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조폭 '신20세기파' 흥망성쇠 풀스토리

“형님이 감방서 고생하는데 밖에서 호강할 수 없지”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1980년대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거머쥐었던 '신20세기파'. 수차례의 와해와 재결성을 거쳐 30년에 가까운 명맥을 이어온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이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신20세기파 두목이 검거되고 이후 조직원들이 잇따라 자수하면서  이들의 뜻밖의 '의리'가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부산지역 폭력조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부산 폭력조직의 탄생비화와 흥망성쇠 풀스토리를 풀어봤다.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든 폭력배 수십 명이 납골공원 장례식장에 들이닥친다. 상대 조직원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해 식당까지 난입했다. 이번엔 병원 응급실에서 건장한 체격의 청년 10여 명이 난투극을 벌인다. 부산지역 불법 오락실 운영권을 놓고 칠성파와 세력다툼을 벌여온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다. 부산지검 강력부가 지난 20일 신20세기파 3대 두목 홍모(39)씨와 행동대장 황모(31)씨 등 15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피비린내 나는
영역다툼

부산의 양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극 중에서 배우 유오성이 소속된 조직이 칠성파고 장동건이 행동대장으로 연기했던 조직은 신20세기파다.

영화 속 얘기처럼 신20세기파는 부산의 또 다른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피비린내 나는 영역 다툼을 벌여왔다. 1980년대 후반 부산에서는 최대 조직으로 꼽히는 칠성파와 이를 견제하는 반칠성파가 성행했다. 반칠성파는 '신칠성파' '20세기파' '신20세기파' '유태파' '영토파' 등의 조직들이 합심해 칠성파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서면서 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끈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신20세기파의 30년 조직명맥의 풀 스토리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흉악범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명명할 수 있다. 

1993년 7월 신20세기파가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가운데 이를 주시하고 있던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부산시 중구 보수동 한 노상에서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은 영화 <친구>에서 대표적인 장면의 소재로 쓰였고 이 영화로 인해 두 조직 간의 오랜 갈등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화 <친구> 실제모델 조폭 '신20세기파' 무더기 검거
반칠성파 계열 30년간 '칠성파'와 반목하며 세력 키워

2006년 1월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20세기파와 반칠성파 연합조직원 60여 명이 회칼, 손도끼 등 각종 흉기를 소지하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한 것이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영락공원 집단칼부림’으로 불리며 사회를 충격 속에 빠뜨렸고 신20세기파를 와해직전 상황까지 몰고 갔던 칠성파와의 대 난투극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추후 신20세기파의 일망타진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반칠성파가 칠성파와의 난투극을 모색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부산지역 양대산맥을 이루는 폭력조직 중 하나인 칠성파 계열의 '신온천칠성파' 소속이었던 양모씨가 이 조직을 탈퇴한 후 반칠성파 계열의 유태파로 옮기면서 잔인하게 난자돼 피살당했다. 이로 인해 친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질긴 세력다툼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돼 양세력 간 잊을 수 없는 대충돌이 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죄단체성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반칠성파 조직원 30여 명만 폭처법위반(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당시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온갖 유흥업소가 문을 닫게 되고 심지어 조폭들의 주요 '밥그릇'이었던 오락실마저 불법 도박업소로 분류돼 자금줄이 막히게 된 데 있다. 더불어 '마피아' '야쿠자'등 국제범죄조직들이 국내에 속속들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간 이권다툼과 자신의 구역을 지키려는 데 혈안이 돼있었다. 특히 신20세기파는 30여년간 토착 폭력배들과 집단패싸움을 벌이며 세력을 넓혀온 예 중 하나로 꼽힌다.

2009년 11월17일 신20세기파가 농협조합장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밀양 상남농협 조합장선거에 신20세기파 조직원 20여 명이 동원돼 경쟁후보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 조직원들은 선거운동원들에게 위세를 과시하거나 출마를 선언했던 입후보자들에게 쇠망치와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 등 비열한 방해공작을 펼쳤다.

밥그릇 뺏겨
자금줄 막히기도

또한 신20세기파와 연합관계에 있었던 '무계파' 조직원들은 경쟁후보자에게 린치를 가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상대후보자는 남은 선거운동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조합장선거에 낙선했고 신20세기파가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12월 신20세기파의 조직원 한 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치료만 받고 끝날 줄 알았던 당시 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런 난동에 충격과 피해를 같이 입었다. 입원한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동석한 타 조직원들이 병원 내 보안직원들을 무작위로 폭행하고 의료진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온갖 진상을 부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신20세기파는 막나가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다시 한 번 쓰게 됐다.   

2011년 6월 또다시 칠성파와의 끈질긴 싸움이 재개됐다. 신20세기파 두목과 조직원들은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조직원 약 40여 명이 사시미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면서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과 칠성파의 와해를 기도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5일 새벽 경주 지역 사찰에 야구방망이를 소지하고 있었던 건장한 남자 7명이 무작위로 난입한다. 현광사 내부분쟁에 개입했던 신20세기파는 조직원 일부를 둔기와 함께 보내 잠을 자고 있던 분쟁 중 반대파 승려들을 무차별 난타했다. 당시 그들은 “무릎 뼈를 부숴서 걷지 못하게 만들라”고 위협을 가한 후 승려들의 방에 들어가 야구방망이로 무릎 쪽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해 뼈가 아스러질 정도의 골절상을 입혔다. 이로 인해 현광사의 승려들은 전치 9주~15주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고 조직은 힘없는 종교인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면서 비난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즈음부터 영락공원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신20세기파의 주요 조직원들이 대부분 출소하며 조직은 막강한 세력으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반칠성파의 연합조직들도 신20세기파에 힘을 더하며 조직의 건재함을 새삼 실감케 했다.

또 다시 시작된
끈질긴 싸움

하지만 검찰의 수사망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영락공원사건 이후 신20세기파의 두목 포함, 조직원들이 30여 년동안 가담한 모든 형사사건들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 동향 자료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신20세기파 주요 조직원들이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당당히 재건할 수 있었던 활동 전모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은 은밀히 지속적인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잡혀 단속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20세기파는 변함없이 세대교체를 해가며 부산지역 남포동 일대를 근거지로 오락실 운영과 퇴폐업소 섭렵으로 자금줄을 확보했다. 약자를 상대로 한 금품갈취 또한 상당했으며 일반인 상대 청부폭력도 개의치 않고 진행했다. 조직의 세력 확장을 위해 새벽녘에도 난투극을 벌이는 극악범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신20세기파 세대교체의 주요 타깃은 고교 시절에 야구,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운동선수 출신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자들과 소위 일진세력에 속해있는 사람들로 구성됐고 인위적으로 그들에게 접근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조직 재건을 위해 미성년자에게까지 손을 뻗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졸한 영입을 이어왔다. 

그 중에 프로야구 선수출신 위모씨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는 ‘남포동 대가리’라는 별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고교싸움의 일인자로 불렸다. 위씨는 2007년 SK와이번스로 입단해 고교야구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5년 전 그가 퍽치기 범행의 전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바로 임의탈퇴 명을 받고 구단을 떠났다. 군대를 다녀온 후 위씨는 곧 신20세기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조직의 세력을 넓혀가는 데 일조했다.

알짜 오락실 옆 조폭 이권 따라 혈투…밥그릇 챙기기
조직원들 ‘조폭의리’로 줄줄이 자수…조직 사실상 와해

한편 부산지검 강력부는 이번에 신20세기파의 와해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증거확보에 돌입했는데, 그 이유는 칠성파의 최근 동향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칠성파는 아직도 부산의 최대 범죄조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을 검거한 이후 조직 활동을 세분화 시켰다. 당시 두목 이씨는 부산의 모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함과 동시에 4억원 상당의 금품갈취와 납치폭행 혐의로 구속됐는데, 다름 아닌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

부산의 대표폭력조직인 칠성파의 두목이 검거되자 검찰은 자연스럽게 경쟁조직 중 대표인 신20세기파 두목을 그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신20세기파의 흉악범죄 증거사례들을 차례로 확보해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두목 홍씨의 검거에만 힘을 쏟았다. 이후 두목 홍씨가 검거되자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주요 간부급 조직원들이 줄줄이 자수를 감행해 사실상 부산의 거대조직중 하나인 신20세기파의 와해가 성립됐다. 이것은 검찰이 남은 토착 폭력조직들 또한 좌시하고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대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올해 초 개봉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듯 과거처럼 거리에 활보하고 다니기는커녕 검찰의 손바닥 안에서 요리조리 몸을 숨기며 발붙일 곳을 찾아 헤매는 폭력조직들의 현재 모습이다. 심지어 칠성파도 부산지역 곳곳에 소두목을 두고 관리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바꿔 검찰의 단속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애쓰고 있다. 아직도 뒤에서는 더욱 진화된 방법으로 경찰과 검찰의 눈을 피해 범죄를 일삼는 어둠의 조직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숨통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대교체하며
조직세력 넓혀

검찰은 이번 수사 이후 “파악된 첩보를 근거로 전통적인 폭력조직의 자금줄인 불법오락실, 퇴폐업소에 관해서도 비정기적인 단속을 실시해 조직 활동이나 세력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차단할 것이다. 가능한 수사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지속적인 수사로 대형범죄조직의 와해를 위해 조직원 검거에 충실할 것이다”라고 강력한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