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급식사고 흑역사

대기업 맞아? 믿고 먹을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신세계푸드가 비위생적인 식품을 유통하다 보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숙명여자대학교에 납품한 식품 가운데 일부서 기준치를 초과한 대장균이 발견된 것. 감독당국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비위생적인 음식물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 비판이 고조될 전망이다. 논란의 신세계푸드를 조명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신세계푸드가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급식을 책임지는 숙명여자대학교서 식중독 논란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원흉으로 지목된 신세계푸드가 숙명여자대학교 급식에 사용한 식품 및 식자재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신세계푸드의 식품 가운데서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됐다.

집단으로 
식중독 증세

숙명여대의 식중독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서울 용산구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숙명여대 학생들은 집단으로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먹은 김치 등에서 기준치의 4배를 웃도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다만 당시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들에게서 검출된 원인균은 신세계푸드의 김치와는 다른 종류의 대장균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음식서 허용 가능한 대장균 기준치는 1g당 10 이하다. 하지만 신세계푸드의 식자재에선 40 이상의 대장균이 검출되면서 제재가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신세계푸드에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용산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9월 발생한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인 학생들에게서 나온 대장균과 신세계푸드의 식자재서 나온 대장균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원인불명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 역시 “학생들에게서 나온 세균은 음식서 나온 세균과는 달라 원인불명으로 판명됐다”며 “김치서 대장균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와 영업정지 15일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4일까지 사전통지 기간을 거친 다음, 2주 이내에 해당 식당의 영업을 중단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숙명여대가 거래처를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신세계푸드는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불명예스러운 퇴출을 맞게 됐다.

툭하면 비위생 급식 파문…결국 덜미
 기준치 넘는 대장균 검출 ‘영업정지’

숙명여대 측은 지난달 21일 “식중독 의심 증상의 역학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업체를 변경하기로 했다”며 “현재 위탁운영 사업자 선정을 위해 입찰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숙명여대와 신세계푸드 사이서 발생한 구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선착순 바나나’ 논란은 숙명여대 학우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복수의 언론 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13년 신세계푸드가 2300∼3100원 수준의 밥값을 200원씩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 ▲숙명여자대학교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학교 앞에서 밥값 인상에 반대하는 ‘반값 밥차’를 운영하면서 맞섰다. 신세계푸드는 여론이 악화되자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유감”이라며 “중간고사 기간에 바나나 500개를 선착순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선착순 바나나’ 논란으로 재확대됐다.


신세계푸드의 이러한 대처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여성 고객층이 다수인 신세계그룹은 아이러니하게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기 때문이다.  

2016년 이마트는 주꾸미 할인행사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홍보글을 올렸다. 당시 사용했던 홍보문구는 “남편이든 애인이든 그만 들들 볶고 주꾸미를 볶으세요”였다. 여성은 사람을 귀찮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했다.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이마트는 이내 사과문을 올렸다. 이마트는 해당 논란에 대해 “잘못된 표현으로 인친(인스타 친구)분들의 마음 상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마트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주고객층이 여성인 스타벅스코리아도 여혐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불량식 유통
3년째 구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 이용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포스터를 올렸는데 민폐고객으로 지목된 손님이 여성이었다. 이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반발은  당연지사였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성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향후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미지 훼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의 제주소주 제품명이 성매매 용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이후 논란은 제주소주가 16.9도의 푸른밤과 20.1도의 푸른밤 두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각 제품을 ‘짧은 밤’과 ‘긴 밤’으로 별칭하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짧은 밤과 긴 밤이 성매매를 지칭하는 ‘은어’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푸른밤 광고모델로 나선 가수 소유가 “너는 어떤 밤이 좋아?”라고 묻는 광고 카피가 불쾌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급기야 여성단체까지 일어났다. 제주여성인권연대는 논평을 내고 “현실에서는 이런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용어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고의든 실수든 소비자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홍보 과정서 사용되는 성적 대상화로 인해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바라보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하게 다듬는 등 신중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신세계푸드

신세계 측은 “성매매 은어를 연상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황당하다면서도 “노래 ‘제주도 푸른밤’과 연관 지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남성 중심의 경영진 운영이 여성 소비자와의 불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3분기 기준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미등기임원과 등기임원이 모두 남성이다. 이는 기업 경영이 남성 중심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여성 고객과의 소통에 애를 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근거가 된다. 실제 오너 일가인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을 제외하면 그룹 내 남성 임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숙명여대와의 악연(?)을 차치하고서라도 신세계푸드로는 이번 대장균 검출로 급식업체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지난해에도 식중독균이 검출된 제품을 납품했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대표 교체로 
분위기 반전?

지난해 신세계푸드는 급식사업에 가장 기본이 되는 위생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신뢰도가 하락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칼호텔 구내식당에서 장티푸스 집단 감염사고가 발생하면서 호텔 내 급식을 담당한 신세계푸드가 그 원인으로 의심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구내식당 종사자가 감염원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급식사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위생관리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셌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역학조사 결과 감염원으로 지목된 칼호텔 구내식당 조리종사자 A씨를 석 달 동안 조리공간에 방치함으로써 감염자가 늘어났다. 결국 총 7명의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조리사 가운데 2명이 장티푸스 보균자인 사실이 드러났다.

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세계푸드의 직원이 장티푸스 감염원으로 지목되면서 비위생적인 업무 환경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장티푸스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질병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의 감염으로 발생한다. 감염 환자나 보균자의 대변 및 소변에서 나온 균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된다. 몸속으로 들어온 균의 수가 100만개서 10억개 정도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 최성재 신세계 전 대표

장티푸스를 예방에는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상하수도 정비 등의 공중위생 정책과 더불어 개인적 차원의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유행지역에선 반드시 물을 끓여 먹고 음식물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보균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세균이 몸속에서 모두 제거되기 전까지는 식품을 다루거나 환자를 간호하는 업무 등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숙대와의 씁쓸한 인연 눈길
과거 선착순 바나나 재조명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감염된 A모씨는 그해 3월 5차례, 4월 2차례, 5월 4차례, 6월 3차례 등 석 달 동안 모두 14차례 두통과 열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신세계푸드가 세심하게 직원을 관리했더라면 장티푸스 보균자를 일찌감치 격리·치료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처음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한 뒤 한 달 뒤인 6월, 신세계푸드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신세계푸드는 질병관리본부의 최종보고서 발표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미온적을 태도를 보여 비난을 샀다. 이미 전년 7월에도 제주국제공항서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어 신세계푸드의 위생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이에 따라 최성재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최 대표는 1983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2016년 3월부터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취임 후 3년 연속 위생관리에 실패하면서 연임도 실패했다. 당초 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신세계푸드는 계열사의 지원을 아낌없이 받고 있다. 계열사를 상대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지난 3분기 기준 신세계푸드가 매출을 올린 계열사는 이마트, 세린식품, 스무디킹코리아,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광주신세계, 신세계엘앤비, 스타필드하남, 스타필드고양,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신세계페이먼츠,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티비쇼핑, 제주소주,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사이먼,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센트럴시티, 센트럴관광개발, 신세계디에프, 신세계디에프글로벌, 신세계면세점글로벌,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SHINSEGAE MAMEE SDN. BHD 등 30개사다.

신세계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이들을 대상으로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액은 2958억5503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2815억4460만원 대비 5.08% 증가한 수준이다.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액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규모도 상당하다. 신세계푸드는 올 3분기 누적 별도기준 9530억907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따라서 내부거래 비중은 31.04% 수준이다.  

각지서 펑펑
오명 씻을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급식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푸드서 식중독 사건이 터지면서 비위생적인 음식물을 유통시킨 식품기업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며 “과거 제주 칼호텔 사건까지 더해 이미지 제고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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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