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깨지는’ 공정위 10개 패소 사건 집중해부

마구잡이 때렸다가 ‘헛스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소송 패소로 막대한 비용을 환급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년간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기업으로 낙인찍었다가 소송서 패하면서 되돌려줘야 하는 비용만 1조원을 웃돈다. 과도한 제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 행정소송 패소로 화제가 된 사건을 확인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올해 국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헛스윙이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거뒀다가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과 이자가 1조1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업 때리기’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저기
과징금 남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피감기관인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공정위가 기업들과의 행정소송 등에서 져서 돌려준 환급액은 1조1190억원에 달했다. 이자는 885억원에 달했다.

환급액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공정위가 돌려준 과징금 환급금은 2014년 2446억원서 2015년 343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6년 1775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356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환급액은 1173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제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 과정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은 담합 등 여러 사건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제재를 남발하다  불복 소송서 패소하면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대림산업은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40억원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서 지난 8월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대림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49억82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해선 복선전철 공사는 총 사업비 3조8280억원이 투입되는 충남 홍성역서 경기 화성(송산)까지 89.2km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다. 공정위는 해당 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대림산업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SK건설, 현대건설이다.

이들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80억66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게 기존 69억7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부당행위 자진신고에 따라 과징금을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49억8200만원을 과징금을 내렸다.

기업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
최근 4년간 1조1000억…이자만 800억

하지만 대림산업은 공정위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림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공제해야 할 부분을 포함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해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입찰담합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관급자재비·폐기물처리비·문화조사비는 본질적으로 공사 도급계약에 따른 매출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비용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과징금의 기본 산정기준인 계약금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대림산업과 함께 담합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SK건설과 현대건설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재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는 재계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관한 소송서도 졌는데 재벌 개혁의 제약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용석)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부당하며 낸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재계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제재였던 만큼 눈길이 쏠렸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제재를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간 거래서 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준 이익이 과다했다는 입증을 공정위가 해야했지만 이 부분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등의 맥락에서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부당성에 대한 증명은 공정위가 해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거래 규모나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사익을 편취해 경제력 집중의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등이라면 부당한 이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와 유사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제동이 걸린 셈이다.

지나친 때리기
경영활동 위축

이 같은 점에서 하림과의 행정소송서 진 것은 아쉽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사료값 담합으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은 하림 지주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서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를 비롯해 11곳 사료업체들이 2006년10월∼2010년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이들 업체에 과징금 773억원을 내렸다.

이에 이들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공정위와 달랐다. 당시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공정위가 담합을 모의했다고 판단한 제조업체 모임에 업체 관계자 뿐 아니라 수요 업체 관계자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어 가격인상 등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당시 패소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하림그룹은 승계 과정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공정위의 패소로 하림그룹에 대한 검증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하림그룹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하림이 사육농가와 맺은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했다고 보고 과징금 7억9800만원 부과 명령을 내렸다. 하림 측은 반발했다. 보도자료를 내고 조사과정서 충분히 소명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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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정위와 하림측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외국계 기업에게도 쓴맛을 봤다. 공정위는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부품 입찰에 참여한 외국계 기업 덴소가 담합을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이 덴소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덴소와 미츠비시가 2009년 공급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높게, 할인율은 0%에 가깝게 제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6년 덴소에 41억원, 미츠비시에 82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덴소는 처분시한이 지났다며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덴소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덴소에 대한 처분은 개정전 규정에 의한 처분시한을 넘겨 발령됐다”며 “처분시한을 연장한 개정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독일계 기업에게도 한방 먹었다. 공정위는 독일계 기업 셰플러코리아에 지난 2015년 담합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1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고법서 패소하면서 머쓱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셰플러코리아는 시판용·철강설비용·소형직납용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을 베어링 업체들과 담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담합행위가 2006년 1월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베어링을 제조 또는 수입·판매하는 한화가 1999년부터 국내 업체들과 제품 가격의 유지 및 인상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2006년 1월쯤 공동행위를 종료해 5년의 처분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다. 이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 베어링 가격 변동을 보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 횟수, 인상 폭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해양에게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판정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블록 조립과 선박 파이프 제조를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부당하게 대금을 줄였다고 판단하고 35억8900만원의 하도급 대급 지급 명령 및 3억85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반발하면서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뚜껑을 열자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에 판정승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1월 선고를 내리면서 “시간당 임금은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을 인하한 부분만 고려해 하도급 대금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공정위의 처분은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지급명령과 과징금 부과 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도급 대금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수준보다 낮아졌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만을 기준으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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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이 계속되던 골프존에 대한 헛스윙도 아쉽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업주들에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할 때 프로젝터를 묶음 상품으로 끼워팔았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골프존이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부과한 과징금 48억9400만원에 대해서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난해 최종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주목을 끈 파마킹과의 소송전 역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파마킹이 14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파마킹이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 전국 병·의원에 약 140억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갈길 바쁜 
적폐 청산 발목

파마킹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법은 파마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마킹이 자진 시정을 결의·실행해 경쟁질서 회복과 관행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위반행위로 인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대표이사가 실형을 복역했고, 고객유인 행위 재발을 방지할 확실한 동기를 가지게 됐으므로 자진시정 감경을 하지 않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처분이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에는 다단계 업체 카나이코리아에 패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카나이코리아가 다단계 판매원에게 등록이나 후원수당 지급 조건으로 605만원 이상을 경우에만 후원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만원, 과징금 2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카나이코리아가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공정위가 패소했다.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간 것.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내용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공정위는 또 한번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공정위가 군대 급식 납품 담합으로 제재를 내리면서 화제가 됐던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싱겁게 끝났다.

너무 나간 제재에 ‘다시’
공소시효 만료로 ‘굴욕’

공정위는 동원F&B 자회사 동원홈푸드가 방위사업청이 2009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발주한 입찰서 경쟁하던 9개 업체 등과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들러리, 입찰 조건 등을 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동원홈푸드를 비롯해 4개 기업을 고발하고 과징금 153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동원홈푸드는 13억6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동원홈푸드는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원고 승소 선고를 내리면서 공정위의 군납비리 청산 작업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의 담합 혐의 형사 고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나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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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 “동원홈푸드가 태림농산으로 하여금 군납 식품의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협의했거나 낙찰가격 정보를 알려주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태림농산 대표 윤씨의 동원홈푸드 가담 경위에 관한 진술은 윤씨의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다”며 “윤씨가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서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진술을 했을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경고
추락하는 권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소송서 패소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며 “공정위의 제재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소송서 패하면서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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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들을지언정 정국 대응에 일사불란하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압박으로 형성된 중앙집권 형태의 정치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봉건 영주처럼 군림하는 봉건제 형태 정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함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맹탕’이란 표현이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올해엔 ‘추태’란 표현도 나왔다. 미국 의회에선 상시 청문회 제도를 안착시켜 아주 촘촘한 청문회 제도를 운용한다. 이를 토대로 “정기 국정감사를 없애고, 상시 국정감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어김없이 나왔다. 변함 없는 맹탕 국감 국민의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과거 이력과 함께 그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에 당력을 기울였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도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범여권에선 방어막을 쳤다. 당력을 기울여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태도는 김 실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키운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그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반말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이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 전원이 나간 이후에도 계속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들었다. 박 의원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신 의원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반발했고 다시 박 의원이 “난 옛날부터 너한테 말 내렸다” 등 언쟁을 벌였다. 한술 더 뜨는 논쟁은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이어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박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중엔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X아”라는 욕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때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에 항의하던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지난달 2일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방통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저를 지칭해 ‘저 인간만 없으면 과방위가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며 “김 의원이 시끄럽게 전화 통화까지 하길래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제 가족 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저를 비판했다”며 “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루 사실까지 폭로했더니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지난달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과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움되지 않았고,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압박해 망신을 줬단 프레임에 갇혔다”며 “지나치게 과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에 몰아치는 민주당 특유의 봉건제…국감서도 의욕 상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을 상대로 “나 의원의 언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씨의 새 내연녀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법원장은 “나 의원에겐 언니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비판·조롱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이튿 날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에게 재판소원 관련 질의를 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옆에 있다가 바라보는 자세로 몸을 돌렸다. 이어 주 의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진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의원이 배포한 모바일 청첩장엔 신용카드 결제 링크가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초엔 청첩장을 과방위 소속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전달했다. 최 의원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기이한 해명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달 26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보좌진에게 “축의금을 피감기관들에 돌려주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50만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사람 중 1명은 다름 아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지정한 경조사비 한도는 5만원이다. 여야의 정쟁 때문에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일어나는 사례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국정감사엔 다수의 증인·참고인이 출석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시간을 쪼개 출석 의무에 응했거나, 출석할 필요가 없는데도 출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시간·일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모적인 정쟁을 거듭하면서 이들 증인의 시간도 잡아먹는다. 이는 국회의원 특유의 꼰대질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욕설을 주고받는 현장엔 사이버 레커들로부터 피해를 본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쯔양은 이들이 욕설을 주고받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몰아치는 사법개혁 이날 여야는 박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한 공방을 밤 늦게까지 이어갔다. 양당은 국정감사가 이어진 지난달에도 자신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후 박 의원은 이날 내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내는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재판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추진되는 듯했다가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반대로 사그라들었던 법원행정처 폐지도 다시 추진할 조짐을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대법원을 겨냥하고 있다. 대법관 수 증원은 민주당 내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확정한 방안이다. 재판소원은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당 지도부와 협의해 당론 법안으로 별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을 일컬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전엔 법원의 각종 숙원사업을 들어주려고 했다”며 “판결 이후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라며 “법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할 때마다 단세포적으로 대응한단 느낌마저 든다”고 해석했다. 반대 진영의 날 선 지적에도 민주당은 특유의 몰아치기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법원 등 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관념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성 지지층의 욕구는 몰아치기와 일부 의원들의 과도한 언행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최 의원도 대법원·국민의힘 공격 최전선에 서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대로 예의 무기력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름대로 ▲김 실장 관련 의혹 제기 ▲정희철 단월면장 사망 등 김건희 특검의 과잉 수사 의혹 제기 ▲10·15 부동산 대책 비판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힘 특유의 무기력함이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선 별다른 의욕도 느껴지지 않고, 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내용도 발언으로 채우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진짜 친윤)’ 그룹의 존재를 주장한 이후 많은 사람에게 인식된 국민의힘 특유의 봉건제로부터 비롯된다. 토착 세력 주도 형태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대구·경북·강원 등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두고,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구의 왕이자 소리 없이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핵심 그룹이다. 이들은 “당권을 지켜 공천만 계속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반을 완전히 움켜쥐고, 중앙 정치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토착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 형태는 봉건제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내부의 봉건제는 전제 왕조 시절의 봉건제보다 후퇴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언더 찐윤 의원들이 지역구를 스스로 개척해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봉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중국 주나라에선 왕이 제후들에게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민족 중심 미개척지를 봉토로 하사했다. 이는 “미개척지를 개척·장악하면, 봉토로 인정해주겠다”는 취지였다. 주나라는 봉건제를 토대로 중앙의 왕이 각지의 제후들을 통제하는 통치 형태를 완성했다. 초기엔 주로 종친들을 제후로 책봉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됐지만, 세월이 흘러 혈연 의식과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춘추전국시대란 난세가 열렸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중앙 정치에선 적당히 치적으로써 지역에서 내세울 만한 ‘사진’만 얻으면 된다. 이런 성향이 핵심 지지 기반에 퍼져 굳어지자,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추진했던 체질 개선이 번번이 무력화됐다. 그럴수록 당은 무기력해지고, 존재감을 잃는다. 반면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의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당론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는 중앙집권형 정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의힘 같은 무기력한 야당을 만나면 상대적인 장점으로 보일 소지가 강하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한번 어긋나면 결정적인 파국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갈등하던 중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들을 ‘봉건 영주’라고 지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봉건 영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치는 ‘사진’만 얻으면 그만? 귀족이 왕권 능가했던 백제의 끝은? 이들이 바로 훗날 김 의원이 규정한 ‘언더 찐윤’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지역 기반에서 자리 잡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지역구를 ‘분봉’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봉받은 지역구의 공작 작위를 받아 공국을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봉건제 국가에서 외침이 발생하면 제후들이 각자 군을 이끌고 와서 연합군을 구성한 후 전쟁에 나선다. 따라서 왕이 제후와 사이가 안 좋으면, 제후가 방어에 협조하지 않아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친다. 백제 개로왕은 왕권 강화를 시도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존 귀족을 배제하고, 잦은 토목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침략해 큰 위기를 맞았다. 고구려는 공격 7일 만에 수도 한성을 함락했고,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사로잡혀 죽었다. 귀족은 아무도 개로왕을 돕지 않았고, 당시 동맹이었던 신라만 구원군을 보내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백제에선 문주왕·삼근왕·동성왕 등이 연이어 귀족에게 피살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은 즉위 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정적들을 추방하고, 아들 40명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좌평에 임명해 중앙 정계에 진출시켰다. 백제가 멸망하는 과정엔 귀족이 구원군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영향이 있다는 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실제로 영화 <황산벌>에선 이 설을 그대로 반영해 귀족이 의자왕에게 “당신이 아들 40명을 좌평에 임명했을 때, 우리의 조국은 진작 망했다”고 비웃는 장면이 묘사됐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도 미개척지가 많은 영토 특성 때문에 세습령병제가 시행됐다. 이는 신하가 병사를 대대로 소유하면서 마음대로 부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오나라는 위나라·촉한의 침략은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두 나라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신하들의 이권도 함께 걸려 있던 남방 개척은 성공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백제와 오나라의 상황은 핵심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엔 능숙하지만, 중앙 정치에선 기행을 거듭하는 등 불성실한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초유의 기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체계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큰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거칠게 요약하면, 역사는 봉건제를 중앙집권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선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거부했다.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장동혁 대표도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선 혁신 담론이 아예 실종됐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보수 성향 신문도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웬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에 스며든 봉건제로부터 비롯된 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보면 봉건제가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봉건제를 알아야 국민의힘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 봉건 영주의 연합정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