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제19조를 살피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돼있다. 흘낏 살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참으로 애매하다. 양심 혹은 양심에 따른 행동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은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 정의내리고 있다. 역시 추상명사인 양심처럼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양심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을 지칭할까. 이를 살피기 위해 두 건을 실례로 들어보자. 먼저 라이프성경사전서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정의를 인용해본다.
『사물의 선악(善惡)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기능이나 도덕적인 정서, 또는 하나님의 뜻을 통찰하고 죄를 책망하며 선을 추구하려는 선한 능력을 말한다. 헬라어 ‘쉬네이데시스’는 ‘쉰(함께)’과 ‘에이도(알다)’의 합성어로서 ‘같은 생각’ ‘공통의 깨달음’, 즉 민족·언어·신분·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혹은 만인이 다 같이 옳다고 느끼는 생각을 가리킨다(행 24:16; 딤후 1:3). 이 양심이 작용하는 때는 행동할 때(행 23:1; 벧전 3:16), 말할 때(고전 10:29), 순종하며(롬 13:5), 증거할 때(고후 1:12), 하나님을 섬길 때(행 23:1; 딤후 1:3), 일상 생활할 때 등이다(고전 10:25).』
다음은 조선 후기 학자로 송시열 등과 함께 북벌 계획에 참여했던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의 변 들어보자.
『혈기서 나온 것을 인심(人心)이라 하고 의리서 나온 것을 도심(道心)이라 하며, 양심(良心)은 바로 본심(本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아이가 우물로 기어가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달려가 구원하는 것은 본심이고, 명예를 구하거나 그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는 뜻이 있다면 이는 안배포치(安排布置)라 했다. 안배포치는 인간의 의도적인 조치, 즉 자기의 사심으로 현실을 헤아림을 의미한다.
이제 실례를 든 두 건서 양심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라이프성경사전에선 ‘같은’ ‘공통’ ‘만인’을 강조했고 송준길 역시 사심이 배제된, 사전서 지칭하고 있는 개념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양심에 대한 정의는 명쾌해진다. 양심은 개인 또는 특정단체의 사심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선한 마음을 지칭한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판결한 내용에 접근해보자.
헌재는 “병역 의무도 중대한 공익이지만 개인의 양심적 자유도 중대한 가치”라며 병역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5조1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정의 내린 양심과 헌재의 판단을 살펴보자. 개인의 양심을 주장하며 병역을 거부한 사람의 행위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양심이 자신이 믿고 있는 특정 종교로 인해 발생한 양심이라는 점이다. 즉 그들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개인과 특정 종교의 사심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다.
아울러 헌재의 판결은 앞서 실례로 든 두 건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재는 양심에 대한 보편성을 무시하고 헌재의 사심으로 판단했다는 이야기로 헌재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양심인 헌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