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5)조문

김유신 평양성으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지소부인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유신은 주안상이 차려지자 두 아들을 그 앞에 자리하도록 했다. 

“삼광아.”

“네 아버지.”

“지금부터 이 아비 말을 잘 듣거라. 원술이도 같이.”

유신이 일전에 고구려 영토에 들어갔다가 퇴로가 막혔던 일, 그리고 연개소문을 만났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를 듣는 지소부인, 삼광과 원술은 차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순간순간 표정이 변화되었다.

고구려의 운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는데. 지금 저 별이 떨어진 모습을 보니 연개소문 대감이 운명을 달리한 듯 보이오.”

“그런데 왜 저쪽으로.”

“그러게 말이오. 나도 이해되지 않는구려.”

“여하튼 연개소문이 돌아가셨다면…….”


“고구려의 운이 다했다는 이야기지요. 이제 당나라 놈들이 본격적으로 고구려를 공략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유신이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지소부인과 아들들의 얼굴을 주시했다.

“내 한번 다녀오리다.” 

“고구려에요!”

삼광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아비가 평양성에 다녀와야겠구나.”

“위험하지 않으시겠어요?”

“방금 이 아비가 말한 걸 벌써 잊은 게냐?”

“그래도.”

“삼광아.”

“네 아버지.”


“여하한 경우라도 사람을 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단다. 특히 조문 사절은 절대 해하면 안 되지.”

“그야 그렇지요.”

대신 답한 지소부인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오, 부인.”

“조정에 장군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러지요.”

“그 부분은 부인이 맡아주시오.”


“그래요, 오라버니를 만나 장군의 입장을 전하겠어요.”

“그러면 소자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유신과 지소부인의 대화를 듣던 삼광이 끼어들었다.

“그냥 조용히 다녀오련다. 행차가 거창하면 말들이 많아질 수 있으니 그저 하인이나 대동하고 다녀오련다.”

김유신이 하인을 대동하고 국경을 넘어 고구려 영토로 들어갔다.

가까운 초소를 찾아 자신의 신분과 국경을 넘어선 이유를 밝혔다.

일전에 보았던 연개소문의 아들 남건을 만나려 한다고 설명하자 호위를 삼엄하게 하고 평양성으로 안내했다.

평양성에서 신라의 김유신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남건이 성 밖 멀리까지 나와 유신을 마중했다.

“대장군,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오, 장군.”

맞이하는 남건의 손을 잡으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상을 당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를 살피며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대장군.”

“내가 뭔가 오해했던 모양이오.”

“일단 성으로 들어가시지요.”

남건의 안내로 성에 들자 주변은 조금도 소요 없이, 평상시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 평양성의 연개소문 집무실로 들자 고문을 위시한 고구려의 여러 장군들과 남생, 남산이 신라의 노회한 대장군을 영접했다.

“연개소문 대감은?”

다음 말은 차마 이을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잠시 여행 중이십니다.”

“여행이라니요?”

“스님 한 분과 함께 당나라로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당나라로 말입니까!”

김유신의 목소리가 절로 올라가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대장군, 왜 그러시는지요?”

남생이 다급하게 나섰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소.”

“주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남생의 표정에 불길한 기운이 스쳐지나 갔다.

“경주를 떠나기 전날 밤에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별이 이곳이 아닌 당나라 수도가 있는 장안으로 떨어졌다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유신이 말을 마치자 남생과 남건뿐만 아니라 모두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대장군께서 아버지 조문을 겸해 방문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분명 그 별은 연개소문 대감의 별이었소만.”

“대장군, 실은.”

김, 연개소문의 아들을 만나다
연, 죽어서 당나라를 점령하다

남생이 입을 열다가 모두에게 시선을 주었다.

“말해보시오, 장군.”

고문이 급히 말을 이었다.

“며칠 전 꿈에 저 역시 그와 비슷한 꿈을 꾸었는데…….”  

“무슨 꿈이었소?”

“아버지께서 당나라의 고종을 무릎 꿇리고 엄히 문초하는 꿈이었습니다.”

남생의 이야기에 모두의 얼굴이 근심 그 자체로 변해갔고 여기저기서 자신들 역시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어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기를 잠시, 밖에서 한 스님이 남생을 찾는다는 전갈이 전해졌다.

남생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문제의 스님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의 상황을 살피던 스님이 가볍게 합장하고 온사문이 전하라 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연개소이 당의 수도인 장안과 멀지 않은 곳에서 돌아가셨고 유언에 따라 화장해서 당나라 장안성에 재를 뿌렸다는 내용이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연개소문의 집무실은 일시에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잠시 후 유신이 아들들, 특히 남건을 위로하며 손을 이끌었다.

“역시 아버님은 영웅이십니다.”

“대장군, 아버지의 진정이 무엇입니까?”

“결국 소원대로 당나라를 정복하신 게지요.”

“물론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만 굳이 이곳이 아닌 당나라에 뼈를 묻으신 그 사유 말입니다. 자식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생전에 별다른 말씀은 주시지 않았습니까?”

유신의 말에 남건이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저.”

남건이 말을 하다 말고 차마 다음 말은 잇지 못하겠다는 듯 유신을 주시했다.

“여하튼 지금부터 각별히 준비해야 합니다. 당나라에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사실을 반드시 알 터이고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고구려를 침공할 게요.”

“당연히 그리할 테지요. 그렇다고 선선히 그들에게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장군의 의지는 알고 있소.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그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기둥의 부재

“특히라니요?”

“연개소문 막리지란 커다란 기둥이 있고 없고 차이가 금방 드러날 것입니다.”

남건이 가볍게 신음을 토했다.

“연개소문 막리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고구려 군은 급격하게 와해되고 이전처럼 당나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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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