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깨지는’ 공정위 10개 패소 사건 집중해부

마구잡이 때렸다가 ‘헛스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소송 패소로 막대한 비용을 환급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년간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기업으로 낙인찍었다가 소송서 패하면서 되돌려줘야 하는 비용만 1조원을 웃돈다. 과도한 제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 행정소송 패소로 화제가 된 사건을 확인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올해 국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헛스윙이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거뒀다가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과 이자가 1조1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업 때리기’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저기
과징금 남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피감기관인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공정위가 기업들과의 행정소송 등에서 져서 돌려준 환급액은 1조1190억원에 달했다. 이자는 885억원에 달했다.

환급액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공정위가 돌려준 과징금 환급금은 2014년 2446억원서 2015년 343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6년 1775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356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환급액은 1173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제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 과정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은 담합 등 여러 사건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제재를 남발하다  불복 소송서 패소하면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대림산업은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40억원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서 지난 8월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대림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49억82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해선 복선전철 공사는 총 사업비 3조8280억원이 투입되는 충남 홍성역서 경기 화성(송산)까지 89.2km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다. 공정위는 해당 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대림산업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SK건설, 현대건설이다.

이들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80억66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게 기존 69억7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부당행위 자진신고에 따라 과징금을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49억8200만원을 과징금을 내렸다.

기업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
최근 4년간 1조1000억…이자만 800억

하지만 대림산업은 공정위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림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공제해야 할 부분을 포함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해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입찰담합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관급자재비·폐기물처리비·문화조사비는 본질적으로 공사 도급계약에 따른 매출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비용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과징금의 기본 산정기준인 계약금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대림산업과 함께 담합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SK건설과 현대건설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재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는 재계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관한 소송서도 졌는데 재벌 개혁의 제약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용석)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부당하며 낸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재계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제재였던 만큼 눈길이 쏠렸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제재를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간 거래서 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준 이익이 과다했다는 입증을 공정위가 해야했지만 이 부분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등의 맥락에서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부당성에 대한 증명은 공정위가 해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거래 규모나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사익을 편취해 경제력 집중의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등이라면 부당한 이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와 유사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제동이 걸린 셈이다.

지나친 때리기
경영활동 위축

이 같은 점에서 하림과의 행정소송서 진 것은 아쉽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사료값 담합으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은 하림 지주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서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를 비롯해 11곳 사료업체들이 2006년10월∼2010년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이들 업체에 과징금 773억원을 내렸다.

이에 이들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공정위와 달랐다. 당시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공정위가 담합을 모의했다고 판단한 제조업체 모임에 업체 관계자 뿐 아니라 수요 업체 관계자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어 가격인상 등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당시 패소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하림그룹은 승계 과정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공정위의 패소로 하림그룹에 대한 검증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하림그룹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하림이 사육농가와 맺은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했다고 보고 과징금 7억9800만원 부과 명령을 내렸다. 하림 측은 반발했다. 보도자료를 내고 조사과정서 충분히 소명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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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정위와 하림측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외국계 기업에게도 쓴맛을 봤다. 공정위는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부품 입찰에 참여한 외국계 기업 덴소가 담합을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이 덴소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덴소와 미츠비시가 2009년 공급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높게, 할인율은 0%에 가깝게 제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6년 덴소에 41억원, 미츠비시에 82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덴소는 처분시한이 지났다며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덴소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덴소에 대한 처분은 개정전 규정에 의한 처분시한을 넘겨 발령됐다”며 “처분시한을 연장한 개정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독일계 기업에게도 한방 먹었다. 공정위는 독일계 기업 셰플러코리아에 지난 2015년 담합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1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고법서 패소하면서 머쓱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셰플러코리아는 시판용·철강설비용·소형직납용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을 베어링 업체들과 담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담합행위가 2006년 1월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베어링을 제조 또는 수입·판매하는 한화가 1999년부터 국내 업체들과 제품 가격의 유지 및 인상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2006년 1월쯤 공동행위를 종료해 5년의 처분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다. 이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 베어링 가격 변동을 보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 횟수, 인상 폭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해양에게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판정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블록 조립과 선박 파이프 제조를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부당하게 대금을 줄였다고 판단하고 35억8900만원의 하도급 대급 지급 명령 및 3억85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반발하면서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뚜껑을 열자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에 판정승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1월 선고를 내리면서 “시간당 임금은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을 인하한 부분만 고려해 하도급 대금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공정위의 처분은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지급명령과 과징금 부과 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도급 대금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수준보다 낮아졌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만을 기준으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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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이 계속되던 골프존에 대한 헛스윙도 아쉽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업주들에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할 때 프로젝터를 묶음 상품으로 끼워팔았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골프존이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부과한 과징금 48억9400만원에 대해서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난해 최종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주목을 끈 파마킹과의 소송전 역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파마킹이 14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파마킹이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 전국 병·의원에 약 140억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갈길 바쁜 
적폐 청산 발목

파마킹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법은 파마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마킹이 자진 시정을 결의·실행해 경쟁질서 회복과 관행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위반행위로 인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대표이사가 실형을 복역했고, 고객유인 행위 재발을 방지할 확실한 동기를 가지게 됐으므로 자진시정 감경을 하지 않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처분이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에는 다단계 업체 카나이코리아에 패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카나이코리아가 다단계 판매원에게 등록이나 후원수당 지급 조건으로 605만원 이상을 경우에만 후원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만원, 과징금 2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카나이코리아가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공정위가 패소했다.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간 것.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내용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공정위는 또 한번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공정위가 군대 급식 납품 담합으로 제재를 내리면서 화제가 됐던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싱겁게 끝났다.

너무 나간 제재에 ‘다시’
공소시효 만료로 ‘굴욕’

공정위는 동원F&B 자회사 동원홈푸드가 방위사업청이 2009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발주한 입찰서 경쟁하던 9개 업체 등과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들러리, 입찰 조건 등을 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동원홈푸드를 비롯해 4개 기업을 고발하고 과징금 153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동원홈푸드는 13억6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동원홈푸드는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원고 승소 선고를 내리면서 공정위의 군납비리 청산 작업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의 담합 혐의 형사 고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나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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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 “동원홈푸드가 태림농산으로 하여금 군납 식품의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협의했거나 낙찰가격 정보를 알려주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태림농산 대표 윤씨의 동원홈푸드 가담 경위에 관한 진술은 윤씨의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다”며 “윤씨가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서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진술을 했을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경고
추락하는 권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소송서 패소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며 “공정위의 제재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소송서 패하면서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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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