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필드 위에 부는 '컬러열풍'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07 1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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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화려한 '색의 전쟁'…남녀가 따로 없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골프장에 때 아닌 '색의 전쟁'이 벌어졌다. 형형색색 의상은 기본이고 공, 클럽, 가방, 신발 등 각종 용품에까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총천연색이 등장한다. 골프장을 떠올릴 때 흰색 공에 검은색 클럽이란 선입견은 이제 금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골퍼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화려한 오렌지색이나 핑크색을 이젠 남성골퍼들도 주저 없이 선택하고 무리 없이 소화하기 때문이다. 그 트렌드를 <일요시사>가 따라가 봤다.  

요즘 골프계는 컬러열풍이 드세다. 골퍼들의 옷차림은 물론 각종 골프용품에서도 화려한 컬러가 붐을 일으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골프는 그동안 복장 규정이 까다로워 개성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옷과 클럽, 가방, 볼, 신발 등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컬러를 맘껏 뽐낼 수 있다.

프로들이 일으킨 컬러바람
일반 골퍼들에게도 열풍으로

프로선수들도 존 댈리의 엽기바지, 패셔니스타 이언 폴터 정도만이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핑크마니아 폴라 크리머와 버바 왓슨, 오렌지 컬러의 리키 파울러, 패션리더 김하늘, 안신애 등 프로선수들도 클럽과 의류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볼도 볼빅의 컬러볼이 등장한 이후 이제는 야간 라운드나 겨울 라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 젝시오의 4컬러 볼도 많은 골퍼들이 찾고 있으며, 캘러웨이도 에이펙스 컬러볼을 생산하고 있으며, 타이틀리스트도 컬러볼 라인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속 소재의 성질 그대로를 보여주던 골프클럽도 화려하게 바뀔 수 있다는 획기적인 시도 중 하나다. 지난해 코브라 푸마골프의 ZL드라이버와 테일러메이드의 R11과 버너의 하얀색 헤드는 클럽 변천사에 기록될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게다가 성능까지 우수해 프로선수들은 물론이고 아마추어골퍼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됐다.

테일러메이드는 올해도 신제품인 R11S와 로켓볼즈에 화이트 색상을 사용해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그러나 업계들의 노력이 화이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브라에서 새로 내놓은 앰프(APM)시리즈는 모델명을 모두 오렌지색으로 새겼다. 때마침 오렌지색 마니아인 리키 파울러(미국)와 올해 새로 용품계약을 맺으면서 국내에서는 출시되기도 전에 주목받았다. 앰프는 드라이버는 물론이고 아이언과 웨지까지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드라이버는 특히 색상에 따라 무게를 달리한 독특한 설계를 내세운다.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헤드의 오렌지 부분은 얇게 처리하고 블랙부분은 15g까지 무게중심을 더 심어 비거리와 탄도를 최적화했다. 화려하게 치장만 한 게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을 함께 배려한 점이 눈길을 끈다.

드넓고 푸르른 필드에 흑·백·오렌지·핑크까지 '총천연색' 

클럽, 볼, 옷, 골프화 등 각종 용품에 온갖 색을 입히다 

혼마골프는 '베레스 셀렉트 오더시스템'으로 무려 1800종류가 넘는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헤드가 14색, 샤프트가 12색, 그립이 11색이다.

특히 일부의 헤드, 샤프트에 채용되는 그라데이션 컬러는 일본 사카타공장 장인들이 밑바탕을 칠한 다음 바깥쪽부터 색을 입혀나가는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를 만들기 위해 5, 6겹의 덧칠과 도장을 해야 한다. 균일한 두께로 칠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도 숨어 있다.

아담스골프의 스피드라인 패스트12는 지난 모델인 F11과 차별화해 이번에는 회색 무광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클리브랜드의 2012년형 드라이버는 아예 이름을 '블랙'으로 지었다. 이름 그대로 헤드가 검은색이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모델 가운데 가장 가벼운 265g이다.

여기에 국산 샤프트로 세계적으로도 호평받고 있는 MFS의 클럽과 샤프트는 컬러바람에 크게 기여한 브랜드 중 하나다.

흰색과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던 골프화 역시 아쿠쉬네트의 풋조이 골프화 '마이조이'처럼 다양한 컬러가 골퍼들을 사로잡고 있다. 일상생활에도 신을 수 있는 에코골프화의 스트리트 시리즈도 인기다.


남자용 핑크 드라이버도 인기다. 버바 왓슨(미국)은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장타부문 1위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13.1야드에 이른다. 주말골퍼의 부러움을 살만한 왓슨은 올 시즌 헤드와 샤프트가 온통 핑크색으로 된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핑의 '핑크 G20'모델이다. 핑은 왓슨이 300야드 이상을 날릴 경우 300달러씩 자선기금을 적립해 6만1600달러를 모았다.

"핑크 드라이버면 어때!"
왓슨 우승 후 문의 폭주

왓슨은 올해 드라이버 평균 거리에서 316.9야드를 날려 1위에 올라 있다. 48회 드라이브샷 을 날려 이 중 37회 300야드를 넘겼다. 1만1100달러를 모금한 꼴이다.

사실 왓슨 정도의 장타자면 칠 때마다 300야드 이상을 날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무리 PGA투어 장타자라고 해도 300야드 이상을 치기가 만만치 않다. 올해 두 번에 한 번꼴로 300야드 이상을 친 선수는 19명뿐이다. 왓슨의 77% 확률은 경이적인 수치다. 300야드 이상 칠 확률 2위에 오른 제이슨 코크락은 67%로 뚝 떨어진다.

당초 이 모델은 남자 골퍼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튀는 색상 탓에 비호감 제품으로 분류돼 일반인 대상 판매를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왓슨이 4월 첫 주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핑은 5000개의 핑크 드라이버를 한정 생산해 6월 1일부터 출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소비자 가격은 430달러(약 49만원).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5000개를 한정 발매하며 한국에는 50개가 들어온다. 왓슨은 자선단체 기부를 위해 올 초부터 헤드와 샤프트까지 핑크색으로 칠한 드라이버를 썼다. 왓슨이 300야드 이상 드라이브샷을 때릴 때마다 핑이 300달러를 기부하고 왓슨도 돈을 낸다. 총 100만달러를 모아 미국 피닉스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일반인용으로 제작하는 핑크 드라이버의 판매금액 중 5%도 이 자선기금에 보탠다.

핑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의 마케팅팀의 관계자는 "한때 부정적인 반응이 많더니 왓슨의 우승 후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50자루를 수입해 40자루 정도를 판매한 뒤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판매가는 보통 G20과 같은 57만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왓슨의 우승으로 국내에서만 120억원의 홍보 효과를 봤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었다.

왓슨의 드라이버는 로프트 8.5도에 44.5인치 샤프트가 장착됐다. 샤프트는 무게를 늘리기 위해 헤드 쪽 부분이 스틸 소재로 돼 있다. 일반 판매용의 경우 오른손잡이용은 로프트 9.5도, 10.5도, 12도이며 왼손잡이용은 로프트 10.5도로 만들어진다. 여성용(로프트 12도)도 나온다.

배상문 블랙 드라이버도 화제
미국에선 살 수 없어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화제를 모은 또 하나의 드라이버는 다름 아닌 한국의 슈퍼 루키 배상문(26ㆍ캘러웨이)의 블랙 드라이버다.

배상문의 블랙 드라이버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미국 골프용품사인 캘러웨이 제품이지만 미국에서는 사려고 해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배상문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레가시 블랙으로 헤드는 검은색이고 페이스는 단조 티타늄으로 된 전통적 형태의 클럽이다. 하지만 판매는 아시아와 호주에서만 이뤄진다. 미국 본토에서는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이유다.

배상문이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고,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공동 2위를 차지하자 이 드라이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료출처 : <월간골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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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