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스맥스 2세들 의혹의 승계발판 실체

후계 작업에 드리운 ‘편법’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코스맥스그룹 이경수 회장의 두 아들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눈길이 쏠린다. 특수관계자인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그룹과 거래를 했지만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레시피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압도적인 성장과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승계의 발판으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거론되는 상황이라 향후 관심이 고조될 전망이다. <일요시사>가 이들 회사를 추적했다.

▲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

국내 최대 화장품 ODM(생산자개발생산) 업체 코스맥스그룹은 현재 이경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코스맥스는 1992년 한국미로토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이후 2년 뒤 코스맥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코스맥스는 K-뷰티 바람을 타고 현재 세계 1위 화장품 ODM업체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 위기 속
홀로 폭풍성장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코스맥스그룹은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두고 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매틱스,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생명의나무F&B, 코스맥스파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정리하면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코스맥스, 쓰리애플즈코스매틱스,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생명의나무F&B, 코스맥스파마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그룹 핵심 계열사 코스맥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8839억5001만원의 매출을 시현하며 전년 7569억6356만원 대비 16.77% 성장했다. 지난해 사드 여파로 화장품 업계의 외연 성장이 둔화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수 회장은 회사를 이끄는 경영인이자 오너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28.13%를 쥐고 있다. 이외에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우호지분은 60.56%까지 올라간다.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쥐고 코스맥스 그룹 전체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맥스그룹은 이 회장의 두 아들인 병만, 병주씨에 대한 승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2013년 코스맥스를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사업회사 코스맥스로 분할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지주사 전환 과정서 사업회사인 코스맥스 지분을 넘기고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분할 전 이경수 회장은 코스맥스의 지분 13.14%를 가지고 있었다.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23.52% 수준이었다.

회장 두 아들 개인회사 믹스앤매치·레시피
그룹과 거래 정황…감춰진 흔적 ‘이유는?’

분할 이후인 2014년 말 사업보고서기준 이 회장과 특수관계자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60.56%까지 늘어났다. 병만씨와 병주씨는 각각 1.10%, 1.08%서 2.85%, 2.75%로 지분률이 상승했다.

합병 이후 병만, 병주씨의 승계 행보가 감지된 것은 이들의 개인회사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코스맥스비티아이 특수관계자 주주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믹스앤매치는 2016년 7월29일 병만, 병주씨가 가지고 있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각각 8000주, 2000주를 받으면서 특수관계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 회장이 지난해 7월14일 자신의 주식 15만6700주를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7만8350주씩 넘기면서 레시피도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두 회사에 지분을 넘기면서부터 승계작업을 본격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17일에는 이 회장은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코스맥스비티아이 주식 40만8260주를 절반으로 나눠 증여하면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의 지분율은 각각 3.05%, 2.94%로 올랐다. 지분 2.77%씩 가지고 있는 병만, 병주씨의 지분율을 넘어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병만, 병주씨의 개인회사라는 점 때문에 승계발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다. 눈길을 끄는 점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특수관계자인 믹스앤매치와 레시피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실제 거래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일요시사>는 ‘화장품 ODM 1위 코스맥스 편법승계 의혹’ 제하의 기사를 통해 레시피가 코스맥스그룹과 거래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보고서상 내부거래를 확인할 수 없는 점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사업보고서 
석연치 않아

특히 레시피의 경우 코스맥스와의 거래 정황이 발견됐다. 레시피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다. 주로 ODM업체 제품을 받아 레시피 등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데 코스맥스가 제조한 제품에 레시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훌쩍 넘길만큼 높다. 

실제 당시 <일요시사>가 레시피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엔코스서 제조한 로즈 페탈 클렌징 오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맥스서 제조된 제품들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거래는 사업보고서 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두 회사는 특수관계다. 따라서 둘 간에 거래가 있다면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실제 둘 간에 거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서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코스맥스와 레시피 간 거래 중간에 회사 관련 지분과 친족관계서 자유로운 인물을 통해 중간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회계사 B씨는 “레시피와 코스맥스간 드러난 거래 정황과 사업보고서 내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간에 일종의 위장 계열사를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코스맥스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의구심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서 믹스앤매치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거래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취재 결과 두 법인이 서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자금 거래가 있음에도 사업보고서에서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믹스앤매치가 공장부지로 사용하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73번길 14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소유의 부지다. 코스맥스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비티아이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통상적인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맥스비티아이와 믹스앤매치 간 부동산 임대차 관련 임대료 지불 내용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믹스앤매치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하지만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믹스앤매치 사업보고서에도 코스맥스비티아이와의 거래 흔적을 파악할 수 없었다. 


활용방안 관심
자금으로 활용?

한국회계기준원 기업회계기준서(1024호)에 따르면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 ‘연결재무제표’ 또는 제1027호 ‘별도재무제표’에 따라 작성된 지배기업 또는 피투자자에 대한 공동 지배력이나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는 투자자의 연결재무제표와 별도재무제표에 특수관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및 약정을 포함한 채권·채무 잔액을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이 기준서는 개별재무제표에도 적용한다.

A회계사는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경우처럼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있는 경우 주석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밝혀야 한다”며 “만약 밝히지 않을 경우 공시 누락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강제 사항으로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병만, 병주씨의 승계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큰 믹스앤매치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숨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특수관계자간 거래는 일감몰아주기 이슈와 맞물려 거래 규모에 따라 감시의 강도가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믹스앤매치가 코스맥스그룹과의 거래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레시피는 화장품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레시피의 경우 코스맥스그룹과의 사업보고서상 매출이 없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성장 비결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보고서상 레시피의 매출을 처음 확인할 수 있는 사업연도는 2015년(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부터인데 이때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보고서 매출액 기준 2015년 165억4751만원, 2016년 200억4581만원, 2017년 387억787만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레시피가 지난해 기록한 387억787만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93.09% 성장률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화장품 업계가 힘든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일종의 위장계열사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 거래?

특히 레시피가 주목받는 것은 높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X100) 때문이다. 레시피의 영업이익 규모는 매출 신장에 따라 동반 상승했다. 2015년 9억7956만원서 이듬해 26억455만원으로 165.89%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65억2199만원으로 전년대비 150.40% 증가했다. 중국발 사드 영향이 레시피에는 미치지 않은 채 150%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중국발 위기가 불어닥친 상황서도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6.8%를 기록하며 전년(12.9%)대비 3.9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는 화장품 업계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악몽의 해를 보냈다. 많은 화장품 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스킨푸드는 중국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의 주력 계열사 코스맥스의 지난해 매출은 8839억5001만원으로 전년(7569억6356만원)대비 16.77% 성장하면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영업이익은 351억4012만원으로 전년(526억1599만원)대비 33.21% 감소했다. 코스맥스 역시 사드의 영향권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따라서 업계에선 레시피의 폭풍성장 배경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병만, 병주씨의 개인회사인 레시피는 승계작업에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

실제 가파르게 늘어난 영업이익은 당기순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현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레시피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20억5918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1억9222만원으로 곳간에 잉여금이 쌓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43억1181만원으로 잉여금이 급증했다.

재계에서는 쌓이는 잉여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눈길이 쏠리는 상황. 재원 활용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높은 수익성에 따라 쌓이는 현금은 병만, 병주씨의 향후 행보에 힘이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코스맥스그룹 측에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사 측 묵묵부답
답변 내놓지 않아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그룹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경수 회장 두 아들에 대한 승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핵심은 믹스앤매치와 레시피로 향후 이들 기업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코스맥스의 해명은?

기사가 지면을 통해 나간 뒤 코스맥스 측에서 답변이 왔다.

코스맥스의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공시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레시피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그룹사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레시피는 중국시장을 타켓으로 마케팅을 하는 화장품 회사”라며 “일례로 레시피의 대표적인 크리스탈선스프레이 제품은 16, 17, 18년도까지 꾸준히 판매 증가세에 있으며 중국 내 인지도는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알리바바그룹내 티몰 등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위 제품은 레시피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며 2012~2014년도까지 국내 홈쇼핑 런칭을 통해 꾸준한 매출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부터 중국에서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현재까지 레시피의 주요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사 속 기사>레시피와 믹스앤매치는?

레시피는 2007년 5월 설립됐다. 본사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5에 위치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사업보고서를 처음 공시한 2015년 병주, 병만씨가 각각 38.5%, 이경수 회장의 부인 서성석씨가 2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듬해 서씨의 모든 지분과 병만씨의 일부 지분이 병주씨에게 넘어가면서 병주씨가 80%, 병만씨가 20% 지분을 나눠갖게 됐다.

믹스액매치는 2001년 11월 설립됐으며 본사 및 공장 소재지는 인천시 부평구 평천로 73번길 14다. 화장품 개발 및 주문 화장품 생산을 주요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분구조는 2016년 병만, 병주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이듬해 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 과정서 병만씨가 80%, 병주씨가 20%의 지분율로 변동됐다.

병만씨는 1978년생으로 1979년생인 병주씨보다 한 살 많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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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