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2)서약 의식

시간을 지체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이 우리 뿌리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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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앞서 병사들의 서약을 받는 의식입니다.”

인문이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었다. 자꾸 유신이 공격을 자제하는 그 모습이 탐탁하지 않았던 터였다.

“옹산성을 공격하고 그들을 제물로 출정식을 감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소. 출정식은 전투 전에 해야 하오.”

출정식 빌미로…

문무왕이 결국 유신의 의견에 따라 출정식을 거행하도록 지시 내렸다.

출정식을 빌미로 시간을 지체한 유신이 전군에게 옹산성을 포위하도록 했다.

“소장이 선두에서 진격하겠습니다.”

옹산성을 바라보는 유신 곁으로 흠돌이 다가섰다.

“어떻게 섬멸하려오?”

유신이 흠돌의 얼굴을 살피며 성에 세워둔 깃발로 고개를 돌렸다. 깃발이 바람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흠돌 장군, 적진을 자세히 살펴보시게.”

흠돌이 깃발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목책으로 만들어놓은 옹산성을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대장군, 그러면 불로?”

유신이 답하지 않고 미소만 보냈다.

그를 살피던 흠돌이 급히 화공을 준비시키고 얼추 준비가 끝나자 옹산성을 향해 불화살을 쏘도록 했다.

불화살이 목재에 꽂히자 불길이 솟기 시작했고 옹산성은 이내 화염에 휩싸였다. 

상황이 그에 직면하자 조복과 파가는 무리를 이끌고 급히 성을 빠져나가 우술성(雨述城, 대덕구 읍내동)으로 후퇴했다.

그곳에서 무리를 정비한 조복은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신라군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소장이 나서겠사옵니다.”

신라군이 우술성 가까이 이르자 품일이 나섰다. 유신이 그를 살피며 문무왕을 주시했다.

“전하, 다시 한 번 저들에게 사람을 보내어 회유하심이 옳을 듯하옵니다.”

“무슨 회유입니까, 바로 들이치지요.”

인문이 나서 유신의 말에 반기를 들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시오?”

“무엇입니까?”

“당연히 전투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지요.”

“하면 대장군께서는 전투하지 않고 저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를 떠나서, 비록 전쟁이란 게 어쩔 수 없이 생명을 취하지만 가급적이면 피를 보지 않았으면 하오.”

유신과 인문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문무왕은 품일에게 우술성에 사자로 다녀올 것을 직접 지시했다.

문무왕의 지시에 따라 품일이 우술성에 가서 조복을 만나 문무왕의 뜻을 전하자 조복과 파가는 힘의 열세를 인정하고 항복했다.

문무왕은 항복한 조복에게 급찬의 관등을 주고 고타야군(경북 안동) 태수로 삼았으며, 파가에게는 급찬의 관등과 아울러 토지와 집, 옷 등을 내려주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진군하려는 중에 당나라 사신이 경주에 도착하였다는 전갈이 왔다.

문무왕이 급히 경주로 돌아가자 유신은 그를 빌미로 군사들에게 휴식의 명을 내렸다.

압록수에서 당군을 대파한 연개소문이 급히 평양성으로 이동했다.

사수(蛇水, 청천강의 지류로 추정) 근처에 이르자 강가에 진을 치고 있는 당나라 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멈추어서 자세하게 그곳을 주시했다.  

‘沃沮道總管 龐孝泰(옥저도총관 방효태)’란 깃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급히 장수들을 소집했다.

“대감, 날씨도 차가운데 이곳은 소장들에게 맡기시고 곧바로 평양성으로 드시는 게 이롭지 않겠습니까?”

고문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럴 수 없소. 내가 선봉에 서서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사수에 처박아 버리겠소.”

“대감, 이번에는 소장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연개소문이 나서자 검모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모든 장수들이 서로에게 선봉을 맡겨달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연개소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번 전투는 모두가 선봉장이 되는 수밖에 없구려.”

연개소문이 익살스런 표정을 짓자 모두 파안대소했다. 

“그러면 이곳은 장군들에게 맡기고 나는 평양성으로 들어가야겠소.”

막 웃음기가 사라질 무렵 연개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하십시오, 대감.”

‘화공’으로 옹산성 불바다…항복 권유
연개소문 평양성으로 진격 ‘속전속결’

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연개소문은 칼을 뽑아 땅바닥에 앞에 전개되어 있는 지형을 그리며 장군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는 검모잠을 대동하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 평양성으로 이동했다.

평양성에 들자 보장왕과 연정토, 아들 남건이 맞이했다.

“다른 당나라 부대는 어디에 있는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연정토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소정방의 부대는 지금 패수(대동강) 남쪽에서 그리고 임아상의 부대는 서쪽에서 압박하고 있습니다만.”

“남쪽과 서쪽에서라. 여하튼 침공한 지 오래되니 슬슬 군량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는 말이네.”

“그래서 수성에 전념하는 중입니다.”

“그리는 안 되지!”

“무슨 계책이라도 있소, 대감.”

“비록 신의 불찰이 있어 일이 이리 되었지만.”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갑자기 선도해 그 사람이 생각나서.”

“하기야, 그 사람이 살아 있다면 당나라 놈들이 감히 이곳까지 들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어찌되었던 이번에 내 실책을 반드시 만회할 일이야.”

“어찌하시게요?”

“오다가 방효태가 이끄는 당나라 군사들이 사수가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그런데요?”

“지금 고문 장군을 위시해서 주력군이 그들의 배후에서 준비하고 있네. 그러니 사수 가까이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다 저들을 몰살시켜야겠네.”

“그런 경우 당의 다른 부대가 가만히 있을까요?”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속전속결로 끝내려 합니다.”

보장왕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평양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연개소문이 검모잠과 남건을 대동하고 중앙군 일부와 함께 사수로 이동했다.

강가에 이르자 주변을 살펴보았다. 

강이 너무나 단단하게 얼어 포차는 물론 여하한 경우라도 얼음을 깨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연개소문이 사수 기슭에 매복하라 지시했다. 

얼어붙은 강으로…

매복을 마치자 연개소문이 강가에서 연을 띄워 올렸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연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당나라 진영에서는 물론 고문 장군의 진영에서도 한눈에 연의 모습이 들어왔다.

삼족오의 모습이 그려진 방패연이 하늘 높이 떠오르자 연개소문은 잡고 있던 방패의 실을 끊어버렸고, 연은 급격하게 바람에 날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고문 장군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들이 앞으로 내달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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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