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 풀스토리

인부들의 무덤 “100명이나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한국타이어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노동자 사망사건이 일단락됐다. 원흉으로 지목된 공장의 열악한 환경이 인정된 것. 열악한 근로 환경 탓에 질병에 시달렸다고 주장해온 노동자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의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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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사망 원인이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인 것으로 결론났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11일 한국타이어 전 노동자 안모씨의 부인 오모씨, 자녀들 등 4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 피항소인 안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열악한 환경
잇따른 죽음

법원이 한국타이어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유가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액 2억8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는 오씨 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1심 판결서 유가족 측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측에서 부대항소하면서 2심으로 넘어갔다. 2심에서는 1심 판결서 제외됐던 오씨의 자녀들까지 손해배상을 대상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녀 1인당 246만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심 판단이 나오자 다시 한국타이어에 눈길이 쏠렸다. 관심은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였는데 결국 한국타이어는 포기를 택했다. 한국타이어가 상고기간인 지난 6일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안씨 관련 소송이 마무리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한국타이어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배기·냉각장치를 설치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단순히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행위로는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씨는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속해서 공해물질에 노출됐다”며 “폐암이 발병하게 된 다른 의학적 조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폐암으로 사망한 다른 직원의 수가 적고, 오로지 근무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보긴 어렵다. 안씨가 작업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안씨 책임도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금을 1억여원으로 한정했다. 

안씨는 15여년 동안 한국타이어 생산관리팀 등에서 근무하던 중 2009년 9월 폐암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가 근무 중 유해물질에 중독돼 폐암에 걸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유족들은 “한국타이어가 산업안정보건법상 안전보호 의무를 위반해 직원들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환경을 정비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의 패소로 소송이 끝나자 집단소송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의 노동근로 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한국타이어는 매해 국정감사의 단골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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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과 관련해 노동부와 사 측이 사망 원인과 사망자 명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전혀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우윤근·박영선·이춘석 의원(민주당)들은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한국타이어 책임자와 노동부 관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JTBC>

이 의원들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총 100명의 사망자 중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보한 1996∼2007년 93명의 사망자 명단과 사망 원인을 이미 조사했으며, 노동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심장질환이 17명, 기계 압사자가 15명, 뇌암(뇌출혈, 뇌질환) 14명, 간장질환 12명, 폐암 6명, 위암 6명, 백혈병 1명, 신장질환 2명, 정신질환 2명, 자살(질식) 5명, 부인암 2명 식도암 1명, 기타 3명, 상세불명 4명 등이다.

당시 노동부는 한국타이어가 집단사망 발생 시점인 2005∼2006년보다 5년 앞서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에 의한 노동자 질환과 사망자를 확인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또 한국타이어 특별근로감독 결과 무려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업재해 은폐, 100명의 집단 사망과 1800여명의 질환자 속출 등을 확인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으로 논란이 고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 24, 33, 37, 48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66조 2항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집단사망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범 부사장(당시)을 비롯한 조씨 일가와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를 적용해 즉각 구속 수라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기계·기구 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 등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4조 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 결핍 공기·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신질환 
유발도 의심”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타이어에선 일하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다가 어느 날 없어진 직업훈련원생들이 있었고 그 비참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유기용제와 유해화합물이 뇌심혈관계를 치명적으로 공격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설사 산재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이었다”며 “유모씨의 경우도 2000만원을 주면서 산재 사실을 외부에 말하면 안 되고 만약 외부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20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동조합 활동에는 산업안전보건 활동도 포함돼있지만 노조의 실질적 활동 및 산업안전보건 활동마저 봉쇄돼있어 더 많은 희생자를 냈고 전쟁 중에도 드문 100여명의 사망자와 1800여명의 질환자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99년 유종원등의 유기용제 중독 산재 처리 등을 시작으로 이미 여러 건의 유기용제 중독 질환자 및 사망자가 발생해 회사는 유기용제의 유해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질환자에 대한 치료를 방기하고 은폐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죽음 직전의 중증환자를 개인질환으로 내쫒아 자연사로 최종 은폐한 데 대해서는 고의적인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타이어 사옥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을 비롯해 협력업체서 근무하다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46명에 달한다. 

2008년에는 폐섬유증, 폐암, 비인두암 등의 이유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2009년에는 뇌종양, 폐렴, 신경섬유종 등의 원인으로 6명, 2010년에는 급성심근경색, 폐암, 뇌경색 등으로 6명이 사망했다. 

또 2011년 8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2명, 2015년 6명, 2016년 1명의 근로자가 각각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서 근무하다 숨진 근로자가 108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20년동안 150여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근로를 하다 숨졌지만 이들은 산재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 주장이다. 


사망사고부터 
은폐 의혹까지

산재협의회는 그간 발생한 노동자들의 사망은 생산 현장서 사용하는 유기용제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의 사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국감서도 한국타이어의 근로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한국타이어 산업재해와 관련, 김서룡 한국타이어 생산성본부 팀장과 손종효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간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노동환경과 관련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산업재해 은폐 의혹까지 일었다. 한국타이어가 생산현장서 다수의 산재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관계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다 적발된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사측이 산재발생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산재발생 보고 의무를 각각 11회, 7회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 고용부에 적발된 전국의 사업장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건수에 해당한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61명의 근로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재 회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적법한 조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어 논란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산재발생 보고 의무는 사업주 등이 산재 은폐를 막기 위한 제도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1개월 이내에 고용부장관에게 발생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중대재해는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3개월 이상의 요상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등이 속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1건당 300만원부터 최대 3000만원까지로 과태료를 해당 사업장에 부과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 공장 두 곳에서 총 18회 산재발생 보고 의무를 위반한 셈인데, 이는 다른 사업장에 비해 산재발생 빈도가 높다는 근거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 측에서 보고하지 않아 과태료를 물게 된 것이 18회로 집계됐을 뿐 고용부에 보고되지 않은 산재발생 건수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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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5년에는 한국타이어가 산재발생을 보고하지 않고 있었지만 노동청 조사로 인해 적발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5년 전국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로부터 회사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 조사를 벌인 결과 산재발생 보고 의무 위반사항을 적발하기도 했다.  

만약 진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한국타이어는 그대로 산재발생을 은폐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산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뒤 고용노동부에 보고를 하려고 했으나 보고 기간이 지나 산재발생 보고 의무 위반을 하게 됐을 뿐 은폐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산재발생 보고를 기간 안에 하지 않았을 뿐 사업장서 발생한 산재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모두 보고했다”며 “산재발생을 은폐하려고 한 사실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소송의 패소로 집단소송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2월 청와대는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에 대해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1월31일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해 ‘시민사회비서관이 박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서로 소통할 통로를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이 행정관이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후 박 위원장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들에게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조사 
그 결과는?

시민단체 출신의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근로환경을 두고 10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한국타이어의 항소 포기는 다른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뇌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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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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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