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깨지는’ 공정위 10개 패소 사건 집중해부

마구잡이 때렸다가 ‘헛스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소송 패소로 막대한 비용을 환급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년간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기업으로 낙인찍었다가 소송서 패하면서 되돌려줘야 하는 비용만 1조원을 웃돈다. 과도한 제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 행정소송 패소로 화제가 된 사건을 확인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올해 국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헛스윙이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거뒀다가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과 이자가 1조1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업 때리기’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저기
과징금 남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피감기관인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공정위가 기업들과의 행정소송 등에서 져서 돌려준 환급액은 1조1190억원에 달했다. 이자는 885억원에 달했다.

환급액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공정위가 돌려준 과징금 환급금은 2014년 2446억원서 2015년 343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6년 1775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356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환급액은 1173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제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 과정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은 담합 등 여러 사건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제재를 남발하다  불복 소송서 패소하면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대림산업은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40억원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서 지난 8월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대림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49억82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해선 복선전철 공사는 총 사업비 3조8280억원이 투입되는 충남 홍성역서 경기 화성(송산)까지 89.2km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다. 공정위는 해당 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대림산업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SK건설, 현대건설이다.

이들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80억66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게 기존 69억7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부당행위 자진신고에 따라 과징금을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49억8200만원을 과징금을 내렸다.

기업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
최근 4년간 1조1000억…이자만 800억

하지만 대림산업은 공정위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림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공제해야 할 부분을 포함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해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입찰담합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관급자재비·폐기물처리비·문화조사비는 본질적으로 공사 도급계약에 따른 매출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비용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과징금의 기본 산정기준인 계약금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대림산업과 함께 담합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SK건설과 현대건설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재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는 재계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관한 소송서도 졌는데 재벌 개혁의 제약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용석)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부당하며 낸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재계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제재였던 만큼 눈길이 쏠렸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제재를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간 거래서 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준 이익이 과다했다는 입증을 공정위가 해야했지만 이 부분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등의 맥락에서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부당성에 대한 증명은 공정위가 해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거래 규모나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사익을 편취해 경제력 집중의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등이라면 부당한 이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와 유사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제동이 걸린 셈이다.

지나친 때리기
경영활동 위축

이 같은 점에서 하림과의 행정소송서 진 것은 아쉽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사료값 담합으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은 하림 지주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서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를 비롯해 11곳 사료업체들이 2006년10월∼2010년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이들 업체에 과징금 773억원을 내렸다.

이에 이들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공정위와 달랐다. 당시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공정위가 담합을 모의했다고 판단한 제조업체 모임에 업체 관계자 뿐 아니라 수요 업체 관계자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어 가격인상 등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당시 패소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하림그룹은 승계 과정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공정위의 패소로 하림그룹에 대한 검증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하림그룹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하림이 사육농가와 맺은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했다고 보고 과징금 7억9800만원 부과 명령을 내렸다. 하림 측은 반발했다. 보도자료를 내고 조사과정서 충분히 소명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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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정위와 하림측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외국계 기업에게도 쓴맛을 봤다. 공정위는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부품 입찰에 참여한 외국계 기업 덴소가 담합을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이 덴소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덴소와 미츠비시가 2009년 공급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높게, 할인율은 0%에 가깝게 제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6년 덴소에 41억원, 미츠비시에 82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덴소는 처분시한이 지났다며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덴소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덴소에 대한 처분은 개정전 규정에 의한 처분시한을 넘겨 발령됐다”며 “처분시한을 연장한 개정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독일계 기업에게도 한방 먹었다. 공정위는 독일계 기업 셰플러코리아에 지난 2015년 담합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1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고법서 패소하면서 머쓱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셰플러코리아는 시판용·철강설비용·소형직납용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을 베어링 업체들과 담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담합행위가 2006년 1월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베어링을 제조 또는 수입·판매하는 한화가 1999년부터 국내 업체들과 제품 가격의 유지 및 인상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2006년 1월쯤 공동행위를 종료해 5년의 처분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다. 이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 베어링 가격 변동을 보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 횟수, 인상 폭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해양에게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판정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블록 조립과 선박 파이프 제조를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부당하게 대금을 줄였다고 판단하고 35억8900만원의 하도급 대급 지급 명령 및 3억85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반발하면서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뚜껑을 열자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에 판정승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1월 선고를 내리면서 “시간당 임금은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을 인하한 부분만 고려해 하도급 대금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공정위의 처분은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지급명령과 과징금 부과 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도급 대금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수준보다 낮아졌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만을 기준으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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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이 계속되던 골프존에 대한 헛스윙도 아쉽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업주들에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할 때 프로젝터를 묶음 상품으로 끼워팔았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골프존이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부과한 과징금 48억9400만원에 대해서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난해 최종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주목을 끈 파마킹과의 소송전 역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파마킹이 14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파마킹이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 전국 병·의원에 약 140억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갈길 바쁜 
적폐 청산 발목

파마킹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법은 파마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마킹이 자진 시정을 결의·실행해 경쟁질서 회복과 관행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위반행위로 인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대표이사가 실형을 복역했고, 고객유인 행위 재발을 방지할 확실한 동기를 가지게 됐으므로 자진시정 감경을 하지 않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처분이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에는 다단계 업체 카나이코리아에 패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카나이코리아가 다단계 판매원에게 등록이나 후원수당 지급 조건으로 605만원 이상을 경우에만 후원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만원, 과징금 2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카나이코리아가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공정위가 패소했다.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간 것.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내용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공정위는 또 한번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공정위가 군대 급식 납품 담합으로 제재를 내리면서 화제가 됐던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싱겁게 끝났다.

너무 나간 제재에 ‘다시’
공소시효 만료로 ‘굴욕’

공정위는 동원F&B 자회사 동원홈푸드가 방위사업청이 2009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발주한 입찰서 경쟁하던 9개 업체 등과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들러리, 입찰 조건 등을 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동원홈푸드를 비롯해 4개 기업을 고발하고 과징금 153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동원홈푸드는 13억6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동원홈푸드는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원고 승소 선고를 내리면서 공정위의 군납비리 청산 작업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의 담합 혐의 형사 고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나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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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 “동원홈푸드가 태림농산으로 하여금 군납 식품의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협의했거나 낙찰가격 정보를 알려주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태림농산 대표 윤씨의 동원홈푸드 가담 경위에 관한 진술은 윤씨의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다”며 “윤씨가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서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진술을 했을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경고
추락하는 권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소송서 패소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며 “공정위의 제재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소송서 패하면서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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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