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VS LS산전 기술유출 진실공방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11 17: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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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맨'이 'LS맨' 된 까닭은?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2010년 4월 LS산전이 HVDC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두 달 후인 2010년 6월 A씨는 27년을 몸담은 효성을 나와 LS산전에 새 둥지를 틀었다. A씨는 효성의 기술부문 고위임원이었다. 효성은 A씨가 업무기밀을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물론 LS산전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삼성과 LG가 아몰레드 기술유출 여부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불거진 효성과 LS산전의 공방전도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효성 전 고위임원이 경쟁회사인 LS산전으로 소속을 옮겨 수사 받고 있는 사건을 두고 두 회사가 기술유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효성 전 임원 A씨를 부정경쟁방지와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는 지난 4일 오후 기각됐지만 효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6월 효성을 퇴사한 A씨가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HVDC(초고압직류송전)사업, STATCOM(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등에 관한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LS산전이 A씨를 영입해 이를 활용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절대 묵과할 수 없다"

또한 "이는 산업계에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로 규탄을 받아야 한다"며 "LS산전의 고위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효성은 "올해 HVDC의 국내 시장규모를 약 5000억원, STATCOM의 규모를 400억원으로 각각 추산하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손해액은 최대 7000억원 수준이고, 7~8년 후 손해액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특히 A씨에 대해 "전직 및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과정에서 자신의 고교 동창인 경쟁사(LS산전) 부회장을 비롯해 고위임원들과 전직 전부터 집중적인 통화를 했다는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나타났다"며 "A씨는 효성이 해외 석·박사 유학 등을 적극 지원하는 등 오래 전부터 집중 육성한 인력인 만큼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은 현재 LS산전 측에 최고경영진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관련 인력들에 대한 인사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LS산전의 주장은 다르다. LS산전은 "효성 퇴직 후 당사와 계약을 맺은 임원이 있다는 사실 외에는 효성 측이 자료를 통해 주장하는 영업비밀 유출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확정도 되기 전에 언론보도를 한 것은 수사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언론플레이가 아닌지 그 의도가 의심된다.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석연찮은 당사자 A씨 행보, LS산전 고위직과 고교 동창
효성 "7000억 피해" LS산전 "사실무근, 법적대응"

효성과 LS산전의 공방은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A씨의 행보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A씨는 지난 1983년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연구담당 직원, 연구소장, 최고기술경영자 등을 역임하면서 27년간을 효성에 몸담아 온 '효성맨'이다. A씨는 효성의 기술개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괄적으로 관리해왔다. 그런데 A씨는 지난 2010년 6월 갑작스럽게 효성을 퇴사하고 LS산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A씨는 구자균 LS산전 부회장과 고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출 의혹이 불거진 기술 중 HVDC는 효성이나 LS산전 모두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는 사업인데 LS산전은 지난 2010년 4월 HVDC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시장 진출 선언 후 사업이 자리를 잡아나가는 시점이 A씨가 LS산전에 입사한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 LS산전은 "효성이 기술유출이라고 주장하는 사업은 모두 LS산전이 A씨를 영입하기 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LS산전은 2008년 초고압 변압기에 본격 투자를 시작했고 2010년 3월 부산에 전용 공장을 완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HVDC의 경우 LS산전이 이 분야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생산공장도 없는 효성으로부터 우리가 어떤 기술을 빼왔다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LS산전은 이어 "A씨는 정식 퇴사일인 2010년 6월보다 훨씬 전부터 내부적 사정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었고 그 무렵 적지 않은 임직원들이 비슷한 사정으로 그 회사를 나와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미 퇴사한 사람을 계약직으로 영입한 것인데 이제 와서 영업비밀과 기술 유출 등의 혐의를 씌워 경쟁사를 비방하는 것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LS산전은 본 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관련 사항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했으며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혐의가 진실이 아님을 밝혀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신청 기각

최종웅 LS산전 사장도 효성 측의 주장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최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 근거 없이 기술유출이라는 음해를 통해 기술자 한 사람을 고립시키고 바보로 만드는 소모전은 과거의 경쟁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토사구팽한 사람을 기술유출을 했다고 하고, 그것도 그 사람의 전문영역도 아니고 자신들의 엉뚱한 기술을 마치 관련 기술인 것처럼 언론플레이 하는 행위는 페어플레이가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HVDC는 기존 교류전송 방식에 비해 전력 손실이 적어 원거리 대용량 송전에 탁월한 장점을 가진 송전시스템이다. HVDC는 송전거리에 제약이 없고 전자파 발생을 줄일 수 있어 한전에서도 8대 녹색기술로 선정한 바 있고 해외에서는 이미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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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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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