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깨지는’ 공정위 10개 패소 사건 집중해부

마구잡이 때렸다가 ‘헛스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소송 패소로 막대한 비용을 환급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년간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기업으로 낙인찍었다가 소송서 패하면서 되돌려줘야 하는 비용만 1조원을 웃돈다. 과도한 제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 행정소송 패소로 화제가 된 사건을 확인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올해 국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헛스윙이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거뒀다가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과 이자가 1조1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업 때리기’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저기
과징금 남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피감기관인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공정위가 기업들과의 행정소송 등에서 져서 돌려준 환급액은 1조1190억원에 달했다. 이자는 885억원에 달했다.

환급액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공정위가 돌려준 과징금 환급금은 2014년 2446억원서 2015년 343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6년 1775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356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환급액은 1173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제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 과정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은 담합 등 여러 사건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제재를 남발하다  불복 소송서 패소하면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대림산업은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40억원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서 지난 8월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대림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49억82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해선 복선전철 공사는 총 사업비 3조8280억원이 투입되는 충남 홍성역서 경기 화성(송산)까지 89.2km를 잇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다. 공정위는 해당 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대림산업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SK건설, 현대건설이다.

이들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80억66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게 기존 69억7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부당행위 자진신고에 따라 과징금을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49억8200만원을 과징금을 내렸다.

기업 행정소송 패소로 돌려준 과징금
최근 4년간 1조1000억…이자만 800억

하지만 대림산업은 공정위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림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공제해야 할 부분을 포함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해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입찰담합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관급자재비·폐기물처리비·문화조사비는 본질적으로 공사 도급계약에 따른 매출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비용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과징금의 기본 산정기준인 계약금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대림산업과 함께 담합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SK건설과 현대건설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재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는 재계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관한 소송서도 졌는데 재벌 개혁의 제약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용석)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부당하며 낸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재계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제재였던 만큼 눈길이 쏠렸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제재를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간 거래서 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자회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준 이익이 과다했다는 입증을 공정위가 해야했지만 이 부분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등의 맥락에서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부당성에 대한 증명은 공정위가 해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거래 규모나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사익을 편취해 경제력 집중의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등이라면 부당한 이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와 유사한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제동이 걸린 셈이다.

지나친 때리기
경영활동 위축

이 같은 점에서 하림과의 행정소송서 진 것은 아쉽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사료값 담합으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은 하림 지주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서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를 비롯해 11곳 사료업체들이 2006년10월∼2010년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이들 업체에 과징금 773억원을 내렸다.

이에 이들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공정위와 달랐다. 당시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공정위가 담합을 모의했다고 판단한 제조업체 모임에 업체 관계자 뿐 아니라 수요 업체 관계자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어 가격인상 등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당시 패소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하림그룹은 승계 과정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공정위의 패소로 하림그룹에 대한 검증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하림그룹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하림이 사육농가와 맺은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했다고 보고 과징금 7억9800만원 부과 명령을 내렸다. 하림 측은 반발했다. 보도자료를 내고 조사과정서 충분히 소명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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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정위와 하림측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외국계 기업에게도 쓴맛을 봤다. 공정위는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부품 입찰에 참여한 외국계 기업 덴소가 담합을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이 덴소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덴소와 미츠비시가 2009년 공급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높게, 할인율은 0%에 가깝게 제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6년 덴소에 41억원, 미츠비시에 82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덴소는 처분시한이 지났다며 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덴소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덴소에 대한 처분은 개정전 규정에 의한 처분시한을 넘겨 발령됐다”며 “처분시한을 연장한 개정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독일계 기업에게도 한방 먹었다. 공정위는 독일계 기업 셰플러코리아에 지난 2015년 담합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1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고법서 패소하면서 머쓱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셰플러코리아는 시판용·철강설비용·소형직납용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을 베어링 업체들과 담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담합행위가 2006년 1월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베어링을 제조 또는 수입·판매하는 한화가 1999년부터 국내 업체들과 제품 가격의 유지 및 인상에 대해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2006년 1월쯤 공동행위를 종료해 5년의 처분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다. 이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 베어링 가격 변동을 보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 횟수, 인상 폭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해양에게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판정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블록 조립과 선박 파이프 제조를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부당하게 대금을 줄였다고 판단하고 35억8900만원의 하도급 대급 지급 명령 및 3억85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반발하면서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뚜껑을 열자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에 판정승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1월 선고를 내리면서 “시간당 임금은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을 인하한 부분만 고려해 하도급 대금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공정위의 처분은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지급명령과 과징금 부과 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도급 대금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수준보다 낮아졌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작업시간만을 기준으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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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이 계속되던 골프존에 대한 헛스윙도 아쉽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업주들에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할 때 프로젝터를 묶음 상품으로 끼워팔았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골프존이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부과한 과징금 48억9400만원에 대해서 대법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난해 최종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주목을 끈 파마킹과의 소송전 역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파마킹이 14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파마킹이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해 전국 병·의원에 약 140억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갈길 바쁜 
적폐 청산 발목

파마킹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법은 파마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마킹이 자진 시정을 결의·실행해 경쟁질서 회복과 관행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위반행위로 인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대표이사가 실형을 복역했고, 고객유인 행위 재발을 방지할 확실한 동기를 가지게 됐으므로 자진시정 감경을 하지 않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처분이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에는 다단계 업체 카나이코리아에 패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카나이코리아가 다단계 판매원에게 등록이나 후원수당 지급 조건으로 605만원 이상을 경우에만 후원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만원, 과징금 2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카나이코리아가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공정위가 패소했다.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간 것.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내용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공정위는 또 한번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공정위가 군대 급식 납품 담합으로 제재를 내리면서 화제가 됐던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싱겁게 끝났다.

너무 나간 제재에 ‘다시’
공소시효 만료로 ‘굴욕’

공정위는 동원F&B 자회사 동원홈푸드가 방위사업청이 2009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발주한 입찰서 경쟁하던 9개 업체 등과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들러리, 입찰 조건 등을 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동원홈푸드를 비롯해 4개 기업을 고발하고 과징금 153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동원홈푸드는 13억6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동원홈푸드는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원고 승소 선고를 내리면서 공정위의 군납비리 청산 작업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의 담합 혐의 형사 고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나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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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 “동원홈푸드가 태림농산으로 하여금 군납 식품의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협의했거나 낙찰가격 정보를 알려주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태림농산 대표 윤씨의 동원홈푸드 가담 경위에 관한 진술은 윤씨의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다”며 “윤씨가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서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진술을 했을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경고
추락하는 권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소송서 패소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며 “공정위의 제재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소송서 패하면서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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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