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스맥스 2세들 의혹의 승계발판 실체

후계 작업에 드리운 ‘편법’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코스맥스그룹 이경수 회장의 두 아들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눈길이 쏠린다. 특수관계자인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그룹과 거래를 했지만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레시피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압도적인 성장과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승계의 발판으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거론되는 상황이라 향후 관심이 고조될 전망이다. <일요시사>가 이들 회사를 추적했다.

▲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

국내 최대 화장품 ODM(생산자개발생산) 업체 코스맥스그룹은 현재 이경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코스맥스는 1992년 한국미로토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이후 2년 뒤 코스맥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코스맥스는 K-뷰티 바람을 타고 현재 세계 1위 화장품 ODM업체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 위기 속
홀로 폭풍성장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코스맥스그룹은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두고 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매틱스,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생명의나무F&B, 코스맥스파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정리하면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매틱스,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생명의나무F&B, 코스맥스파마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그룹 핵심 계열사 코스맥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8839억5001만원의 매출을 시현하며 전년 7569억6356만원 대비 16.77% 성장했다. 지난해 사드 여파로 화장품 업계의 외연 성장이 둔화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수 회장은 회사를 이끄는 경영인이자 오너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28.13%를 쥐고 있다. 이외에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우호지분은 60.56%까지 올라간다.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쥐고 코스맥스 그룹 전체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맥스그룹은 이 회장의 두 아들인 병만, 병주씨에 대한 승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2013년 코스맥스를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사업회사 코스맥스로 분할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지주사 전환 과정서 사업회사인 코스맥스 지분을 넘기고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분할 전 이경수 회장은 코스맥스의 지분 13.14%를 가지고 있었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23.52% 수준이었다.

회장 두 아들 개인회사 믹스앤매치·레시피
그룹과 거래 정황…감춰진 흔적 ‘이유는?’

분할 이후인 2014년 말 사업보고서기준 이 회장과 특수관계자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60.56%까지 늘어났다. 병만씨와 병주씨는 각각 1.10%, 1.08%서 2.85%, 2.75%로 지분률이 상승했다.

합병 이후 병만, 병주씨의 승계 행보가 감지된 것은 이들의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코스맥스비티아이 특수관계자 주주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믹스앤매치는 2016년 7월29일 병만, 병주씨가 가지고 있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각각 8000주, 2000주를 받으면서 특수관계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 회장이 지난해 7월14일 자신의 주식 15만6700주를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7만8350주씩 넘기면서 레시피도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두 회사에 지분을 넘기면서부터 승계작업을 본격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17일에는 이 회장은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 40만8260주를 절반으로 나눠 증여하면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의 지분율은 각각 3.05%, 2.94%로 올랐다. 지분 2.77%씩 가지고 있는 병만, 병주씨의 지분율을 넘어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병만, 병주씨의 개인회사라는 점 때문에 승계발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다. 눈길을 끄는 점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특수관계자인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실제 거래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일요시사>는 ‘화장품 ODM 1위 코스맥스 편법승계 의혹’ 제하의 기사를 통해 레시피가 코스맥스그룹과 거래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보고서상 내부거래를 확인할 수 없는 점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사업보고서 
석연치 않아

특히 레시피의 경우 코스맥스와의 거래 정황이 발견됐다. 레시피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다. 주로 ODM업체 제품을 받아 레시피 등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데 코스맥스가 제조한 제품에 레시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훌쩍 넘길만큼 높다. 

실제 당시 <일요시사>가 레시피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엔코스서 제조한 로즈 페탈 클렌징 오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맥스서 제조된 제품들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거래는 사업보고서 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두 회사는 특수관계다. 따라서 둘 간에 거래가 있다면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실제 둘 간에 거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서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코스맥스와 레시피 간 거래 중간에 회사 관련 지분과 친족관계서 자유로운 인물을 통해 중간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회계사 B씨는 “레시피와 코스맥스간 드러난 거래 정황과 사업보고서 내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간에 일종의 위장 계열사를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코스맥스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의구심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서 믹스앤매치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거래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취재 결과 두 법인이 서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자금 거래가 있음에도 사업보고서에서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믹스앤매치가 공장부지로 사용하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73번길 14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소유의 부지다. 코스맥스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통상적인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맥스비티아이와 믹스앤매치 간 부동산 임대차 관련 임대료 지불 내용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믹스앤매치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하지만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믹스앤매치 사업보고서에도 코스맥스비티아이와의 거래 흔적을 파악할 수 없었다. 


활용방안 관심
자금으로 활용?

한국회계기준원 기업회계기준서(1024호)에 따르면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 ‘연결재무제표’ 또는 제1027호 ‘별도재무제표’에 따라 작성된 지배기업 또는 피투자자에 대한 공동 지배력이나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는 투자자의 연결재무제표와 별도재무제표에 특수관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및 약정을 포함한 채권·채무 잔액을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이 기준서는 개별재무제표에도 적용한다.

A회계사는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처럼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있는 경우 주석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밝혀야 한다”며 “만약 밝히지 않을 경우 공시 누락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강제 사항으로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병만, 병주씨의 승계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큰 믹스앤매치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숨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특수관계자간 거래는 일감몰아주기 이슈와 맞물려 거래 규모에 따라 감시의 강도가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믹스앤매치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레시피는 화장품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레시피의 경우 코스맥스그룹과의 사업보고서상 매출이 없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성장 비결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보고서상 레시피의 매출을 처음 확인할 수 있는 사업연도는 2015년(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부터인데 이때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보고서 매출액 기준 2015년 165억4751만원, 2016년 200억4581만원, 2017년 387억787만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레시피가 지난해 기록한 387억787만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93.09% 성장률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화장품 업계가 힘든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일종의 위장계열사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 거래?

특히 레시피가 주목받는 것은 높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X100) 때문이다. 레시피의 영업이익 규모는 매출 신장에 따라 동반 상승했다. 2015년 9억7956만원서 이듬해 26억455만원으로 165.89%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65억2199만원으로 전년대비 150.40% 증가했다. 중국발 사드 영향이 레시피에는 미치지 않은 채 150%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중국발 위기가 불어닥친 상황서도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6.8%를 기록하며 전년(12.9%)대비 3.9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는 화장품 업계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악몽의 해를 보냈다. 많은 화장품 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스킨푸드는 중국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의 주력 계열사 코스맥스의 지난해 매출은 8839억5001만원으로 전년(7569억6356만원)대비 16.77% 성장하면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영업이익은 351억4012만원으로 전년(526억1599만원)대비 33.21% 감소했다. 코스맥스 역시 사드의 영향권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따라서 업계에선 레시피의 폭풍성장 배경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병만, 병주씨의 개인회사인 레시피는 승계작업에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

실제 가파르게 늘어난 영업이익은 당기순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현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레시피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20억5918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1억9222만원으로 곳간에 잉여금이 쌓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43억1181만원으로 잉여금이 급증했다.

재계에서는 쌓이는 잉여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눈길이 쏠리는 상황. 재원 활용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높은 수익성에 따라 쌓이는 현금은 병만, 병주씨의 향후 행보에 힘이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코스맥스그룹 측에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사 측 묵묵부답
답변 내놓지 않아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그룹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경수 회장 두 아들에 대한 승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핵심은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로 향후 이들 기업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코스맥스의 해명은?

기사가 지면을 통해 나간 뒤 코스맥스 측에서 답변이 왔다.

코스맥스의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공시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레시피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그룹사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레시피는 중국시장을 타켓으로 마케팅을 하는 화장품 회사”라며 “일례로 레시피의 대표적인 크리스탈선스프레이 제품은 16, 17, 18년도까지 꾸준히 판매 증가세에 있으며 중국 내 인지도는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알리바바그룹내 티몰 등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위 제품은 레시피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며 2012~2014년도까지 국내 홈쇼핑 런칭을 통해 꾸준한 매출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부터 중국에서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현재까지 레시피의 주요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사 속 기사>레시피와 믹스앤매치는?

레시피는 2007년 5월 설립됐다. 본사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5에 위치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사업보고서를 처음 공시한 2015년 병주, 병만씨가 각각 38.5%, 이경수 회장의 부인 서성석씨가 2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듬해 서씨의 모든 지분과 병만씨의 일부 지분이 병주씨에게 넘어가면서 병주씨가 80%, 병만씨가 20% 지분을 나눠갖게 됐다.

믹스액매치는 2001년 11월 설립됐으며 본사 및 공장 소재지는 인천시 부평구 평천로 73번길 14다. 화장품 개발 및 주문 화장품 생산을 주요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분구조는 2016년 병만, 병주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이듬해 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 과정서 병만씨가 80%, 병주씨가 20%의 지분율로 변동됐다.

병만씨는 1978년생으로 1979년생인 병주씨보다 한 살 많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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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