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

“걷자, 그러면 치매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걷기’가 운동의 영역으로 들어온 건 불과 10여년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걷는 행위를 두고 운동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는 걷기를 운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최근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걸음 속도로 치매를 조기 예측하고, 걷기 운동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대국민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성기홍 박사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치매는 ‘세상서 가장 슬픈 병’으로 불린다. 주변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잊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의 고통은 극심하다. 치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을 통해 돌봄의 주체를 국가로 확대했다.

치매 환자↑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이미 치매에 걸린 환자와 보호자에 집중돼있다. 치매 예방이라는 선제적 조치가 빠져 있는 셈이다. 성기홍 박사는 이 부분에 착안, 치매를 조기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성 박사는 “30년 동안 우리나라 걷기 문화를 앞에서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3년 전부터 걷기의 마지막 결정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논문을 읽다 치매 문제에 다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서 성 박사를 만났다. 1988년부터 30년 동안 걷기에 매진한 그는 국내외 걷기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청받는 걷기 전도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그 길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1987년 스포츠 신문 인턴기자로 활동하던 성 박사는 한글학자 고 한갑수 박사를 만나게 됐다.

당시 한 박사는 한국보행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아이들을 바르게 걷게 하자, 많이 걷게 하자, 건강하게 걷게 하자’를 목표로 삼았다. 이 만남 이후 성 박사의 인생은 걷기라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해 9월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히가시마쓰야마시서 열린 ‘일본 3데이 마치’ 대회는 성 박사가 걷기 운동에 몰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일본 3데이 마치는 20㎞, 30㎞, 40㎞, 50㎞ 등 체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해 걷는 대회”라며 “당시 참가비가 3000엔(3만2000원) 정도였는데 하루에 5만명씩 몰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설명했다. 일본서 걷기에 대한 열기를 확인한 그는 국내에 걷기 문화를 정착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30년간 걷기 연구
처음엔 외면받아

하지만 국내 사정은 일본과 달랐다. 성 박사가 걷기 운동에 대해 말을 꺼낼라치면 “걷기가 무슨 운동이야” 등의 핀잔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이 같은 반응은 성 박사가 KBS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 팀과 만나 만든 파일럿 프로그램 ‘걷기도 운동이다’ 편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반전됐다.

특히 2003년 방송된 ‘걷기 혁명 530’은 국내에 걷기 붐을 일으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걷기를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필수운동으로 보고 ‘530걷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주일에 5일, 1회에 30분 이상 걷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이후 파워워킹, 마사이족처럼 걷기, 하루 1만보 걷기 등 걷기 운동법이 물밀 듯 쏟아졌다.

성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걷기를 예측과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치매 걷기 연구소(6th Vital Sign Lab)’가 전초기지다. 6th Vital Sign은 여섯 가지 생체 신호를 의미한다.

성 박사는 “우리 몸에는 체온, 혈압, 심장박동, 호흡수, 통증 등의 생체신호가 있다. 여섯 번째가 바로 걸음 속도”라며 “걸음 속도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박사에 따르면 걸음 속도로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파악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은 ‘깜빡’ 하는 것이지만 경도인지장애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치매로 발전한다. 다시 말해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발견, 치료에 들어가면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

성 박사는 “치매는 일반적으로 65세 전후로 나타난다. 치매 환자는 본인이 모를 뿐 50세부터 이미 발병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초기 5년은 무증상 상태로 병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50세부터 걸음 속도가 느려지는데, 노화의 경우 완만하게 느려지는 데 반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걸음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기준은 평균 걸음속도인 1초당 1m다. 즉 1초에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현저하게 느릴 경우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판단할 때 초시계를 들고 환자에게 걸어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병원을 찾아 초시계를 들고 자신의 걸음속도를 측정할 수는 없다.

걸음 속도로 치매 예측
치료 역시 걷기가 최고

그래서 성 박사는 개인이 자신의 걸음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디멘시아 워처(Dementia Watcher, 치매 관찰자)’를 개발했다. 메모리칩이 삽입된 신발을 신고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동기화시키면 된다. 그러면 하루 동안 이용자의 걸음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기록된다. 걸음 수는 물론 걸음 속도, 발 각도, 보폭, 몸 전체의 균형 정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은 3일, 1주일, 월 단위로 누적된다. 그래프는 다섯 단계(매우 좋음-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를 색깔별로 나눈 배경화면에 그려진다. 성 박사는 “월 평균 기록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월 평균 기록이 3개월 정도 레드존(나쁨)에 걸리면 뇌에 이상이 왔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 박사는 이번에도 걷기를 답으로 내놨다. 하루에 30분씩 걷되 빠른 속도로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걸으라고 주문했다. 또 보폭을 크게 하거나 박수를 치는 등 걸을 때 동작을 크게 하는 것도 인지장애 극복에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산이나 바다, 숲에서 스틱 등의 도구를 이용해 걸으라고 덧붙였다.


성 박사는 걸음 수보다는 걸음의 질에 집중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40대 이후부터는 많이 걷는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며 “걸음 수보다는 걸음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국민 보급

성 박사의 목표는 디멘시아 워처와 메모리칩이 삽입된 신발을 전 국민에게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현재 등록된 치매 환자는 75만명이다. 등록되지 않은 환자까지 합치면 1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며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설마 내가 치매에 걸리겠어’라고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매 환자에 드는 비용은 1년 동안 1000만∼3000만원에 이르는데, 디멘시아 워처의 보급으로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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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