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잇딴 악재에 골머리 사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3: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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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시대 계획 전후로 삐걱삐걱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역과 함께하는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잇따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인확인절차 무시 출금, 제 식구 감싸기, 대출 한도금액 초과 불법 대출, 과장광고, 설립인가 취소처분 등 머리가 아플 만도 하다. 특히 지난달 신종백 새마을금고 회장이 새마을금고 49주년 기념식을 갖고 "새마을금고 100조 시대를 열 것"이라며 새로운 각오를 내비친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1일 안동지청(지청장 조재연)은 한도를 넘은 금액을 불법으로 대출해 안동중앙새마을금고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법상 배임, 새마을금고법 위반)로 금고 이사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불법 대출로 인해 새마을금고가 입은 손실은 연체이자를 포함해 17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도초과 불법대출

이들은 대출자 6명에게 6억원씩 빌려준 것으로 서류를 꾸미는 방법으로 36억원을 몰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5일 창립 49년을 맞이한 새마을금고가 과장광고를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새마을금고는 창립기념일 하루 전날 대부분의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는데 "새마을금고는 2배 더 안전합니다!" "예금자보호제도로 한 번! 지불준비금제도로 또 한 번!"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문제는 새마을금고가 말하는 예금자보호제도를 모든 금융회사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불준비금제도도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를 대비해 일정 금액을 예치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새마을금고만의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이 때문에 "2배 더 안전하다"는 광고문구가 과장광고라는 지적이 나온 것.

이에 앞선 15일에는 인천시 남구 한 새마을금고가 타인 명의의 예금을 제3자에게 불법 인출해 준 일도 발생했다.(본지 6월10일자 보도)

정기예금은 본인 이외에 인출이 불가능 하지만 해당 새마을금고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동거남 명의의 정기예금 7000만원과 그의 자녀 명의의 정기예금 4000만원을 사실혼 관계의 A씨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인출해줬다. 이 일은 다음 날 지병을 앓고 있던 동거남이 사망하고 그의 자녀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해당 새마을 금고를 찾아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번 일로 새마을금고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사망한 동거남의 자녀들이 "새마을금고가 내사를 벌인다는 목적으로 비리에 연루된 금고 직원들을 감싸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물론 새마을금고 측 관계자는 "중앙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해 감정이 격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지만 새마을금고로서는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타인에게 정기예금을 인출해준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인정한다"면서도 "피해변제 등 보상을 새마을금고 측에서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그 결과에 따를 예정이다"고 말했다.

본인확인절차 무시 출금 '제 식구 감싸기' 의혹
요건 못 갖춘 새마을금고 설립인가 취소 정당

청주시와 청주새마을금고의 설립인가를 둔 법정 다툼도 새마을금고가 패소했다. 지난 3일 청주지법 행정부(부장판사 최병준)는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되던 청주새마을금고에 대한 청주시의 설립인가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새마을금고법은 금고 회원 수를 100인 이상으로 하고 있는데, 청주새마을금고 설립 당시 회원 중 21명은 이사장에게 명의만 빌려준 점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설립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설립인가를 받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2007년 6월 이사장 교체 명령을 내리자 7개월 뒤 이사장을 교체한 것처럼 꾸민 뒤 전 이사장에게 실질적인 업무를 맡기는 등 임원개선명령을 불이행한 점도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일정지역을 거점으로 운영되는 새마을금고는 성격상 지역 세력과 유착해 불법 대출이나 부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고, 그 부실에 따른 피해는 결국 일반 회원들과 예금자들에게 귀속될 수 있으므로 새마을금고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운영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를 엄격하게 감독·관리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청주새마을금고는 2006년 3월 설립될 당시 출자금과 출자자 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청주시가 지난해 11월9일 설립인가를 취소하자 다음 달인 12월21일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과장광고 구설수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올해 창립 49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새마을금고의 자산 100조원 시대와 백년대계를 위해 탁월한 비전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경옥 행정안전부 차관보도 "새마을금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서민 금융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잇따른 악재에 끝없이 삐걱대고 있다. 이점을 미뤄보면 이들이 '온 국민이 사랑하는 새마을금고'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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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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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