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패드립’ 수렁에 빠진 청소년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20: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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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뒷골목에선 지금…“아버지는 개고 엄마는 창녀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부모도 모르는 청소년들만의 사이버세상이 있다. 이곳은 엄마와 아빠의 눈을 피해 아이들만이 모여 노는 은밀한 공간.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청소년들의 공간이 으쓱한 동네 뒷골목에 비유할 만큼 위험천만하다는 데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면서 언어폭력을 저지르고, 또 폭력에 노출돼 있다. 자신의 부모나 상대방의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패드립’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상태. 패드립이란 ‘패륜적 애드립’을 말한다. 부모들이 문지기처럼 지켜 줄 수 없는 그 장소에선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청소년들의 ‘패드립 문화’를 집중 취재했다.

“큰 할매미(할머니) 뒤져가꼬 4만원 줄었다. 원래 이×이 통이 제일 큰 ×이라서 팍팍 주는데 간경화로 뒈짐. 고3때까진 살아있어야지 왜 이렇게 빨리 뒈지냐. 돈주기 싫냐 ×××아! (인터넷 유머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 갤로그에 올라온 ‘패드립’ 글 )

“××야. 나를 욕하지 말고 차라리 내 매미(엄마), 애비를 욕해라.” “××아 니 애미 창녀고 니 애비는 개냐 ××” (유명한 ‘패드립’ 관련 글)

패드립 확산은
인터넷을 타고~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명 ‘패드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인 패드립은 부모나 웃어른을 욕설 및 성적 비하의 소재로 삼아 공격한다는 의미다.

과거부터 미숙한 청소년들이 부모형제를 향한 애증과 반항심으로 험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있어왔지만 최근 유행하는 패드립은 일부 학생들에게 국한된 행태, 단순한 투정과 화풀이로 봐 넘기기에는 쏟아내는 욕설과 비난의 수위가 심각하다. 패드립을 전문으로 배워보자는 인터넷카페까지 생겨나고 있다.


패드립의 시작은 인터넷 유머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이하 디씨)’에서부터다. 디씨 안에 있는 ‘코갤(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의 대두와 함께 사이버공간 전역에 퍼져나가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무법천지 온라인, 10대들 모여 막말·욕설·패드립까지
부모를 지칭하며 욕설과 성적 비하하는 형태로 진화

그중에서도 코갤에 올라온 ‘울애비 장애자 인증’이라는 제목의 글은 ‘패드립 종결자’로 꼽힌다. 작성자는 정신장애3급이라는 복지카드 인증샷과 함께 “애비라는 놈은 맨날 지 장애인이라고 일 안하고 놀고먹고 엄마만 매일같이 일하러 나가고 애비가 빨리 고인이 됐으면 좋겠다. 정신병원에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거기 들어가는데 돈도 들어서 그냥 집에서 방치중”이라고 썼다.

또 코갤에서는 패드립을 모에화(모에 의인화)하여 그린 만화가 대세를 탄 적이 있다. 심지어 엄마의 코고는 소리를 녹음해 웃음거리로 만들어 힛갤(히트 갤러리)이라는 명예의 전당으로 간 패드립퍼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패드립이 만연하게 쓰이다보니 현재는 기존의 욕과 같은 한 종류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야구를 관람하면서 “스트라이크존 ××같이 잡네”를 “스트라이크존 애미없이 잡네”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게임을 하던 중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상대의 부모를 지칭하며 욕설과 성적 비하를 하는 형태의 욕이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공격대상은 대부분 부모·친척·친구·교사 등 주변인들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기성세대, 심지어 고인(죽은 사람)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증오’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키보드 배틀로
상대 제압하기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패드립은 다시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마트폰 채팅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을 통해 서로 누가 더 패드립을 잘하는지 경쟁하는 ‘패드립 배틀’이 이뤄지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털사이트 지식공유 게시판, 또는 카페 게시판에는 “패드립 좀 가르쳐 주세요. 엄마 욕이나 심한 패드립 부탁드려요” “패드립 종결자로 거듭나고 싶어요”라는 질문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니 엄마 학교 앞에서 병아리 팔지?”라는 다소 농담 섞인 표현도 있지만, “니 할매미(할머니)가 몸 팔아서 번 돈으로 니 매미(엄마) 키우고 니 매미(엄마)가 몸 팔아서 번 돈으로 니년이 자랐구나!”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비하의 내용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단절? IT기술 발달이 원인
“오프라인상에서 사회화 될 수 있는 기회 가져야”

지난 주말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손모(14)군은 “친구들끼리 재미삼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막상 들으면 기분이 나쁘니 나도 하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레 오고가는 것 같다”며 “패드립이 일상이 된 한 친구는 학원에서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패드립이 나와 당황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옆 자리에 있던 김모(16)군 역시 “게임카페나 안티카페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는 의견차에 싸움이 난무하고 꼭 쌍욕에 별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아야 상대를 이긴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라며 “대부분 패드립이 특별히 심한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흔히 말하는 키보드 배틀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함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버 세상의
새로운 룰 만든 것

이런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정에서는 부모·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성적을 강조하는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생활에서 받게 되는 상처와 스트레스가 욕설에 심각하게 오염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인터넷, 휴대폰 등 IT기술의 발달이 확산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현재는 과거보다 가족의 결속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자녀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어렵고 또 IT기술 발달로 인터넷 중독,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중독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 세상이 사이버 세상 속에 존재하게 됐다”면서 “사회구조가 이점을 잘 인지하지 않은데서 문제가 비롯됐고 청소년들의 패드립 문화는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일종의 반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에도 비슷한 종류의 반항 심리와 반항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청소년들의 이런 사고를 했다 치더라도 오프라인 접촉, 즉 부모님 혹은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다시 사회화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하고, 적대적 혹은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정상적인 발달이고 전형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만 하고 마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며 “지금은 인터넷, 휴대폰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늘어났고 같은 공간에 있다 해도 부모와 자식이 눈 한번 마주칠 기회가 없어지면서 부모들이 모르는 혹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됐고, 그 세상에서 자기들만의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 교수는 오프라인 상에서 청소년들이 제대로 사회화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사회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등 일련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과하게 사이버 공간 상에만 빠져있고 그곳에서 제공되는 모든 가치체계가 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IT에 중독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방치했던 우리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오늘날 결과적으로 청소년 범죄의 폭력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신촌에서 일어난 10대 살인사건 등 청소년 흉악범죄는 사이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사이버 공간에서 푸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부모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사이버공간상에서 비슷한 또래들끼리 말도 안 되는 대화를 통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학교의 기능이 너무 아쉽다. 청소년들이 훈육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인 학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 교육에 개입해야한다”며 “학교의 규율을 원칙 있고 타이트하게 운영했다면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덜하고, 또 그런 기회를 거치면서 사회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은 막상 내 눈 앞에선 컴퓨터와 휴대폰에 빠져 조용하다고 방치할게 아니다. 그 안의 세상은 훨씬 크며 부모들이 생각하는 상상이상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화나 활동을 통해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 주는 등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활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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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