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조폭 '신20세기파' 흥망성쇠 풀스토리

“형님이 감방서 고생하는데 밖에서 호강할 수 없지”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1980년대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거머쥐었던 '신20세기파'. 수차례의 와해와 재결성을 거쳐 30년에 가까운 명맥을 이어온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이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신20세기파 두목이 검거되고 이후 조직원들이 잇따라 자수하면서  이들의 뜻밖의 '의리'가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부산지역 폭력조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부산 폭력조직의 탄생비화와 흥망성쇠 풀스토리를 풀어봤다.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든 폭력배 수십 명이 납골공원 장례식장에 들이닥친다. 상대 조직원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해 식당까지 난입했다. 이번엔 병원 응급실에서 건장한 체격의 청년 10여 명이 난투극을 벌인다. 부산지역 불법 오락실 운영권을 놓고 칠성파와 세력다툼을 벌여온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다. 부산지검 강력부가 지난 20일 신20세기파 3대 두목 홍모(39)씨와 행동대장 황모(31)씨 등 15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피비린내 나는
영역다툼

부산의 양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극 중에서 배우 유오성이 소속된 조직이 칠성파고 장동건이 행동대장으로 연기했던 조직은 신20세기파다.

영화 속 얘기처럼 신20세기파는 부산의 또 다른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피비린내 나는 영역 다툼을 벌여왔다. 1980년대 후반 부산에서는 최대 조직으로 꼽히는 칠성파와 이를 견제하는 반칠성파가 성행했다. 반칠성파는 '신칠성파' '20세기파' '신20세기파' '유태파' '영토파' 등의 조직들이 합심해 칠성파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서면서 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끈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신20세기파의 30년 조직명맥의 풀 스토리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흉악범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명명할 수 있다. 

1993년 7월 신20세기파가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가운데 이를 주시하고 있던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부산시 중구 보수동 한 노상에서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은 영화 <친구>에서 대표적인 장면의 소재로 쓰였고 이 영화로 인해 두 조직 간의 오랜 갈등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화 <친구> 실제모델 조폭 '신20세기파' 무더기 검거
반칠성파 계열 30년간 '칠성파'와 반목하며 세력 키워

2006년 1월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20세기파와 반칠성파 연합조직원 60여 명이 회칼, 손도끼 등 각종 흉기를 소지하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한 것이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영락공원 집단칼부림’으로 불리며 사회를 충격 속에 빠뜨렸고 신20세기파를 와해직전 상황까지 몰고 갔던 칠성파와의 대 난투극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추후 신20세기파의 일망타진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반칠성파가 칠성파와의 난투극을 모색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부산지역 양대산맥을 이루는 폭력조직 중 하나인 칠성파 계열의 '신온천칠성파' 소속이었던 양모씨가 이 조직을 탈퇴한 후 반칠성파 계열의 유태파로 옮기면서 잔인하게 난자돼 피살당했다. 이로 인해 친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질긴 세력다툼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돼 양세력 간 잊을 수 없는 대충돌이 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죄단체성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반칠성파 조직원 30여 명만 폭처법위반(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당시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온갖 유흥업소가 문을 닫게 되고 심지어 조폭들의 주요 '밥그릇'이었던 오락실마저 불법 도박업소로 분류돼 자금줄이 막히게 된 데 있다. 더불어 '마피아' '야쿠자'등 국제범죄조직들이 국내에 속속들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간 이권다툼과 자신의 구역을 지키려는 데 혈안이 돼있었다. 특히 신20세기파는 30여년간 토착 폭력배들과 집단패싸움을 벌이며 세력을 넓혀온 예 중 하나로 꼽힌다.

2009년 11월17일 신20세기파가 농협조합장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밀양 상남농협 조합장선거에 신20세기파 조직원 20여 명이 동원돼 경쟁후보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 조직원들은 선거운동원들에게 위세를 과시하거나 출마를 선언했던 입후보자들에게 쇠망치와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 등 비열한 방해공작을 펼쳤다.

밥그릇 뺏겨
자금줄 막히기도

또한 신20세기파와 연합관계에 있었던 '무계파' 조직원들은 경쟁후보자에게 린치를 가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상대후보자는 남은 선거운동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조합장선거에 낙선했고 신20세기파가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12월 신20세기파의 조직원 한 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치료만 받고 끝날 줄 알았던 당시 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런 난동에 충격과 피해를 같이 입었다. 입원한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동석한 타 조직원들이 병원 내 보안직원들을 무작위로 폭행하고 의료진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온갖 진상을 부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신20세기파는 막나가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다시 한 번 쓰게 됐다.   

2011년 6월 또다시 칠성파와의 끈질긴 싸움이 재개됐다. 신20세기파 두목과 조직원들은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조직원 약 40여 명이 사시미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면서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과 칠성파의 와해를 기도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5일 새벽 경주 지역 사찰에 야구방망이를 소지하고 있었던 건장한 남자 7명이 무작위로 난입한다. 현광사 내부분쟁에 개입했던 신20세기파는 조직원 일부를 둔기와 함께 보내 잠을 자고 있던 분쟁 중 반대파 승려들을 무차별 난타했다. 당시 그들은 “무릎 뼈를 부숴서 걷지 못하게 만들라”고 위협을 가한 후 승려들의 방에 들어가 야구방망이로 무릎 쪽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해 뼈가 아스러질 정도의 골절상을 입혔다. 이로 인해 현광사의 승려들은 전치 9주~15주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고 조직은 힘없는 종교인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면서 비난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즈음부터 영락공원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신20세기파의 주요 조직원들이 대부분 출소하며 조직은 막강한 세력으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반칠성파의 연합조직들도 신20세기파에 힘을 더하며 조직의 건재함을 새삼 실감케 했다.

또 다시 시작된
끈질긴 싸움

하지만 검찰의 수사망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영락공원사건 이후 신20세기파의 두목 포함, 조직원들이 30여 년동안 가담한 모든 형사사건들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 동향 자료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신20세기파 주요 조직원들이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당당히 재건할 수 있었던 활동 전모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은 은밀히 지속적인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잡혀 단속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20세기파는 변함없이 세대교체를 해가며 부산지역 남포동 일대를 근거지로 오락실 운영과 퇴폐업소 섭렵으로 자금줄을 확보했다. 약자를 상대로 한 금품갈취 또한 상당했으며 일반인 상대 청부폭력도 개의치 않고 진행했다. 조직의 세력 확장을 위해 새벽녘에도 난투극을 벌이는 극악범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신20세기파 세대교체의 주요 타깃은 고교 시절에 야구,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운동선수 출신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자들과 소위 일진세력에 속해있는 사람들로 구성됐고 인위적으로 그들에게 접근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조직 재건을 위해 미성년자에게까지 손을 뻗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졸한 영입을 이어왔다. 

그 중에 프로야구 선수출신 위모씨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는 ‘남포동 대가리’라는 별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고교싸움의 일인자로 불렸다. 위씨는 2007년 SK와이번스로 입단해 고교야구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5년 전 그가 퍽치기 범행의 전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바로 임의탈퇴 명을 받고 구단을 떠났다. 군대를 다녀온 후 위씨는 곧 신20세기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조직의 세력을 넓혀가는 데 일조했다.

알짜 오락실 옆 조폭 이권 따라 혈투…밥그릇 챙기기
조직원들 ‘조폭의리’로 줄줄이 자수…조직 사실상 와해

한편 부산지검 강력부는 이번에 신20세기파의 와해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증거확보에 돌입했는데, 그 이유는 칠성파의 최근 동향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칠성파는 아직도 부산의 최대 범죄조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을 검거한 이후 조직 활동을 세분화 시켰다. 당시 두목 이씨는 부산의 모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함과 동시에 4억원 상당의 금품갈취와 납치폭행 혐의로 구속됐는데, 다름 아닌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

부산의 대표폭력조직인 칠성파의 두목이 검거되자 검찰은 자연스럽게 경쟁조직 중 대표인 신20세기파 두목을 그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신20세기파의 흉악범죄 증거사례들을 차례로 확보해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두목 홍씨의 검거에만 힘을 쏟았다. 이후 두목 홍씨가 검거되자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주요 간부급 조직원들이 줄줄이 자수를 감행해 사실상 부산의 거대조직중 하나인 신20세기파의 와해가 성립됐다. 이것은 검찰이 남은 토착 폭력조직들 또한 좌시하고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대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올해 초 개봉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듯 과거처럼 거리에 활보하고 다니기는커녕 검찰의 손바닥 안에서 요리조리 몸을 숨기며 발붙일 곳을 찾아 헤매는 폭력조직들의 현재 모습이다. 심지어 칠성파도 부산지역 곳곳에 소두목을 두고 관리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바꿔 검찰의 단속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애쓰고 있다. 아직도 뒤에서는 더욱 진화된 방법으로 경찰과 검찰의 눈을 피해 범죄를 일삼는 어둠의 조직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숨통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대교체하며
조직세력 넓혀

검찰은 이번 수사 이후 “파악된 첩보를 근거로 전통적인 폭력조직의 자금줄인 불법오락실, 퇴폐업소에 관해서도 비정기적인 단속을 실시해 조직 활동이나 세력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차단할 것이다. 가능한 수사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지속적인 수사로 대형범죄조직의 와해를 위해 조직원 검거에 충실할 것이다”라고 강력한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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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