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미성년자 앞세운 '영계노래방'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18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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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같은 '영계도우미' 만지고 벗기고 "이게 뭡니까!"

[일요시사=특별취재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퇴폐영업을 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성매매를 부추겨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미성년자를 여성도우미로 소개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유흥업소 업주를 폭행한 조직폭력배 32명이 검거된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14~16세의 가출청소년 200여 명을 모집해 원룸 등에 합숙시키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이중 2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에 한 가지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모처에서도 미성년자가 도우미로 들어오는 노래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타고 있는 차에 호객꾼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먼저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강북의 모처로 향했다.

마침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 기자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미성년자 도우미가 출몰한다는 서울 강북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인 차에 호객꾼이 접근한다"는 제보자의 말을 따라 해당 블록을 무한정으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의 차가 5~6바퀴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객꾼은커녕 잡상인 한 명 접근하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기자는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제보지역이 잘 보이는 한 커피숍에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접근한 호객꾼
"영계도 있어요"

어느덧 밤 10시, 기자의 눈에 신호대기 중인 검정색 승용차에 접근하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운전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호객꾼이 신호가 바뀌자 뒤로 물러났고 승용차는 자리를 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몇 차례 더 발생했고 기자도 다시 차를 타고 해당 지역을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숍에서 봤던 호객꾼이 기자의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노래방 한번 안 가실래요? 가격 흥정 가능하고 오늘 물도 좋은데…. 영계도 있어요. 원하는 스타일 말씀하시면 딱 맞게 불러드릴게요."

고민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주변 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신호가 바뀔 때가 다 된 것 같았다. 이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자 호객꾼이 곧장 조수석에 올라탔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조금 직진하시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호객꾼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차는 어느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동안 호객꾼은 끼고 있던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근처 공간에 차를 주차하고 호객꾼을 따라 한 빌라의 지하로 들어섰다. 1층은 상가, 2~4층은 주거용으로 보였다. 간판은 없었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조명이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천장에 보이는 붉은 불빛이 CCTV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양말에 운동화 신은 도우미 여성, 알고 보니 16살
미성년자 노래방, 주택가 한 가운데 버젓이 영업

안에서 열어줬던 철문은 기자가 들어서자 다시 굳게 잠겼다. 내부는 평범한 노래방이었다. 눈에 잘 보이는 데에 부착돼있어야 하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노래방과 다르지 않았다.

시각은 11시30분께. 손님은 기자 한 사람뿐이었다. 카운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성을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개시 손님이시니 조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제보자의 조언대로 "영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성이 채 대답하기 전에 머쓱해진 기자는 맥주 5병을 시키고 시간은 1시간 단위로 해서 10분 남았을 때 별말 없으면 알아서 1시간씩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로 불러드릴까요?"

"가장 어린 친구로 불러 달라"고 답했다. 중학생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대답을 들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기자는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을 살펴봤다. 기자가 시킨 맥주 5병은 4만원, 노래방 비용은 시간당 1만5000원이었고 도우미비용은 시간당 2만5000원이었다. 합이 8만원. 일반 노래방 비용보다 저렴했다. 노래방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5분여가 지났을까? 주문을 받은 남성이 술과 간단한 안주를 들고 들어왔다.

"1시간 넣어드렸고 아가씨는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겁니다."

문 열고 들어온 도우미
"열여섯 살 혜미예요"

노래방 화면을 보니 60분이 찍혀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겉보기에도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인 도우미들처럼 야한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운동화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화장도 진하지 않았다. 일부러 어린 모습을 강조한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혜미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열여섯 살이라면 중학교 3학년이라는 말. "최대한 어린 친구를 불러 달라"고 했다는 업주의 말을 듣고 더 나이를 어리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기자의 앞에 서있는 도우미는 열여섯 살임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인사를 마친 혜미는 기자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삼촌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기자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술잔을 들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일이 처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10대 가출소녀 200명
합숙시켜 도우미 공급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이 추가되고 맥주 3병이 들어오자 혜미가 '대딸'과 같은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2차도 가능하기는 한데 밖으로 나가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가능한데…. 대딸은 3만원이고 그거(?)는 그때그때 달라요."

최대한 태연한 척 말하려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해도 학생은 학생이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자의 눈에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까웠다. 최고로 어린나이가 16세라면 17, 18, 19세 고등학생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런 일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사정이 궁금했다. "언제 일이 끝나느냐"고 물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출근 시간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어요.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있다가 전화가 오면 출근하면 돼요. 방금 전에도 친구들이랑 있었어요."

인천지역에서 검거된 기업형 영업은 아닌 듯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아니면 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제 합숙이나 폭력도 없다고 했다.


화면을 보니 15분 가량 시간이 남아있었다. 혜미를 내보내며 "이제 나갈 것이다. 나중에 밥 한번 사주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혜미는 기자가 내민 휴대폰에 흔쾌히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술값은 모두 10만원이 나왔다.

계산을 하는 기자의 등 뒤로 여러 노랫소리가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세팀 정도 손님이 와 있는 듯 했다. 현금을 내밀며 "고등학생도 있느냐? 어디에서 저런 어린 친구들을 구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지들이 찾아 와요. 일 하고 싶다고. 그게 손님들을 통해 알려지죠. 오는 애들 막지 않고 가는 애들도 잡지 않아요. 그래도 일하겠다는 애들이 더 많아요. 거의 이 근방에 사는데 저희는 연락처만 받아놓고 손님이 원하면 불러주죠."

"다른 곳이 또 있나. 다음번에 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대기 중인 차에 접근한 호객꾼 "노래방 안 가세요?"
"대딸도 가능해요…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있죠. 제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만 세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워낙 쉬쉬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손님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시면 영업하지 않는 날은 미리 문자를 드려요. 영업시간은 저녁 10시부터고 오시면 확인하고 문 열어 드릴게요."

이 업주의 말에 따르면 도우미로 일하는 어린소녀들은 대부분 가출청소년이다. 이들은 잘 곳을 마련해 주는 등 약간의 편의만 제공해주면 말을 잘 들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영계'들을 찾는 손님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면서 일반 성인 접대부를 쓰는 업소에 비해 수입이 더 좋다고 한다. 수익 배분은 도우미비용 2만5000원 중 5000원만 업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도우미 차지라는 것.

"우리는 장소만 제공해주는 거죠. 애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요. 대딸을 하든 섹스를 하든 그에 대한 수입은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우린 전혀 상관없어요."

어린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업주를 뒤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앞에도 주택, 뒤에도 주택, 옆에도 주택이었다. 주택가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비단 기자가 방문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일 인천 주안역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고 10대 가출여성 200여 명을 유흥업소 도우미로 고용해 봉사료 착취는 물론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오다 경찰에 적발된 조직폭력배와 보도방업자들은 사회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의 모 폭력조직 추종세력인 A씨는 10대 도우미 공급 독점을 위해 지난해 5월 주안동 2030거리와 카페골목에서 활동하는 보도방 업주와 조직폭력배를 규합해 '주안보도연합파'를 결성,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쪽지를 무작위로 보내 미성년자 200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업주 1명이 승합차에 미성년자 10여 명씩을 데리고 다니며 1일 평균 30만~40만원씩 월 1000여만원의 불법수익을 올렸으며, 미성년자들이 도우미로 일하면서 받은 수입의 40%를 소개비 명목으로 뜯어냈다.

또 이들은 업소를 돌며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일삼고 미성년 여자도우미 2명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미성년자를 익산시내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에 알선해준 혐의로 폭력조직 '배차장파'와 '중앙동파' '구시장파' 행동대원 6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발생했다.

업주와 도우미
"누가 더 나쁠까?"

또 노래방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업주 20여 명은 폭력배들이 보내준 여성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접객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강요와 협박에 못 이겨 도우미에 종사하는 어린 소녀들도 있겠지만 기자가 만났던 그날의 혜미양은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듯 보였다. 또 해당 업주의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이 많다"는 말은 미성년자도우미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자가 미성년자도우미 업소를 방문한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격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범국민적 기념일에 기자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사회의 병폐를 직접 목격해야 했다. 일부 이익만을 ?는 불법노래방업자와 돈 만을 바라보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성년자도우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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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