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 '억대 도박' 파문 일파만파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1:40:37
  • 댓글 0개

"나무아미타불 밤새움보살"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국 불교 최대 교파인 조계종 스님들이 밤새 억대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중에는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스님과 조계종 고위간부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조계종 총무원에 근무한 적 있는 한 스님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0일 부·실장급 스님 등 6명이 일괄사퇴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터져 나온 불미스런 스님 도박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조계사 주지스님 등 조계종 소속 승려 8명이 술과 담배를 즐기며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조계종 총무원 소속이었던 성호스님(전북 진안사 전 주지)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토진스님 등 승려 8명은 지난 4월23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전남 장성의 한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13시간 동안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

49제 '핑계' 포커 '매진'

성호스님은 "하룻밤 20만원짜리 스위트룸에서 수억원의 판돈을 걸고 포커도박을 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등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 달라"며 "종교가 사회를 계도해야하거늘 사회의 지탄대상이 돼서야 되겠느냐. 사즉생 생즉사, 위법망구의 심정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도박판이 열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4월23일은 백양사 전 방장스님의 49제 전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도박을 벌인 승려들은 전 방장스님의 49제에 참석하기 위해 당시 장성에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호스님은 도박 현장이 찍힌 13시간 분량의 몰래카메라도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성호스님이 제출한 이 동영상에는 반소매 차림의 스님들이 호텔방에 앉아 일제히 카드 패를 들여다보고 있다. 펼쳐진 담요 위에는 판돈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군데군데 맥주병도 보였다. 스님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며 도박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사태를 최초로 알린 <불교닷컴>은 "손에는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 스페이드가 새겨진 카드를 들고 일부는 입에 담배를 물었다. 만원권부터 오만원권들을 배팅하며 카드놀이에 열중한 스님들은 날이 새는 줄 몰랐다"며 "밤 9시10분께 룸서비스를 청했는지 술과 안주도 배달됐다. 카드놀이 삼매경(?)에 빠진 스님들의 스위트룸에 술심부름을 하던 재가자가 멀뚱멀뚱 바라보며 술과 안주를 전해주곤 빠져나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밤이 깊을수록 하나 둘 게임에 동참, 밤 10시40분께는 총 8명으로 늘었다. 한 명의 스님을 제외하곤 모두 손에 카드를 들었다.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승자는 의기양양하게 지폐들을 쓸어 자기 무릎 아래로 옮겼다"며 "이날 호텔방에서 노름을 한 스님들은 종회의원, 전 종헌기구의 위원, 말사 주지 등으로 알려져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동영상 입수 경위에 대해 성호스님은 "불당 앞에 누군가가 USB(이동식저장장치)를 놓고 갔다"며 "확인해보니 충격적인 내용이어서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고발된 8명의 승려 중에는 조계사 주지 겸 중앙종회의원인 토진스님과 부지주인 의연스님이 포함돼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불교계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고위직에 속하는 인사다. 이밖에도 전 종헌기구의 의원, 말사 주지 등이 도박판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음주·흡연하며 13시간 포커
'몰카'에 충격적 모습 그대로 담겨… 8명 고발

성호스님은 "토진스님 같은 중앙종회 의원은 중앙종회 동의를 받지 않으면 징계를 받지 않는 '불징계권'이 있어 교계의 호법부를 통해서는 징계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통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고발장 접수 이유를 밝혔다.

토진스님은 2010년 3월 조계사 주지로 임명됐고 지난 5일 건강을 이유로 조계사를 떠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계종 호법부가 '억대 밤샘 도박' 진상조사에 나서자 서둘러 사퇴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토진스님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와 관련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지난 9일 논평 발표를 통해 "도박과 비밀촬영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조계종 스님들이 하필 열반에 드신 교구본사의 방장스님 49제에 참석해 도박판을 벌였고 이것이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밝혀졌다. 도박은 승속을 떠나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사회문제"라고 토로했다.

재가연대는 또 "이 사건이 반대 파벌에 의하여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불거졌다고 하니, 모두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조계종 관계자는 "승려들의 도박 행위는 조계종 내 징계를 맡고 있는 호법부에서 조사 중인 사건이다"며 "관련자들을 불러 실제로 도박 행위가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또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라며 "도박에 참여했다는 스님들의 얘기가 약간 달라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지승 총무원장 스님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을 즉각 전원 소환조사해 종헌 종법에 따라 엄벌하라"고 지시하고 "특히 자성과 쇄신, 천일정진 중인 지금 시기에 스님들의 도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에서 최고 어른격인 종정스님은 지난 9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 기자회견에서 도박 승려들에 대해 "삭발염의하고 시줏밥 먹을 자격이 없다. 먹물 옷 입을 자격도 없다"며 "출가자로서 우를 범하고, 못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문제가 된 승려들의 승적 박탈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몰카' 반대파벌 음모?

한편 성호스님의 고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자 조계종 총무원의 부·실장급 간부 승려 6명이 지난 10일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짐을 정리해 총무원을 떠났다. 총무원은 이에 따라 부실장과 차·팀장이 업무를 대행키로 하는 등 조계종은 부처님 오신 날을 보름 정도 앞두고 최악의 사태에 요동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