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1년전 '산사태 났던' 우면산 가보니…

향촌마을 사람들은 빗소리가 두렵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작년 여름, 강남에 실로 엄청난 집중호우가 퍼부었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거센 폭우는 강남 일대를 강타했고 이 일대 으리으리한 집과 비싼 자동차 등이 허무하게 쓸려나가고 잠겼다. 우면산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무고한 목숨도 여럿 잃었다. 당시 '천재지변이다' '인재다'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을 못하고 주춤거리다 겨우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또다시 장마의 계절이 오고 올해는 특히 여름이 한 달 빨리 오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우면산 일대는 어떻게 됐을까. 그 현장으로 가봤다.

따가운 햇볕과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내리던 5월 말,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우면산 공사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차보였다. 우면산 앞 방배동 주택가는 누가 봐도 사고현장 모습을 띄고 있었다.
아직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흙으로 뒤덮여 있는 길은 사람들이 주의를 하지 않고 걸으면 다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게다가 나란히 연결된 주택 대문 앞에는 수많은 돌덩이와 공사 중에 생기는 불순물 등이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쌓여있었다.

울퉁불퉁 흙으로 덮인
주택가, 안전성 결여

또한 아무리 손을 내저어도 피부를 덮는 헤아릴 수 없는 먼지세례는 그 곳을 지나치기 싫을 정도로 혐오감을 줬다. 주민들은 이미 이런 일에 적응이 된 탓인지 귀를 따갑게 하는 소음과 어수선한 동네 분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할 일에 몰두했다.

우면산 공사로 인한 불편한 점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바쁘다"라는 짧은 한 마디만 남긴 채 걸음을 재촉했다. 우면산 현장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이전에 정자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부부에게 다가갔다.

방배동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모씨는 "밤낮으로 지속되는 공사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며 "동네를 뒤덮는 먼지와 소음은 임신부인 아내에게 치명적인 불편을 끼친다"고 걱정했다.

향촌마을의 한 빌라단지를 책임지는 경비원을 만나 더 자세한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시청과 구청의 늦장 대책으로 4월 말께 끝났어야 했던 공사가 아직까지 그 구도를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난장판을 만들어 놨다"며 "단지내부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서 손을 쓸 수 없을뿐더러 새벽에도 계속되는 공사로 소음이 말도 못하다"고 주민들을 대신해 불만을 토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정모씨는 "공사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 장마철이 올까봐 걱정된다. 요즘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불안해서 집에 있기가 무섭다"며 복원공사 진행속도에 혀를 찼다. 


공사 소음으로 잠 못자
빗소리 들리면 불안해져

반면 쉼 없이 속개되는 침수방지공사에 안심을 하는 주민도 있었다. 최모씨는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성실히 일하는 공사 관계자들이 정말 대단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안심이 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산사태와 침수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를 꼬집어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우면산을 바라보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면산 가운데 표면은 마치 바리깡(?)으로 밀어놓은 것처럼 민둥산의 느낌이었고 이곳저곳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것이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언급했던 "자연경관을 무자비하게 훼손했다"는 의미였나 싶었다.

그 위 이층으로 세워져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이번 복원공사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자는 그에게 명함을 건네며 복원공사에 대해 "어디까지 진행 됐냐" "산사태를 막기 위한 배수공사는 어떻게 해왔냐" 등을 물었다.

장마철만 다가오면 떠오르는 악몽 재현되나
주민들 불안 가중…공무원들 탁상행정 논란

그러나 그는 마치 자신이 듣지 않아야 될 말을 들은 것처럼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대신 그는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고 연락처를 가르쳐줄테니 이 쪽에 전화해보라"며 해당 관공서의 부서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다.

연락처를 받아 적은 후 우면산 윗자락을 둘러보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 역시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자연 경관을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자는 공사현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문득 '과연 이 작업이 정부가 약속했던 6월 말까지는 완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올 여름은 이상 기후로 인해 작년보다 한 달 빨리 찾아와 장마도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았기 때문에 우면산 복원공사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담당자에게 '우면산' 이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그의 목소리 톤은 확 가라앉았다. 마치 '올 것이 왔구나'라는 톤으로 말하는듯 한 느낌을 줬다.   

기자가 그에게 "복원공사는 어디까지 진행 됐냐"고 묻자 그는 "주요 구조물은 거의 마무리 된 상태고 뒷정리가 조금 남아서 5월 말까지 끝내야만 했던 공사가 한 달 정도 미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뒷정리란 주택단지의 하수처리를 위한 배수로 공사를 지칭하는 것이다.

복원은 거의 마무리단계
뒷정리로 한 달 미뤄져

더불어 아직 파악되지 않은 산사태 원인규명에 대해 물었다. 조금 민감한 질문이라서 그런지 "자세한 것은 모른다. 말씀 드릴 수 없다" "미팅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산사태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궁금증만 남기고 다음날 바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타 직원의 "팀장님은 이틀 연속출장으로 자리에 없다"는 대답을 끝으로 그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면산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물론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사고 후 2-3개월 동안 어물쩡(?)댈 것이 아니라 '제2의 우면산사태'를 막기 위한 원인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게으름으로 비롯된 탁상행정 때문에 아직도 확실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 했으며 되려 졸속공사로 인해 시민들의 마음만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 경관까지 훼손시키면서 허술하게 작업 한다"는 말이 나돌면서 시청과 구청에 대한 불신감만 가중시켰다.

한 전문가는 이 사태를 보고 "16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공무원 한명 없이 일부 공무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대로 누리며 공사를 밀어붙인다"며 현 공무원들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확실한 원인규명 안하는 서울시에 불만표출
“내 소관 아니다”며 여기저기에 책임 미뤄

한편 지난해 7월 부산 역시 시간 당 최고 100mm의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도심 13곳 이상이 물에 잠기는 대형침수가 일어나 부산 주요일대의 통행이 한 때 중단되기도 했었다. 또한 강원도 춘천지역도 다량의 폭우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경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매년 여름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불어 닥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같은 피해를 반복해서 입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급격히 변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도심 곳곳에 깔려진 아스팔트 도로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물이 빠지는 배수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면 그대로 물이 채워져 침수사태가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옛날 모습을 되찾겠다며 도로 중간에 인위적으로 물길을 냈지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배수통로를 설치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청계천은 빗물로 가득 차 원래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매해 반복되는 집중호우에 맞서 우면산 산사태와 침수 등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 복원을 할 때에는 원인을 먼저 찾아 재발가능성을 배척하고 공사작업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롭게 도로를 포장하거나 건축물을 세울 때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안전성을 고려한 설계 작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해야만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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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