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7)

세상모르고 자던 범인, 불청객 등장에 ‘헉’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감적으로 느껴진 범인 거처, 움츠러든 피해아동
도주하려던 성추행범 단박에 제압 “가만있어!”

혹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미를 잘 아는지라 잘못하여 민 사장이 사고라도 칠까 하는 염려에서 미연에 주의를 주고자 했다. 말을 끝내고 내가 선두로 계단을 오르자 내 뒤를 후배가 따랐고, 딸과 김 사장이 뒤를 이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몸이 건강치 못한 부인은 맨 나중에 천천히 따라 올라왔다.

2층에는 양쪽으로 작은 골방이 3개씩 모두 6개의 방으로 나열돼 있었는데, 전부 밖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 중에 유일하게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방이 있었는데 남자 운동화가 아무렇게나 벗어진 채 놓여 있는 것이 왠지 인적이 느껴졌다.

나는 방문 앞에서 멀찍이 있는 김 사장 부인을 향해 손짓발짓으로 이 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인이 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딸애가 우리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방문 앞까지 와서는 무언가에 놀라는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직감적으로 그 방이 놈의 방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혹 실수라도 할까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딸애를 뒤에 두고 살며시 노크를 했다.
똑똑.
똑똑.
몇 번이고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다시 몇 분을 기다리다가 살며시 방문을 열어보았다. 손에 땀이 흐르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조심스러운 접근

안을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골방에 덩치가 큰 서른 초반의 사내가 속옷 차림으로 누운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그는 방문을 여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코를 골고 있었다. 초라한 방에는 싸구려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벽에 걸려 있고, 휴지통이며 속옷 나부랭이가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나는 김 사장 딸에게 이놈이 맞는지 확인하라고 손짓으로 신호를 했다. 딸애는 나를 방패삼아 내 옆에서 그놈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리고는 자기 어머니를 향해 도망치듯 걸어갔다.
나는 자고 있는 놈이 김양을 추행한 놈으로 확신하고, 옆에 있던 후배에게 방안으로 들어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후배도 이미 내 뜻을 알고 있었다는 듯 방안으로 훌 쩍 뛰어 들어서는 놈의 다리를 툭 걷어차며 깨웠다. 
“어이, 아저씨 일어나 봐요.”


그러나 약하게 찼는지 아니면 놈이 잠에 너무 깊이 빠졌는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후배가 다시 걷어차며 놈을 깨웠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 봐.”
몇 번 건드리고 나서야 잠이 깬 그가 불청객이 왔음을 느꼈는지 “어, 헉!”하며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놈은 갑자기 낯선 사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서 있음에 놀란 듯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꿈인가 생시인가 헤매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사태를 파악하려는 놈에게 김 사장이 당장에라도 주먹을 날릴 듯이 외쳤다.
“너, 이 노옴!!”

그러면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김 사장을 내가 붙들고 말렸다. 혹시 잘못해서 불상사가 일어날까 염려 되어서였다.
“누, 누구세요?”
놈이 얼결에 물으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서려는 순간,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감시하던 후배가 놈의 양어깨를 꽉 붙잡았다.
“가만있어!”
후배가 소리치며 그를 다시 주저앉혔다. 내가 그 놈에게 경고를 주었다.
“어이, 이봐,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만약에 움직이면 가만 안둘 꺼야.”
“누구신데 이래요. 왜 그러세요?”
이제 조금 정신이 드는지 놈이 항의하듯 거칠게 물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떨어져 있는 김 사장 딸을 손짓해서 불렀다.

딸이 모친과 함께 두려운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그놈을 보고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그제야 사태를 눈치 챈 그놈이 비로소 우리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이, 당신, 이 아가씨가 누군지 알지? 똑바로 대답해. 응?”
내가 그렇게 윽박지르는데 김 사장 내외가 놈을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에이, 나쁜 놈! 어떻게 성하지도 않은 내 딸을 건드려….”
악을 쓰듯이 소리 지르는 내외를 보고 있던 놈이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잽싸게 몸을 일으키더니 방을 뛰쳐나가려고 했다.
“잡아!”

건장한 체구의 범인

내가 고함치며 방문을 막아섰다. 내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후배가 놈을 다시 주저앉히기 위해 목덜미를 꽉 움켜잡고, 동시에 발을 걸어 뒤로 확 잡아당겼다.
헉!
놈이 앞으로 달려가다 목이 걸리자 뒤로 발랑 나자빠졌다. 그것도 잠시, 몸을 가누는가 싶더니 다시 일어나서 방안에 있던 옷걸이를 집어 후배를 후려치려고 했다. 그러나 태권도로 다져진 후배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후배는 놈의 의도를 예견이라도 한 듯, 몸을 날려 한손으로 옷걸이를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 놈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벽에다 힘껏 밀어버렸다. 그러고는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놈은 “퍽” “억” 소리를 내면서 벽에 몸을 부딪치고, 정강이를 걷어차이자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버텼다. 그는 키가 180cm는 돼 보이고 몸무게도 꽤 나갈 것 같은 건장한 체구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후배와 그놈과의 힘겨루기가 더 이상 지체하다간 상황이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급한 김에 신발을 신은 채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후배와 맞붙고 있는 그놈의 왼쪽 무릎 뒤 오금쪽을 힘껏 걷어찼다.

“억!”하고 일격에 차인 놈이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주저앉더니, 다시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몸을 뒤틀었다. 나는 일어서려는 놈의 옆구리를 정권으로 내지름과 동시에 허벅지를 구두발로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며 제압을 했다.
“야, 이 자식아, 너 감옥가고 싶어? 아니면 죽고 싶어? 어디서 설치는 거야. 응?”
옆구리를 얻어맞고 허벅지를 걷어차인 그놈은 “어 억!”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그 자리에 푹 고꾸라지면서 양손으로 몸을 감싸 쥐고 죽겠다는 시늉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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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