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대교의 오너 퍼주기’ 실태

누가 뭐라 해도 밀어붙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교육그룹 대교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전년대비 일감 몰아주기 규모는 더욱 늘었다. 법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도덕적 비판 정도는 가볍게 눈을 감고 있다. 대교그룹의 속사정을 <일요시사>서 추적했다.
 

대교는 교육 그룹이다. 대교의 전신은 1976년 1월 세워진 한국공문수학연구회로 창업자는 강영중 회장이다. 당시 20대였던 강 회장은 서울에 종암교실을 열었다. 이후 일본의 구몬수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대교는 입소문을 타고 성장했다. 

교육 그룹
안정 성장

1991년 일본 구몬수학과의 ‘구몬’ 상표 로열티와 관련해 이견이 생겨 결별하면서 현재의 대교라는 상호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때 등장한 ‘눈높이’ 학습지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거치는 학습지의 대명사가 됐다. 대교가 시장의 지배력을 높인 비결은 명쾌했다. 국내서 처음으로 시도한 1대1 방문학습시스템은 체계적인 맞춤 지도라는 평가와 함께 시장에 자리 잡았다.

대교는 이를 바탕으로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주사 대교홀딩스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두고 대교, 대교D&S, 대교CNS, 대교ENC, 강원심층수, 위더그린, 대교에듀피아, 대교에듀캠프, 대교CSA, 대교아메리카, 대교홍콩유한공사, 대교말레이지아, 상해대교자순유한공사, 장춘대교자순유한공사, 대교인도네시아, 대교싱가폴, 대교베트남, 대교인도, 대교영국, Eye Level Hub, LLC, KNOWRE AMERICAS INC.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교를 제외하고는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사다. 따라서 대부분의 계열사에 대한 재무 정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계열사 가운데 핵심은 대교다. 대교의 지난해 연결기준 자산은 8570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8122억310만원, 영업이익은 454억8491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내 교육 사업 회사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강 회장은 지주사 대교홀딩스의 지분 82.0%를 가지고 있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크다. 강 회장을 포함한 우호지분을 더하면 95.9%까지 지분율이 오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단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한 점이다.

오너 일가 개인 회사에
40% 웃도는 일감 제공

대교문화재단(3.1%), 세계청소년문화재단(1.7%), 봉암학원(0.8%)의 지분율이 5%에 상회함에 따라 강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졌다. 통상 재단, 학교법인 등 비영리 법인의 경우 지분을 수증 받을 때 해당 지분의 5%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비교적 영리한 방법으로 그룹 지주사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에선 대교그룹이 2세 경영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승계작업을 위한 움직임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 회장의 두 아들 강호준 대교 해외사업 총괄본부장과 강호철 대교CNS 대표의 승계를 진행 중이라는 것.

승계 발판 회사로 지목된 곳은 크리스탈원이다. 크리스탈원은 강호준 대표와 강호철 대표 두 사람이 지분의 98%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대교문화재단이 1.47%, 주권량씨가 0.49%를 쥐고 있어 사실상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 대교 창업주인 강영중 회장

재계에선 이들 회사가 향후 강호준·호철 대표의 승계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그 근거였다.


크리스탈원은 2004년 9월 IT토털서비스 및 교육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크리스탈원의 구체적인 재무구조는 2011년 외감 기업에 포함되면서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크리스탈원은 계열사의 일감을 통해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개별 기준 크리스탈원의 매출액은 16억381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올린 매출은 14억1920만원이었는데 전체 매출액의 86.6%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셈이다.

이들 기업 등을 통해 올린 자금을 바탕으로 지주사 지분 매입을 통해 승계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크리스탈원은 0.01%의 대교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제재 
대상 미포함

또 꾸준히 배당을 통해 직접적으로 강호준·호철 대표에게 재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주주들에게 총 3억원의 배당금을 줬다. 이후 2013년 1억9023만원, 2014년 1억9023만원, 2016년 7000만원 등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사업연도 2016년에는 19억4867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들 배당금의 95% 이상은 호준·호철 두 사람에게로 흘렀다.

크리스탈원은 편법 승계로 활용될 여지가 높은 회사라 높은 일감 몰아주기 비중과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한 점을 두고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제재는 불가능했다.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논란과 관련해 핵심 계열사인 대교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일요시사>의 ‘나홀로 대박 오너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제하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전년 기준 대교홀딩스의 배당금총액은 약 75억원이다. 1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1200원, 우선주 1250원이다.
 

▲ 대교 계통도

배당 대상 주식수(보통주 578만9990주, 우선주 2만564주)와 1주당 배당금이 전년과 동일한 관계로 배당금 총액 역시 변동이 없었다.

다만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23.2%서 24.4%로 소폭 상승했다. 배당금 총액이 전년과 동일한 상태서 배당성향이 오른 건 당기순이익이 떨어진 탓이다. 연결기준 2015년 326억원이던 대교홀딩스의 당기순이익은 31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대교홀딩스 최대주주인 강 회장은 지분 82.0%를 소유하고 있으며 셋째 동생인 강학중씨가 5.2%, 강 회장의 둘째 동생이자 인쇄전문업체인 타라티피에스의 대표 강경중씨가 3.1%로 2·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강 회장과 모든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90.3% 수준이다.

회사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한 오너 일가는 배당을 통해 곳간을 채웠다. 대교홀딩스 주식 495만5660주를 보유한 강 회장은 59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고 강학중씨는 3억8000만원, 강경중씨는 2억2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 회장은 대교홀딩스의 자회사인 대교를 통해서도 배당금을 받고 있다. 대교는 지난해 218억원의 배당금을 내놨다. 전년 6월30일 기준으로 지급한 중간배당이 90억원, 12월31일 기준 결산배당이 128억원 규모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보통주와 우선주의 1주당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240원, 250원이다. 중간배당 당시 보통주와 우선주의 1주당 배당금은 100원이고 결산배당에선 각각 140원, 150원으로 책정됐다. 

2015년 49%였던 배당성향은 소폭 상승한 51.2%를 나타냈다. 배당금 총액은 거의 변동 없는 상태서 당기순이익이 소폭 하락한 게 배당성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강 회장이 보유한 대교 주식은 보통주 449만4764주(5.31%), 우선주 161만3714주(8.31%)에 달한다. 대교홀딩스(54.51%)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를 통해 대교서 받게 된 배당금 수령액은 약 15억원이다. 여기에 대교홀딩스서 받은 배당금(59억원)을 더하면 강 회장은 지난해 배당으로 약 75억원의 수익을 남긴 셈이다. 일각에선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 올바른 경영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이런 가운데 대교가 세무조사를 대대적으로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월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대교타워에 조사1국 요원을 투입해 대교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2013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고액 배당으로 뒷말이 나온 상황서 이들 거래와 세무조사 간 연관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 대교그룹 측은 당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각지대서 
몸집 키워

대교그룹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향후 고액배당금과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읽힌다.

우선 오너 일가의 지분 비중이 높은 대교홀딩스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배당금을 전년보다 늘렸다.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교홀딩스는 81억7318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75억4627만원 대비 8.3% 늘어난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3억2068만원으로 전년 185억5696만원 대비 65.93% 급감했다.

대교 역시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전년 수준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해당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교는 지난 3분기 동안 총 215억2967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전년동기(217억2643만원)와 비슷한 수준에 배당을 실시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242억6332만원을 기록해 전년 396억6201만원 대비 38.8% 감소한 것.

이에 따라 당분간은 고액 배당 논란을 종식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 역시 같은 상황이다. 대교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이슈는 크리스탈원뿐만이 아니다. 내부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타라티피에스도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회사다. 

타라티피에스는 사실상 오너 일가 개인회사로 해석된다. 강 회장이 68.1% 지분율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강호연 대표도 10.6%의 지분으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지분 20.5%까지 더하면 우호지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분의 합은 100%에 육박한다.

당기순이익 급감에도
더 늘린 배당금 총액

계열사의 지원은 상당했다. 지난해 타라티피에스에선 내부거래를 통해 308억6093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타라티피에스 전체 매출 766억7575만원 중 40.24%에 달하는 비중이다.

물론 공정위가 판단하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제동을 걸 근거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오너 일가 개인회사를 향한 높은 일감 몰아주기 비중은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꼼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타라티피에스는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타라티피에스는 40% 수준의 일감을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아 매출을 올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287억원(전체매출 697억원), 2015년 268억원(669억원), 2014년 274억원(685억원)이다.

타라티피에스 내부거래 가운데 가장 많은 일감 비중을 차지하는 대교는 일감 규모를 줄이지 않고 있다. 대교가 타라티피에스에 올 3분기까지 준 일감 매출 규모는 186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55억원에 비해 20% 증가한 수준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되려 20%의 일감을 늘린 것이다.

배당금도 지난 5년간 꾸준히 제공했다. 타라티피에스는 지난해와 2016년 각각 8억422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15년 7억184만원, 2014년 4억9128만원, 2013년 5억6640만원 등의 배당을 지급했다.

타라티피에스의 전체 지분 80%에 육박하는 규모가 오너 일가의 지분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비율만큼의 배당금이 오너 일가로 향한다. 이 때문에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을 바탕으로 오너 일가가 사익편취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 해소는?
현재까진 미비

재계 관계자는 “대교그룹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와 고배당 논란이 이미 제기된 바 있었다”며 “공정위의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제약은 없지만 만약 대교그룹이 대기업집단이었다면 상당한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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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