세요! A: 뛰쳐나갈 경우에는 집게 꽂고 다시~(B가 뛰쳐나가려고 하자 A와 남자 선후배들이 B의 몸에 집게를 꽂는다. 가슴 10개, 엉덩이 20개, 성기 15개, 입 3개 총 48개를 꽂았다. 남자들은 B의 몸에 꽂은 집게를 흔들며 장난을 친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난 후) A: 자 이제 샤워기다. B: 네  알겠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체벌소설’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이 같은 체벌소설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만화의 경우 변태적인 체벌행위를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접하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체벌카페 직접 운영해 충격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시켜

체벌카페의 종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소위 ‘체벌과외’라고 불리는 이 과외는 학생들이 과외선생에게 체벌을 받으며 과외를 하는 형식이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학원을 가려다가도 딴 길로 새는 내 생활태도를 바꾸고 싶다. 요즘 정신이 해이해졌다”며 “부위가 어디든 선생님이 때리면 얼마든지 맞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고등학생 B양은 “최근 기말고사 때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져 맞아서라도 성적을 올리고 싶다.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돼있지만 과외는 그런 제도가 없어 원하면 언제든지 맞을 수 있어 과외를 신청하게 됐다”며 카페에 문의했다.

이같이 체벌카페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우호적이다. 그들은 학교체벌과 체벌과외는 엄연히 다른 체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모군은 “학교선생님이 때리는 것은 왠지 기분이 더럽고 열 받지만 과외선생님이 때리면 ‘내가 진짜 잘못 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된다”며 같은 체벌을 두고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성적에 스트레스 받는 수많은 10대들이 체벌을 통해서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학업에 집중하길 원해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적지상주의인 교육실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가 성적향상을 목적으로 반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체벌을 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의 성적우위를 따져가며 귀족과 평민, 노예 등 5개의 신분으로 나눴고, 신분에 따라 차등대우까지 서슴지 않았다.

소설·만화·과외까지
섭렵한 변종체벌

또한 초중학생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봤다는 일명 ‘체놀(체벌놀이의 준말)’도 온·오프라인상에서도 이미 유명한 놀이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다. 체놀은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체벌을 가할 사람과 받을 사람을 정한 후에 가혹한 체벌을 주고받는 것이다. 각자 역할이 주어지면 ‘체벌표’를 작성해 순차적으로 체벌을 가한다. 체벌표에 적힌 체벌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수위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체벌을 받는 사람은 체벌을 가하는 사람에게 존댓말을 써 마치 주인과 노예처럼 복종관계를 만들었다. 이후 체벌을 받는 자는 알몸으로 체벌을 받아야 했고 엉덩이, 허벅지, 가슴을 손바닥 또는 회초리 등으로 각 50대 이상씩 맞았다. 취향에 따라 밧줄 등으로 묶어서 채찍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채찍이나 밧줄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다.

수위가 높아지면 성적인 체벌도 서슴지 않았는데 항문에 이물질을 넣거나 성기에 집게를 꽂는 등 가혹행위도 다수 포함됐다. 이는 체벌사이트에서 입수한 변태행위를 실제로 따라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의 빗나간 호기심을 반영한 신종놀이다. 더불어 성적과 학교생활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은 서로 고통을 주고받는 교환체벌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여기기도 한다.

체벌표 만들어
순차적으로 체벌

중학생인 오모군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이렇게 푼다. 서로 때리고 맞는 게 진짜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놀이니까 다들 장난치는 걸로 생각한다”며 체벌놀이를 단순 놀이 중 하나라고 여기듯 말했다. 

이번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으로 인터넷상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음성카페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온라인상 음성카페 개설에 관한 제재권한이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아 모든 카페를 일일이 단속하긴 힘들다. 만약 카페 내 활동이 음란물 유포라든지 아동·청소년의성보호 및 성폭력범죄처벌법을 위반했을 시에만 법률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기 빨게 하고 성폭행 후 나체사진 촬영
판단능력 미숙한 청소년들 고의로 유인

이어 “체벌카페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양쪽 합의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피해자라고 치부하기도 힘들고 처벌 역시 어렵다. 글을 주고받는 카페이기 때문에 단지 체벌을 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처벌하진 못한다”고 전했다. 

자학카페, 노예카페, 체벌카페 등 신종음성카페를 통해 변태적 음란행위를 공유하고 더 엽기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검은 이면. 이런 세태를 바라본 한 정신의학과전문의는 “폭력에 대한 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음란물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됨으로써 청소년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따라하게 된다”며 “그런 것들이 체벌 혹은 다른 폭력적인 행동을 유도해 나중에 더 큰 범죄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유해매체들의 무분별함을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변태적이거나 병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심각한 경쟁이나 학원 내 폭력위기 속에 처한 아이들이 일종의 탈출구로 체벌행위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항적인 요소들이 체벌을 놀이문화 형태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합의하에 만남은
처벌하기 어려워

서울경찰지방청의 여성청소년계 김태균 경감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방된 만큼 가정이나 학교에서 올바른 성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며 “앞으로 온라인상 음성카페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적극 수사해 성폭력 피해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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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