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임시공휴일에 대해 살펴보자. 임시공휴일은 대통령령 제24828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수시로 지정하는 공휴일로, 국무회의의 심의 및 대통령 재가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건국 이후 최초로 4·19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적이 있었다. 5·16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2년 4월19일을 ‘4·19혁명 기념일’로 지칭하여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박정희정권은 왜 4·19를 혁명으로, 또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까. 이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권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4·19를 혁명으로 지칭하며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음은 불문가지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이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시정부 수립일의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 논의는 청와대서 시작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서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취지로 4월11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제안했다”며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는 등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도하 각 언론서 동 사안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임시공휴일 지정을 원하는 수치가 우세한 결과를 말이다. 마치 청와대가 여론몰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4월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반대 의견이 다수로 나타났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상의 과정을 살피면 청와대가 북 치고 장구 치는 형국이다. 즉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사안으로 여겨지는데 아니, 문 대통령의 염원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일어난다.
왜냐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언급했다.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건국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비록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도용했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의지로부터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임시정부와 관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을 엿보자.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6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 보낸 축하 전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자주, 민주, 통합의 가치를 실천하며 조국 광복을 이뤄내고 건국의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념하고 후세에 가르치는 일은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힘 있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정신적 토대가 될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에 대해 명쾌하게 언급했다. 건국의 주춧돌이며 정신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주춧돌은 건축물의 기둥을 받쳐주는 돌로, 토대는 목조건축에서 기초 위에 가로로 대서 기둥을 고정하는 목조부재로서 최하부에 위치하는 수평재를 의미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바라보는 임시정부는 건국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주고 있다.
임시정부에 대한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시각은 천양지차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아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억지춘향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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