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②> 연휴 밥상머리 민심 키워드

민심 쟁탈전 승자는 누구?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명절은 ‘민심의 용광로’다. 서로 다른 환경에 있던 가족이나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때만큼은 정부와 정치권도 민심서 멀어지지 않으려 총력을 기울인다. 설 명절은 신년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자연스레 지난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올해를 예측하곤 한다. 이번 설 밥상머리 민심 키워드에는 어떤 사안들이 자리 잡게 될까.
 

▲ 신년사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설 밥상머리 민심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선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는 올해로 집권 3년 차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3년 차 징크스’로 여겨지는 한 해를 관통하게 된다. 문정부는 청와대서 비롯된 논란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하고 성과를 통해 징크스를 돌파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당 역시 정부와 발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여당발 의혹을 정면돌파하고, 정부 성과를 위해 국회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에 고삐를 당기면서 존재감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심 잡기
총력전

올해 설 밥상머리 키워드는 지난 설과 대동소이하다. 지난 설 키워드는 크게 4가지로 압축됐다.

첫 번째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평창올림픽은 문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스포츠 행사였다. 평창올림픽은 지난해 2월9일 개막해 같은 달 25일 폐회됐다. 당시 설은 2월15~18일이었다. 평창올림픽과 설 명절이 겹쳤다.


평창올림픽이 설 키워드로 선정된 결정적 이유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의 방남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여, 남북 평화무드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번째 키워드는 ‘북한’으로 이어졌다. 김 부부장의 방남으로 남북관계는 해빙무드를 탔다. 남북관계의 회복은 4·27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가능성으로 뻗어나갔고,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도래했다.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은 총 세 차례 열렸고 중간에 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세 번째 키워드는 ‘지방선거’였다. 당시 설은 6·13지방선거를 약 4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은 집권 초기였던 문정부의 국정 동력 강화를 위해 힘썼다. 다당제로 꾸려진 야당은 지방선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뜨거운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마지막 키워드는 ‘개헌’이었다. 당시 개헌은 정치권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정부와 여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밀어붙였다. 대통령발 개헌안은 국회로 전달됐지만 한국당 등 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개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밀양과 제천 화재 참사, 부동산 대책, 최저임금 등이 키워드로 꼽혔다.

올해 설 밥상머리 키워드 역시 작년과 비슷하게 3가지 키워드와 각종 이슈들로 꾸려질 전망이다.

정부·여야 설 전후 줄다리기 팽팽
정치권 이슈는…지난해와 대동소이

첫 번째 키워드는 ‘경제’다. 경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 사회서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문정부는 집권 이후 지속적인 민생경제 악화와 경제지표 추락으로 곤혹을 치렀다. 그 연유로 문 대통령의 3대 경제정책 기조(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파상공세를 맞았다.

청와대 경제팀의 불화와 교체는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2기 경제팀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정책 전환은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노선 변경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경제를 사실상 올해의 최우선 정책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서 기해년 신년 행사를 열었다. 또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요청했다. 기업인들은 이 자리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성과에 집중하는 까닭은 국정 동력의 향배가 경제에 달려있다는 경각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선 아래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제악화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야권과 사회 일각에선 정부의 경제정책 수정을 강하게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문정부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결국 성과 여부에 따라 향후 국정 동력이 추진력을 얻을지, 걸림돌을 만나게 될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설 민생안정대책을 선제적으로 꺼내든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열고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통해 위기지역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35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설 연휴에 모이는 가족과 친지들은 경제 문제를 입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먹고 사는 문제’는 명절서 빠지기 힘든 단골 이슈다.

경제 성과
북한 비핵화

두 번째 키워드는 지난 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다. 북한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지난 1차 정상회담에 이어 2월 말에 재회할 예정이다. 남북미 실무자들은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서 2박3일간 함께 같은 장소서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은 2박3일간 잠만 따로 자고 삼시 세 끼를 같이했다. 북미 간 의견 조율에 한국이 중재하는 형태의 회담이었다.

회담 이후 실무자들의 얼굴이 모두 밝았던 것으로 미뤄볼 때 의제 조율은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결과에 따라 정치권과 사회에선 여러 갈래의 평가들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실질적 비핵화 여부 등과 관련해 한반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공산이 크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주목되는 건 남북정상회담의 재개, 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일각에선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된다면 오는 3∼4월 사이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힘이 실리는 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따른 리스크가 남북 모두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이 강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당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모두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상응 조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번 비핵화는 과거 실패한 과정과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보궐선거
의원 총선거

세 번째 키워드는 ‘선거’다. 물론 올해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일정이 없어 ‘선거 없는 해’로 불린다. 다만 4·3국회의원 재보선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왔고 내년 4·15총선에 출마할 인사들은 하나둘 지역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4월 재보선에 대한 관심은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현재 재보선 확정 지역구는 경남 창원성산과 경남 통영·고성으로 모두 PK(부산·경남)다. PK는 지난 6월 지선 당시 민주당 돌풍이 불었던 곳이다. 민주당 후보였던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당선되는 이변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PK는 이전과 다소 다른 분위기다.

PK지역서 바닥 민심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곳곳서 흘러나온다. 일례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에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PK지역서의 정부·여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PK의 완전한 탈환을 기점으로 장기 집권론을 외쳤던 민주당의 외침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내년 실시되는 4월 총선을 위해 출마 준비자들은 한껏 옷깃을 여미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설 명절을 맞아 표밭 일구기를 시작했고,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꾀하고 있다. 국회 입성을 도전하는 이들도 설 전후를 기점으로 출마 소식을 속속 알릴 예정이다.

이 외에 한국당 전당대회, 사법 농단 의혹, 부동산 정책, 전두환 전 대통령, 한일 레이더 갈등 등이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전대는 설 이후 2월 말에 개최된다. 제1야당의 차기 당권을 두고 후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대 흥행에 불이 붙고 있다. 특히 후보들의 전대 출마 선언은 설 이전에 이뤄졌다. 한국당 전대에 출마할 후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이들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경제·북한·선거 밥상머리 채울 듯 
전대·사법 농단 등 다양한 현안들도

한국당 전대 일정은 오는 2월27일로 설정됐지만 차후 변경될 수 있다. 통상 전대를 통해 해당 정당은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톡톡히 누리게 되지만 일정상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전대가 치러지는 2월 말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정대로 실시된다면 비핵화 이슈는 한국당 전대 효과를 빨아들일 공산이 크다.

‘사법 농단의 몸통’으로 불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새벽 구속됐다. 대법원장이 구속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만 해도 40여가지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된 사법농단 의혹과 그 정황으로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법이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춘추관서 올해 첫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안한 추가현상이 있다면 정부는 지체 없이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 집값이 소득보다 너무 높아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언제든 부동산 상황에 따라 추가대책을 내놓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신년사 갖는 자유한국당

전두환씨의 골프 논란도 심심찮게 거론될 전망이다.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지만 최근 골프장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골프장 외에도 여러 차례 외부활동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일 레이더 갈등도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광개토대왕함 추적 레이더가 자신들의 초계기를 조준한 근거로 신호음을 공개했지만 국방부는 가공된 기계음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확실한 증거는 ‘원음’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두환 골프
한일 레이더

일본의 초계기는 지난해 12월 말 북한 어선에 대한 구조 활동을 하던 광개토대왕함 주변서 저공 위협 비행을 해 논란을 야기했다. 일본은 지난 23일 또 한 번 저공 위협 비행으로 도마에 올랐다.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때보다 더 낮은 고도로 대조영함 주변을 선회했고, 국방부는 이를 강력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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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