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스맥스 2세들 의혹의 승계발판 실체

후계 작업에 드리운 ‘편법’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코스맥스그룹 이경수 회장의 두 아들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눈길이 쏠린다. 특수관계자인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그룹과 거래를 했지만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레시피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압도적인 성장과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승계의 발판으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거론되는 상황이라 향후 관심이 고조될 전망이다. <일요시사>가 이들 회사를 추적했다.

▲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

국내 최대 화장품 ODM(생산자개발생산) 업체 코스맥스그룹은 현재 이경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코스맥스는 1992년 한국미로토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이후 2년 뒤 코스맥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코스맥스는 K-뷰티 바람을 타고 현재 세계 1위 화장품 ODM업체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 위기 속
홀로 폭풍성장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코스맥스그룹은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두고 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매틱스,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생명의나무F&B, 코스맥스파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정리하면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매틱스,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생명의나무F&B, 코스맥스파마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그룹 핵심 계열사 코스맥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8839억5001만원의 매출을 시현하며 전년 7569억6356만원 대비 16.77% 성장했다. 지난해 사드 여파로 화장품 업계의 외연 성장이 둔화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수 회장은 회사를 이끄는 경영인이자 오너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28.13%를 쥐고 있다. 이외에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우호지분은 60.56%까지 올라간다.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쥐고 코스맥스 그룹 전체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맥스그룹은 이 회장의 두 아들인 병만, 병주씨에 대한 승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2013년 코스맥스를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사업회사 코스맥스로 분할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지주사 전환 과정서 사업회사인 코스맥스 지분을 넘기고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분할 전 이경수 회장은 코스맥스의 지분 13.14%를 가지고 있었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23.52% 수준이었다.

회장 두 아들 개인회사 믹스앤매치·레시피
그룹과 거래 정황…감춰진 흔적 ‘이유는?’

분할 이후인 2014년 말 사업보고서기준 이 회장과 특수관계자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60.56%까지 늘어났다. 병만씨와 병주씨는 각각 1.10%, 1.08%서 2.85%, 2.75%로 지분률이 상승했다.

합병 이후 병만, 병주씨의 승계 행보가 감지된 것은 이들의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코스맥스비티아이 특수관계자 주주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믹스앤매치는 2016년 7월29일 병만, 병주씨가 가지고 있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각각 8000주, 2000주를 받으면서 특수관계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 회장이 지난해 7월14일 자신의 주식 15만6700주를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7만8350주씩 넘기면서 레시피도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두 회사에 지분을 넘기면서부터 승계작업을 본격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17일에는 이 회장은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 40만8260주를 절반으로 나눠 증여하면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의 지분율은 각각 3.05%, 2.94%로 올랐다. 지분 2.77%씩 가지고 있는 병만, 병주씨의 지분율을 넘어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병만, 병주씨의 개인회사라는 점 때문에 승계발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다. 눈길을 끄는 점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특수관계자인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실제 거래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일요시사>는 ‘화장품 ODM 1위 코스맥스 편법승계 의혹’ 제하의 기사를 통해 레시피가 코스맥스그룹과 거래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보고서상 내부거래를 확인할 수 없는 점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사업보고서 
석연치 않아

특히 레시피의 경우 코스맥스와의 거래 정황이 발견됐다. 레시피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다. 주로 ODM업체 제품을 받아 레시피 등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데 코스맥스가 제조한 제품에 레시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훌쩍 넘길만큼 높다. 

실제 당시 <일요시사>가 레시피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엔코스서 제조한 로즈 페탈 클렌징 오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맥스서 제조된 제품들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거래는 사업보고서 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두 회사는 특수관계다. 따라서 둘 간에 거래가 있다면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실제 둘 간에 거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서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코스맥스와 레시피 간 거래 중간에 회사 관련 지분과 친족관계서 자유로운 인물을 통해 중간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회계사 B씨는 “레시피와 코스맥스간 드러난 거래 정황과 사업보고서 내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간에 일종의 위장 계열사를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코스맥스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의구심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서 믹스앤매치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거래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취재 결과 두 법인이 서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자금 거래가 있음에도 사업보고서에서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믹스앤매치가 공장부지로 사용하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73번길 14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소유의 부지다. 코스맥스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통상적인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맥스비티아이와 믹스앤매치 간 부동산 임대차 관련 임대료 지불 내용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믹스앤매치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하지만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믹스앤매치 사업보고서에도 코스맥스비티아이와의 거래 흔적을 파악할 수 없었다. 


활용방안 관심
자금으로 활용?

한국회계기준원 기업회계기준서(1024호)에 따르면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 ‘연결재무제표’ 또는 제1027호 ‘별도재무제표’에 따라 작성된 지배기업 또는 피투자자에 대한 공동 지배력이나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는 투자자의 연결재무제표와 별도재무제표에 특수관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및 약정을 포함한 채권·채무 잔액을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이 기준서는 개별재무제표에도 적용한다.

A회계사는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처럼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있는 경우 주석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밝혀야 한다”며 “만약 밝히지 않을 경우 공시 누락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강제 사항으로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병만, 병주씨의 승계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큰 믹스앤매치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숨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특수관계자간 거래는 일감몰아주기 이슈와 맞물려 거래 규모에 따라 감시의 강도가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믹스앤매치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레시피는 화장품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레시피의 경우 코스맥스그룹과의 사업보고서상 매출이 없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성장 비결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보고서상 레시피의 매출을 처음 확인할 수 있는 사업연도는 2015년(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부터인데 이때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보고서 매출액 기준 2015년 165억4751만원, 2016년 200억4581만원, 2017년 387억787만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레시피가 지난해 기록한 387억787만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93.09% 성장률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화장품 업계가 힘든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일종의 위장계열사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 거래?

특히 레시피가 주목받는 것은 높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X100) 때문이다. 레시피의 영업이익 규모는 매출 신장에 따라 동반 상승했다. 2015년 9억7956만원서 이듬해 26억455만원으로 165.89%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65억2199만원으로 전년대비 150.40% 증가했다. 중국발 사드 영향이 레시피에는 미치지 않은 채 150%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중국발 위기가 불어닥친 상황서도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6.8%를 기록하며 전년(12.9%)대비 3.9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는 화장품 업계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악몽의 해를 보냈다. 많은 화장품 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스킨푸드는 중국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의 주력 계열사 코스맥스의 지난해 매출은 8839억5001만원으로 전년(7569억6356만원)대비 16.77% 성장하면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영업이익은 351억4012만원으로 전년(526억1599만원)대비 33.21% 감소했다. 코스맥스 역시 사드의 영향권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따라서 업계에선 레시피의 폭풍성장 배경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병만, 병주씨의 개인회사인 레시피는 승계작업에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

실제 가파르게 늘어난 영업이익은 당기순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현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레시피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20억5918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1억9222만원으로 곳간에 잉여금이 쌓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43억1181만원으로 잉여금이 급증했다.

재계에서는 쌓이는 잉여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눈길이 쏠리는 상황. 재원 활용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높은 수익성에 따라 쌓이는 현금은 병만, 병주씨의 향후 행보에 힘이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코스맥스그룹 측에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사 측 묵묵부답
답변 내놓지 않아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그룹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경수 회장 두 아들에 대한 승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핵심은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로 향후 이들 기업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코스맥스의 해명은?

기사가 지면을 통해 나간 뒤 코스맥스 측에서 답변이 왔다.

코스맥스의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공시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레시피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그룹사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레시피는 중국시장을 타켓으로 마케팅을 하는 화장품 회사”라며 “일례로 레시피의 대표적인 크리스탈선스프레이 제품은 16, 17, 18년도까지 꾸준히 판매 증가세에 있으며 중국 내 인지도는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알리바바그룹내 티몰 등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위 제품은 레시피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며 2012~2014년도까지 국내 홈쇼핑 런칭을 통해 꾸준한 매출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부터 중국에서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현재까지 레시피의 주요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사 속 기사>레시피와 믹스앤매치는?

레시피는 2007년 5월 설립됐다. 본사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5에 위치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사업보고서를 처음 공시한 2015년 병주, 병만씨가 각각 38.5%, 이경수 회장의 부인 서성석씨가 2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듬해 서씨의 모든 지분과 병만씨의 일부 지분이 병주씨에게 넘어가면서 병주씨가 80%, 병만씨가 20% 지분을 나눠갖게 됐다.

믹스액매치는 2001년 11월 설립됐으며 본사 및 공장 소재지는 인천시 부평구 평천로 73번길 14다. 화장품 개발 및 주문 화장품 생산을 주요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분구조는 2016년 병만, 병주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이듬해 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 과정서 병만씨가 80%, 병주씨가 20%의 지분율로 변동됐다.

병만씨는 1978년생으로 1979년생인 병주씨보다 한 살 많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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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