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설 도는 재계 회장들

죄지어도 물러나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근 재계에 은퇴 바람이 불고 있다. 경영권 승계가 필수였던 과거와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던 곳이라 사정당국의 레이더망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요시사>가 최근 재계 회장들의 은퇴 속사정을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김정주 NXC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지난해 11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은퇴선언은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1956년 생인 그의 나이가 62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 은퇴선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금수저로서의 부담감을 토로했다.

압박

이 전 회장은 전직원에게 보내는 사퇴 서신을 통해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밖에서 펼쳐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 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껴야 했다. 그동안 그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다물었다. 이빨이 다 금이 간듯하다”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언급했다.

그의 사퇴소식은 재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창 그룹 수장으로서 경영활동을 할 60대 초반 나이에 경영권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은 결정 아니겠느냐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채 한 달이 가지 못하고 감동이 사라졌다. 그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사실 코오롱그룹은 사정당국이 주목하고 있던 곳이었다. 지난 2016년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사4국을 투입해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통상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린다. 비리 혐의가 포착됐을 때 투입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국세청의 세무조사 실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 얘기가 오갔다.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은 이 전 회장을 조세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742억9000만원을 과세했다.

총수·오너 일가 잇단 은퇴 눈길
사정당국 타깃 가능성과 맞물려

그리고 지난해 12월 이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2년 만에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의 은퇴선언과 검찰 수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은퇴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그룹 측은 “이 회장의 사퇴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부정했다.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지주사 NXC의 지분을 전량 처분할 의사를 내비쳤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이르면 다음 달 예비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2011년 일본 증시에 NXC가 보유한 넥슨의 지분 47.98% 가치만 6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가 넥슨 지주사 지분을 처분하겠다는 소식이 들리자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사정당국의 압박에 김 대표가 지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그중 하나다. 김 대표는 이른바 ‘넥슨 주식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은 바 있다.

김 대표는 2016년 진경준 당시 검사장에게 비상장 넥슨 주식을 뇌물 목적으로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법적으로 자유로운 신분이 됐지만 압박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에도 이른바 ‘우병우 처가 땅 의혹’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 등 검찰과의 악연이 이어졌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2011년 3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처가가 보유하던 강남구 역삼동 825-20번지 등 일대 토지 4필지와 건물을 1300억여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서 넥슨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 우 전 수석 등에게 부적절한 이득을 챙겨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은퇴선언을 두고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2020년 말 은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그런 역할(국내 제약사의 의약품이 해외진출을 하도록 돕는 네트워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다면 미련 없이 2020년 말에 떠나겠다”며 “물러난 이후 회사 경영은 후배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계열사에 있는 장남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사정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그룹 중 한 곳이다. <더벨>에 따르면 2015년 3월 서 회장은 국세청을 상대로 2012년 납부했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반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수사 피하기?
특권 내려놓기? 

핵심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2년 셀트리온제약 등 특수관계자들과 100%에 달하는 내부거래비율을 보였다. 이 기간 총 매출액은 338억원으로 전액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었다. 의약품을 개발, 제조해 셀트리온제약 등에 전량 공급해 판매하는 사업구조인 탓에 내부거래가 이어졌다.

바이오의약품 수입과 수출을 전담하는 자회사 셀트리온지에스씨와의 내부거래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2012년 셀트리온지에스씨의 내부거래 내역을 보면 특수관계자 매출이 189억원이다. 이 기간 셀트리온지에스씨의 총 매출은 155억원으로 내부거래액이 이를 초과했을 정도다.

당시 서 회장에게는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지에스씨 등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가 과세됐다. 2012년 당시 서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97.28%, 50.31%, 68.42%였다. 세무당국은 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3%를 넘고 내부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면 발생 이익을 대상으로 과세한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셀트리온 증여세 미스터리’ 제하의 기사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홀딩스 관계자에게 서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관련 내용을 질의했으나 서 회장 개인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셀트리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셀트리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셀트리온은 매출 99% 이상이 국내 계열사서 발생해 내부거래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가 해외서 많이 팔려도 셀트리온의 매출 중 국내 매출액이 많은 것은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면피용?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퇴진을 선언한 총수들은 공교롭게도 사정당국의 압박이 있었던 곳” 이라며 “이들의 퇴진이 그룹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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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