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손에 쥔 김택진 둘러싼 소문과 진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3: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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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진출설 모락모락 "제2의 안철수 되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자신의 지분 일부를 넥슨에 매각, 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가운데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과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김 대표가 게임산업에서 떠난다는 소문부터 부동산사업 진출설, 정계 진출설, 다음 커뮤니케이션 인수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인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이사가 8일 넥슨에게 321만8091주를 매각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이로써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한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218만8000주(9.99%)를 보유한 김 대표는 2대 주주가 됐다.

김택진 대표 속내는?

넥슨은 지분 거래 과정에서 지주회사격인 NXC(넥슨홀딩스)가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해외자회사인 넥슨 일본법인을 통해 지분을 사들였다. NXC의 현금 자산 1조8000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주식매입 대금은 김 대표에게 현찰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게임·IT산업의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엔씨소프트와 넥슨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세계 게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식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지분 매각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경영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주식을 시세보다도 싸게 넘겼기 때문이다. 매각 가격은 주당 25만원으로 8일 종가 26만8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증권가에서는 차기작 출시 이후 올해 안에 주가가 40~5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더욱이 엔씨소프트가 오는 21일 5년간 5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차기작 '블레이드&소울'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시점의 대규모 지분 매각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김 대표가 손에 쥔 지분 매각자금 8000억원의 거금이 어디에 쓰일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표가 몸을 담고 있는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까지 그의 행보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가장 큰 집중을 받고 있는 사안은 김 대표의 정계 진출설. 김 대표는 IT업계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슈퍼스타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기간 동안 모든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고 직접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에 들러 조문을 하는 등 중도좌파적 행보를 보여 왔다.

차기작 오픈 앞둔 급작스러운 지분 매각 '미스터리' 
"함께 걸어갈 친구가 생긴 것…경쟁위해 힘 합쳐야"

또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김 대표가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인데다 젊은층에서는 인기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정계의 러브콜을 받은 안 원장과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 김 대표와 안 원장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판교에 사옥을 건립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삼성동의 경암빌딩을 1380억원에 매입하는 등 관심을 보여 왔다.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이 부동산 투자자문사 저스트알의 최대주주로 있기도 하다.


지난 2009년 불거졌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 소문도 다시 등장했다. 김 대표가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들어 이재웅 다음 창업자를 비롯한 관계자 지분 16.3%를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내용인데 이 때문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 다음의 주가가 장중 13.71%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후 이재웅 창업주가 반박하는 뉘앙스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상승폭은 5%대로 줄어들었다.

반면 김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예상되고 있다. 김 대표가 대주주 위치에서만 물러날 뿐 엔씨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김 대표와 김정주 NXC 회장이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로 20여 년 동안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는 점도 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원활한 전략적 제휴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김 대표가 밝힌 지분 매각 이유와 맞아 떨어진다.

이렇듯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메일에서 "지난 8일 (지분 매각)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놀라고 궁금해 했을 것"이라며 "우선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 꿈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고개든 '다음 인수설'

김 대표는 이어 "다만 그러한 길을 걸어가는 데 함께할 친구 같은 회사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게임업계에 계속 남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김 대표가 구단주로 있는 NC다이노스는 지난 12일 2013년 정규리그 참가 팀 명칭을 'NC다이노스'로 확정, 발표했다. 김 대표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팀 명칭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을 일축한 것이다.

NC 측은 "NC다이노스의 구단주 및 팀 명칭, 구단 정체성의 변화는 없다"며 "기존의 다이노스 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퓨처스리그 잔여경기를 통해 기존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국내외 우수선수 발굴, 영입에 최선을 다해 2013년 기존 구단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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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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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