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불법 예금인출 사고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11 17: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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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쩍~ 어물쩍~ 1억1000만원 "옛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믿고 맡겨놓은 돈을 은행에서 타인에게 불법 출금해줬다면 당한 사람은 어떤 기분이 들까? 황당하고 어이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인천 모 새마을금고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동거남과 그의 자녀 명의의 예금을 사실혼관계인 A씨가 불법 인출해 간 것. 타인 명의 예금을 인출하겠다고 생각한 A씨도 문제지만 본인 확인절차를 무시하고 1억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불법 출금해 준 새마을금고는 중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동거남 B씨와 사실혼관계에 있던 A씨는 15일 인천시 남구 한 새마을금고에서 B씨 명의 정기예금 7000만원과 그의 자녀 명의의 정기예금 4000만원을 인출했다. 인출한 돈은 모두 자신 명의로 예치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

정기예금은 본인 이외에 인출이 불가능하지만 해당 새마을금고는 A씨에게 총 1억1000만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인출해줬다. 신분증 등을 통한 본인 확인절차는 무시됐다.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지병을 앓고 있던 B씨가 사망했고, 그의 자녀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해당 새마을금고를 찾았을 때 이미 통장은 비어있었다.

새마을금고 측은 처음에는 자녀들 명의의 예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뺌부터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자녀들이 새마을금고 측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나서자 그때서야 자녀들 명의의 예금 4000만원이 존재했고 이를 A씨에게 인출해줬다고 인정했다.


본인 확인절차 무시 인정, 보상여부는 소송결과 따를 것
동거남·자녀 명의 거액 예금 불법 출금 재산분쟁 휩싸여

B씨 자녀들은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을 예정이고 소송 진행과정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은행에서 본인 확인도 없이 1억원이 넘는 거액을 타인에게 불법으로 인출해 준 것은 새마을금고가 A씨와 짜고 아버지의 재산을 빼돌렸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마을금고는 자신들의 실수는 인정했지만 피해변제 등 보상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타인에게 정기예금을 인출해준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인정한다"면서도 "피해변제 등 보상을 새마을금고 측에서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그 결과에 따를 예정이다"고 말했다.

B씨의 자녀들이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금고 비리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 게시글은 "저희에게 닥친 일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상황이다"고 주장해 언론과 누리꾼의 관심을 끌고 있다.

B씨의 자녀들은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돈을 내어주겠다고 두 번이나 얘기하고는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다"면서 "그러고는 직원들을 보내 A씨 통장을 봤다면서 그 돈은 A씨 돈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녀들은 이어 "1억 넘는 돈을 현금으로 주고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수표와 계좌를 추적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자녀들 "새마을금고가 비리 직원 감싸고 있다" 주장


또한 "A씨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말씀을 못하신다고 아버지 지인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생활근거지가 그곳인 동생들을 패륜아로 만들고 있다"며 "맏이인 내가 이 상황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어 48장에 이르는 문서를 작성했다. 집안문제라 창피해서 지금이라도 진실만 규명해주면 덮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새마을금고중앙회 소속 모 차장검사가 비리에 연루된 금고 직원들을 감싸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라는 금융집단에서 밀어붙이는 거대한 돈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검사팀 관계자는 "A씨가 20년 이상 거래를 이어왔고 B씨와 당연히 부부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본인확인이 무시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해당 새마을금고에서 1억1000만원이 애초 A씨의 예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나와 봐야…

B씨의 자녀들이 포털사이트에 올리고 있는 게시글에 대해서는 "(B씨의 자녀들이) 말하는 차장검사는 검사가 아닌 중앙회 검사팀 차장일 뿐이다"며 "중앙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해 감정이 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검사팀에서는 그러한 의혹을 받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자녀들이 요구하는 피해 보상은 A씨와 해당 새마을금고, 그리고 자녀들이 주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것이다"며 "소송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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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