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미성년자 앞세운 '영계노래방'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18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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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같은 '영계도우미' 만지고 벗기고 "이게 뭡니까!"

[일요시사=특별취재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퇴폐영업을 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성매매를 부추겨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미성년자를 여성도우미로 소개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유흥업소 업주를 폭행한 조직폭력배 32명이 검거된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14~16세의 가출청소년 200여 명을 모집해 원룸 등에 합숙시키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이중 2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에 한 가지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모처에서도 미성년자가 도우미로 들어오는 노래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타고 있는 차에 호객꾼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먼저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강북의 모처로 향했다.

마침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 기자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미성년자 도우미가 출몰한다는 서울 강북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인 차에 호객꾼이 접근한다"는 제보자의 말을 따라 해당 블록을 무한정으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의 차가 5~6바퀴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객꾼은커녕 잡상인 한 명 접근하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기자는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제보지역이 잘 보이는 한 커피숍에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접근한 호객꾼
"영계도 있어요"

어느덧 밤 10시, 기자의 눈에 신호대기 중인 검정색 승용차에 접근하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운전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호객꾼이 신호가 바뀌자 뒤로 물러났고 승용차는 자리를 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몇 차례 더 발생했고 기자도 다시 차를 타고 해당 지역을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숍에서 봤던 호객꾼이 기자의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노래방 한번 안 가실래요? 가격 흥정 가능하고 오늘 물도 좋은데…. 영계도 있어요. 원하는 스타일 말씀하시면 딱 맞게 불러드릴게요."

고민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주변 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신호가 바뀔 때가 다 된 것 같았다. 이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자 호객꾼이 곧장 조수석에 올라탔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조금 직진하시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호객꾼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차는 어느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동안 호객꾼은 끼고 있던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근처 공간에 차를 주차하고 호객꾼을 따라 한 빌라의 지하로 들어섰다. 1층은 상가, 2~4층은 주거용으로 보였다. 간판은 없었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조명이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천장에 보이는 붉은 불빛이 CCTV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양말에 운동화 신은 도우미 여성, 알고 보니 16살
미성년자 노래방, 주택가 한 가운데 버젓이 영업

안에서 열어줬던 철문은 기자가 들어서자 다시 굳게 잠겼다. 내부는 평범한 노래방이었다. 눈에 잘 보이는 데에 부착돼있어야 하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노래방과 다르지 않았다.

시각은 11시30분께. 손님은 기자 한 사람뿐이었다. 카운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성을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개시 손님이시니 조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제보자의 조언대로 "영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성이 채 대답하기 전에 머쓱해진 기자는 맥주 5병을 시키고 시간은 1시간 단위로 해서 10분 남았을 때 별말 없으면 알아서 1시간씩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로 불러드릴까요?"

"가장 어린 친구로 불러 달라"고 답했다. 중학생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대답을 들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기자는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을 살펴봤다. 기자가 시킨 맥주 5병은 4만원, 노래방 비용은 시간당 1만5000원이었고 도우미비용은 시간당 2만5000원이었다. 합이 8만원. 일반 노래방 비용보다 저렴했다. 노래방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5분여가 지났을까? 주문을 받은 남성이 술과 간단한 안주를 들고 들어왔다.

"1시간 넣어드렸고 아가씨는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겁니다."

문 열고 들어온 도우미
"열여섯 살 혜미예요"

노래방 화면을 보니 60분이 찍혀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겉보기에도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인 도우미들처럼 야한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운동화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화장도 진하지 않았다. 일부러 어린 모습을 강조한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혜미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열여섯 살이라면 중학교 3학년이라는 말. "최대한 어린 친구를 불러 달라"고 했다는 업주의 말을 듣고 더 나이를 어리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기자의 앞에 서있는 도우미는 열여섯 살임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인사를 마친 혜미는 기자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삼촌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기자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술잔을 들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일이 처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10대 가출소녀 200명
합숙시켜 도우미 공급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이 추가되고 맥주 3병이 들어오자 혜미가 '대딸'과 같은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2차도 가능하기는 한데 밖으로 나가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가능한데…. 대딸은 3만원이고 그거(?)는 그때그때 달라요."

최대한 태연한 척 말하려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해도 학생은 학생이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자의 눈에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까웠다. 최고로 어린나이가 16세라면 17, 18, 19세 고등학생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런 일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사정이 궁금했다. "언제 일이 끝나느냐"고 물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출근 시간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어요.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있다가 전화가 오면 출근하면 돼요. 방금 전에도 친구들이랑 있었어요."

인천지역에서 검거된 기업형 영업은 아닌 듯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아니면 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제 합숙이나 폭력도 없다고 했다.


화면을 보니 15분 가량 시간이 남아있었다. 혜미를 내보내며 "이제 나갈 것이다. 나중에 밥 한번 사주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혜미는 기자가 내민 휴대폰에 흔쾌히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술값은 모두 10만원이 나왔다.

계산을 하는 기자의 등 뒤로 여러 노랫소리가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세팀 정도 손님이 와 있는 듯 했다. 현금을 내밀며 "고등학생도 있느냐? 어디에서 저런 어린 친구들을 구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지들이 찾아 와요. 일 하고 싶다고. 그게 손님들을 통해 알려지죠. 오는 애들 막지 않고 가는 애들도 잡지 않아요. 그래도 일하겠다는 애들이 더 많아요. 거의 이 근방에 사는데 저희는 연락처만 받아놓고 손님이 원하면 불러주죠."

"다른 곳이 또 있나. 다음번에 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대기 중인 차에 접근한 호객꾼 "노래방 안 가세요?"
"대딸도 가능해요…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있죠. 제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만 세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워낙 쉬쉬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손님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시면 영업하지 않는 날은 미리 문자를 드려요. 영업시간은 저녁 10시부터고 오시면 확인하고 문 열어 드릴게요."

이 업주의 말에 따르면 도우미로 일하는 어린소녀들은 대부분 가출청소년이다. 이들은 잘 곳을 마련해 주는 등 약간의 편의만 제공해주면 말을 잘 들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영계'들을 찾는 손님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면서 일반 성인 접대부를 쓰는 업소에 비해 수입이 더 좋다고 한다. 수익 배분은 도우미비용 2만5000원 중 5000원만 업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도우미 차지라는 것.

"우리는 장소만 제공해주는 거죠. 애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요. 대딸을 하든 섹스를 하든 그에 대한 수입은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우린 전혀 상관없어요."

어린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업주를 뒤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앞에도 주택, 뒤에도 주택, 옆에도 주택이었다. 주택가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비단 기자가 방문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일 인천 주안역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고 10대 가출여성 200여 명을 유흥업소 도우미로 고용해 봉사료 착취는 물론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오다 경찰에 적발된 조직폭력배와 보도방업자들은 사회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의 모 폭력조직 추종세력인 A씨는 10대 도우미 공급 독점을 위해 지난해 5월 주안동 2030거리와 카페골목에서 활동하는 보도방 업주와 조직폭력배를 규합해 '주안보도연합파'를 결성,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쪽지를 무작위로 보내 미성년자 200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업주 1명이 승합차에 미성년자 10여 명씩을 데리고 다니며 1일 평균 30만~40만원씩 월 1000여만원의 불법수익을 올렸으며, 미성년자들이 도우미로 일하면서 받은 수입의 40%를 소개비 명목으로 뜯어냈다.

또 이들은 업소를 돌며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일삼고 미성년 여자도우미 2명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미성년자를 익산시내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에 알선해준 혐의로 폭력조직 '배차장파'와 '중앙동파' '구시장파' 행동대원 6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발생했다.

업주와 도우미
"누가 더 나쁠까?"

또 노래방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업주 20여 명은 폭력배들이 보내준 여성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접객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강요와 협박에 못 이겨 도우미에 종사하는 어린 소녀들도 있겠지만 기자가 만났던 그날의 혜미양은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듯 보였다. 또 해당 업주의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이 많다"는 말은 미성년자도우미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자가 미성년자도우미 업소를 방문한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격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범국민적 기념일에 기자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사회의 병폐를 직접 목격해야 했다. 일부 이익만을 ?는 불법노래방업자와 돈 만을 바라보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성년자도우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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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