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말 둑 터진 '4대강 게이트' 실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12 10:34:00
  • 댓글 0개

국민 혈세 1조원 서로 짜고 빼먹고 봐주고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이 정권 말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8개 건설사가 서로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혈세 1조원을 빼돌린 것이 적발됐고,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 사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고 건설노조가 4대강 참여업체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하면서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업체의 감독 공무원 뇌물수수 수사를 비자금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전원회의를 열고 19개 건설사가 4대강 사업에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19개 건설사 가운데 상위 8개사에 과징금 1115억4100만원이 부과됐는데 이는 애초 계획한 1561억원보다 약 28% 낮춘 금액이다.

“조사 협조했다”
형사고발조치 철회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해당 건설사들은 담합 사실을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본 업체 간 협의체는 4대강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변경되기 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던 '한반도 대운하사업'의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었다는 것.

여기에 4대강 공사 시 난공사 구간이 많았고 잦은 홍수와 정치적 갈등에 따른 공사 지연, 세굴 현상 등에 따른 보수보강 공사로 건설사별로 최대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장 높은 과징금을 받은 건설사는 대림산업으로 225억4800만원을 받았다. 이어 현대건설은 220억1200만원, GS건설 198억2300만원, SK건설 178억5300만원, 삼성물산 103억8400만원, 현대산업개발 50억4700만원, 포스코건설 41억7700만원순이다.


MB정권 최대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 시작
대통령 친·인척 사업 비리 연루 의혹 제기

담합을 주도하지 않은 금호산업, 쌍용건설, 한화건설 등 8개 건설사에는 시정명령을, 롯데건설, 두산건설, 동부건설 등 3개사에는 경고조치를 내렸다.

4대강 공사 15개 구간의 낙찰금액은 총 4조1000억원으로 예정가의 93%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쟁 입찰의 낙찰가율이 65%선에서 결정되는 것에 비하면 4대강 공사비가 1조원 가량 더 들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가 8개 건설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전체 낙찰금액에 3%에 해당할 정도로 미미하다. 여기에 공정위는 형사고발조치까지 철회했다. 애초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6개사 담당임원을 고발키로 했지만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철회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수십년간 공공공사에서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원인은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적발 시 부과되는 과징금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의 핵심 토건사업인데 공정위의 탕감된 과징금 부과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공정위의 '솜방방이' 대응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공정위의 4대강 담합 제재가 담합 의혹이 제기된 지 2년8개월 만에 이뤄져 늑장 처리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해당건설사 담합 부인
강한 반발 나서


2009년 10월8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6대 대형건설사들이 2009년 5~7월 서울 호텔과 음식점 등에서 수차례 회의를 열어 1차 사업 15개 공구를 1~2개씩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2009년 10월 중순 바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정호영 전 공정위원장은 2009년 11월11일 국회 답변에서 "담합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지만 이틀 뒤인 13일 공정위는 "정 위원장의 말은 와전된 것이다"며 말을 바꿨다. 당시 청와대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만 김석호 공정위 카르텔국장이 2010년 2월 국회에서 "건설사들을 세 차례 조사했다"고 말했고 정 위원장도 같은 해 10월 "담합 의혹을 모니터링 중이다"고 밝히는 등 조사가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정 위원장의 후임인 김동수 위원장도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담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고 9월에는 조사가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건설사에 대한 제재는 지난 5일에야 이뤄졌다.

이석현 의원은 조사가 늦어졌던 점에 대해 "공정위가 청와대의 말에 왔다 갔다 하면서 정략적으로 시간을 끌어온 탓"이라고 주장했다. 최승섭 경실련 간사도 "이제 공사가 다 끝났고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임기 내에 털고 가자'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해당 건설사가 많은데다 협력업체, 설계회사, 식당까지 점검했기에 조사 기간이 많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많든 적든 공정위가 현 정권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8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4대강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낙동강 칠곡보 건설을 맡았던 시공사와 관리·감독을 맡은 공무원 사이에 벌어졌던 뇌물거래가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SK건설 등 8개사 나눠먹기 들통
건설사 담합 2년8개월 조사 끝에 쥐꼬리 과징금

대구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26일 낙동강 칠곡보 건설을 맡은 A사로부터 공사감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부산국토관리청 6급 공무원 이모씨 등 공무원 3명을 구속했다. 또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 40여억원을 조성한 A사 임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8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공사가 공사 진척도에 따라 받는 기성금 수령을 위해서는 현장점검을 담당하는 국토관리청의 '도장'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은 이 도장값을 시공사 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공사 점검기간뿐만 아니라 휴가·명절 때에도 돈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중하위 공무원이 사법처리 된 것으로 검찰이 진행하는 4대강 비리 수사의 시작에 불과하다. 건설업계와 포항지역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대통령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4대강 사업자 선정 과정에 현 정부 실세들이 영향력을 행사했고, 특정 학교 출신 인사들이 사업권을 줄줄이 따냈으며 이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이 오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낙동강 비리 수사
4대강으로 번지나

실제로 낙동강 공사구간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들이 대표로 있는 중소업체 7곳이 대기업 컨소시엄에 포함돼 공사지분을 확보하고 공동도급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등의 배후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도 4대강 사업에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안동지청이 이 대통령 손윗동서의 막내동생인 황모씨를 불구속 기소한 사건이 그것인데, 황씨는 2010년 10월 대통령과 특수관계임을 내세워 4대강 사업 하도급공사 수주, 공기업 취업 알선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 3명에게서 26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의 형인 황태섭씨는 김윤옥 여사의 둘째언니 남편으로 과거 이 대통령 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작년 3월엔 이 대통령의 사촌형 이모씨와 두 아들이 4대강 사업권을 미끼로 건설업자에게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피소돼 수사를 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검찰은 "사기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4대강 사업을 통해 돈을 벌려고 했던 점은 인정됐다.


검찰 전면 내사
감사원 감사 착수

검찰은 이미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한 전면 내사에 나섰고 감사원도 최근 감사에 착수했다.

민주통합당도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비자금, 측근 관련 혐의를 밝혀내겠다는 기세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6일 "지난 2009년 이석현 의원이 제기했던 4대강 사업 입찰 참여 건설사의 담합 혐의가 드디어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하면서 "반드시 4대강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추악한 비리와 부정, 환경 재앙의 산물인지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