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노출의 계절’ 대학·직장 내 성추행 천태만상

"발기한 성기로 엉덩이 비비고 강제로 뽀뽀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19일 시아버지가 부엌에 있는 며느리를 격려 한답시고 엉덩이를 다독거려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분명 둘의 입장은 확연하게 달랐지만 며느리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A 교수가 10년 가까이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되는 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 왜 자꾸 이런 성범죄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권위를 앞세워 약자에게 행하고 있는 다양하고 치졸한 성추행 실태를 낱낱이 들여다봤다.
 

최근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유모(28·여)씨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회사 측에 신고를 했지만 별 다른 방책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신고 이후에 자신의 입장이 더 난처해져 직장 다니기가 힘들다는 얘기였다. 그녀는 겨우 일반사원이었고 성희롱사건의 가해자는 차장급의 두 상사였다.

그들은 유씨에게 일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허벅지에 손을 얹고 더듬는다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 과도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 이에 그녀는 회사에 고발을 했고 두 상사의 성희롱 사건은 본부장·상무 등 임원들 귀에까지 들어가 확실한 경고와 대안을 기대했다. 그러나 회사는 업무의 스킬이 탄탄한 두 상사의 손을 들어줬고 유씨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말 잘 들어야
사회생활 편해

직장 내 상사가 남용하는 성추행은 정말 빈번하다.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기업의 행태가 더 가관이다. 공사에 다니는 조모(32·여)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는 회식자리 때문에 골치가 썩는다고 호소한다.

그녀는 "상사들은 마치 회식자리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술에 조금만 취해도 성적인 발언이나 질문을 자주한다. 예를 들면 '남자친구와는 어디까지 갔나?' '남편이랑 최근에 언제 관계를 맺었냐?' 등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질문들을 서슴없이 한다. 또한 허리를 감싸거나 등에 손을 얹어 더듬기도 하고 회식자리에 있는 여사원들의 외모에 '점수매기기'를 하며 자기네들끼리 히히덕거린다"며 치가 떨리는 그 현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 내 정형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26·여)씨는 의사들과의 회식자리마다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신이 다니는 병원장의 행패에 치가 떨린다며 경험담을 알렸다. 내용은 이렇다.

"회식 때는 기본적으로 블루스는 춰야하고 원장은 술만 마시면 엉덩이 가슴, 허리 등을 떡 주무르듯이 만진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랑한다'고 귀에 속삭이며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도 한다. 그리고 다른 남자의사는 성적 농담을 노골적으로 하는데, 심지어 과일안주를 먹을 때도 '왜 큰 걸 먹냐? 큰 게 좋냐?'면서 수치심을 준다. 병원생활은 좋은데 문란한 회식문화 때문에 그만 다녀야 할 것 같다"

 

"귀여워해주는 줄 알았는데 점점 수치감"
군대·공기업·병원·학교 등 장소도 다양해

이런 성추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은 비단 직장 내 뿐만이 아니다. 오래 전 유방암 검사를 이유로 한 병원에 방문한 김모(33·여)씨는 담당 할아버지 의사에게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의 행동이 조금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 의사는 유방암 검사를 한다며 젤을 바르고 초음파 검사를 하기 이전에 무작정 김씨의 가슴을 더듬었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던 의사를 보며 그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지만 당시 어린 나이였던 탓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나와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로 20대의 임모씨는 물리치료와 스트레칭을 받기위해 정기적으로 정형외과를 방문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어느 날 퇴근 후 스트레칭을 받을 때였다. 치료사는 그녀의 옷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문질렀고 급기야 그녀의 손을 자신의 중요부위에 일부러 닿게 하는 등의 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병원 측은 도리어 그녀에게 "모르는 일"이라며 역정을 냈고 "신고하려면 신고하라"며 적반하장인 태도를 고수했다. 이에 임씨는 항의문제로 다시 해당 병원을 방문했지만 자신에게 치욕을 줬던 치료사는 이미 병원을 그만둔 상태였다.

대학교도 예외로 볼 수는 없다. 현재까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교수의 제자 성추행사건과 선배가 후배에게 가한 강제추행사건 등은 말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여성환자 더듬는
'엉큼한 의사'

의대생 집단 성추행사건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고려대는 그 후 대학 내 교수까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며 '성추행 대학교'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워지게 됐다. 일명 'H교수 성추행사건'이라고 불렸던 이 사건은 H교수가 한 30대 대학원생을 상대로 허벅지를 쓰다듬고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는 등 노골적인 신체접촉을 가했고 술자리에서 역시 진한 스킨십을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논문을 검토해주겠다며 모텔로 유인하는 등의 희롱을 해 여제자에게 수치심을 안기기도 했다. 그 학생은 남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해당 교수를 고발했지만 아직까지 쌍방 간의 진실공방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학점을 잘 주겠다는 이유로 수년간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연구실이나 술집에서 강제추행을 저지른 중앙대 교수가 적발?해임됐다. 그는 약 10여 년 동안 제자들을 은밀히 불러 강제 입맞춤, 치마 안에 손을 집어넣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악랄한 추행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점들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 교수는 곧 해임됐다.

부산의 모 대학에서도 학교 대자보를 통해 C교수를 고발하는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거기엔 "C교수가 지난달 8일 술집에서 한 여학생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몸을 더듬고 입을 맞추려 하는 등 성추행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는 수업시간에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많이 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대학 내 성추행은 MT나 동아리, 술자리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신입생 이씨는 MT에 갔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임을 시켜 곤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녀선배 할 것 없이 무작정 술을 마시게 한 뒤 게임에서 지면 남녀 신입생들끼리 뽀뽀를 시킨다. 일명 '전화번호 키스'라고 해서 상대 얼굴을 키패드라고 생각한 후 자기 전화번호를 입술로 찍는 형식인데, 남자친구 있다고 거절했다가 부당하게 기합까지 받게 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위 남용해
입 맞추고 더듬고

한편 대학교 내에서 교수와 제자 사이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작년 12월 서울의 모 시립대에서 청소를 하는 60대 여성 A씨가 휴게실에서 청소관리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A씨가 잠깐 잠든 사이 관리자는 몰래 휴게실로 들어와 가슴을 만졌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자는 곧바로 “단지 깨우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둘러대며 상황을 종료시켰다는 후문이다.

지난 15일 부산에서는 어학원 강사가 여중생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해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어강사로 근무하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낮 12시 한 공원에서 학원제자인 D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후 인근 화장실로 끌고 가서 강제 추행했다. 그는 D양에게 영어 과외를 시켜주겠다며 자연스럽게 유인한 다음 범행을 저질렀다.

권위를 성적으로 남용하는 행위는 군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엄격한 규율로 이뤄진 조직 내에서는 더더욱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성비율이 크게 차이나는 군 조직은 어쩌면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데도 쉬쉬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육군 모 부대에서는 현역 준장 K씨가 부하 직원들과 회식 이후 노래방에 갔다. 그 자리에 여군 A 하사도 동석했는데 술에 취한 K 준장이 그녀를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을 시도했다. 이에 A 하사는 K 준장을 성추행혐의로 고소했다가 곧바로 검찰에 소취하의 뜻을 밝혔다. 이후 이 사건은 군의 개입이 있었는가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추행으로 시작해 강간으로 번지는 성범죄
회식=술 문화에 찌든 대한민국, 해결책은?

일명 '수방사 여군 성폭행'이라고 불리며 부하 여군을 찜질방에서 성추행한 이모 소령이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이 소령은 부대행사를 마친 뒤 부하 직원들과 경기도의 모 찜질방으로 놀러갔고 한모 하사를 따로 불러내 성추행했다. 그는 잠을 자다 자신 옆에서 누워있던 한 하사의 가슴을 더듬고 다른 신체의 일부를 더 만지는 등의 추행을 범했다. 또 이튿날 업무차 자신의 방을 찾아온 한 하사를 상대로 강제추행을 시도했던 혐의도 받았다.

대부분의 성추행은 지위가 더 높은 남성이 권위를 앞세워 힘없는 부녀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사건이 많았다. 그런데 군대라는 조직세계에는 남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동성 간의 성추행과 성폭행도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군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 내 남성 간 성범죄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지속적인 범죄가 숨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서열을 중시하는 군대의 보수적인 형태의 조직사회에서는 성범죄의 피해를 입는다 해도 함부로 입을 열 수 없다.

같은 부대 동기의 성추행 사례를 얼핏 들었다는 장모씨는 "동기 중 예쁘장한 애가 있었다. '사회 나가면 여자한테 인기 좀 많겠구나' 했는데 어느새 고참이 걔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자신의 직위가 더 높다는 것을 이용해 수시로 동기한테 다가가 ‘만지고 껴안고 뽀뽀하면서 애정을 표현했는데 나중에 성기까지 만지더라'고 말하며 수치심에 몸서리를 쳤다"고 말했다.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까지 넘보는

이같이 성범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특히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고위층의 성추행 사례는 지금 언급했던 것보다 더 추악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성범죄에 관련된 처벌은 매우 미약하고 가해자가 고위층일수록 처벌도 솜방망이 격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류구조가 남녀로 나뉘어져 있는 한 성범죄는 어쩌면 불가피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범죄는 살인만큼 악독하고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범죄수위에 맞는 강력한 처벌법이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loxloxlox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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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